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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체인지] 안갯속 국제 정세…기술·협업·상생으로 격변기 넘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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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면

‘위기를 기회로’ 핵심역량 구축에 나선 국내 기업들

AI 활용한 가전기기로 일상 혁명
고객가치 창출 위한 어워즈 진행
연 20만대 전기차 양산 공장 기공
저소득층 에너지효율개선 사업도

현대차그룹의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에서 로봇이 전기자동차 아이오닉 5를 조립하고 있다. HMGICS는 지난해 11월 현대차가 싱가포르 주롱 혁신단지에 지은 인간 중심의 미래 모빌리티 연구·실증 테스트베드다. [사진 현대차그룹]

현대차그룹의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에서 로봇이 전기자동차 아이오닉 5를 조립하고 있다. HMGICS는 지난해 11월 현대차가 싱가포르 주롱 혁신단지에 지은 인간 중심의 미래 모빌리티 연구·실증 테스트베드다. [사진 현대차그룹]

인공지능(AI) 기술은 마이크로소프트(MS)와 엔비디아 몸값을 끌어올리며 글로벌 시가총액 순위를 뒤집었다. 국제 정세는 러시아와 중동 전쟁에 이어 이란-이스라엘 갈등으로 시계(視界) 제로다. 미·중 무역 전쟁으로 공급망은 삐걱댄다. 이런 격변기에, 국내 기업들은 기술·협업·상생으로 ‘빅 체인지’에 대응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개인 맞춤형 AI를 일상에서 구현하는 ‘AI 라이프’를 내세웠다. 로봇청소기 비스포크 ‘AI 스팀’은 알아서 바닥 재질을 감지해 청소하고, ‘비스포크 AI 콤보’가 빨래·건조를 한 번에 끝내며, ‘비스포크 큐브 에어 인피니트 라인’은 공기 질을 학습해 정화한다. 삼성전자의 TV·모바일·반도체·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AI가 일상 전반을 아우르는 혁명이다.

LG의 혁신은 LG 어워즈로 대표된다. 구광모 ㈜LG 대표 취임 이듬해인 2019년부터 차별적 고객가치를 창출한 팀을 선정하며, 세계 최초 올레드 롤러블 디스플레이나 세계 최초 4K 무선 올레드 TV 같은 혁신 기술에서부터 필수 난임 치료제 공급 중단에 선제 대응한 팀 등 총 405개 팀 3300여 명에 시상했다. LG전자는 글로벌 빅테크와 AI 협력 폭을 넓히고 있다. 지난 2월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가 LG전자를 찾아 양사 간 전략적 파트너십을 논의했고, 다음달에는 조주완 LG전자 CEO가 MS의 CEO 서밋에 초청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찌감치 AI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점 찍은 SK그룹은 주요 계열사들이 속속 AI 성과를 내고 있다.  SK 하이닉스는 지난 3월 초고성능 AI용 메모리 반도체인 HBM3E를 세계 최초로 양산했고, SK텔레콤은 글로벌 통신사들의 AI 연합체인 GTAA를 통해 AI 피라미드 전략을 글로벌로 확장하고 있다.

과감한 혁신·신사업 도전도 이어진다. 현대차그룹은 향후 전동화 시대 50년을 선도하겠다는 포부로, 지난해 11월 싱가포르 주롱 혁신지구에 인간 중심의 미래 모빌리티 연구·실증 테스트베드 ‘현대차그룹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를 준공했다. 또한 울산에는 연간 20만 대 전기차를 양산할 수 있는 전기차(EV) 전용공장을 기공했다.

롯데는 바이오앤웰니스, 모빌리티, 지속가능성, 뉴라이프 플랫폼 4가지 테마로 신사업을 확장한다. 신동빈 롯데 회장은 지난달 롯데이노베이트 자회사 이브이시스(EVSIS) 청주 신공장을 찾아 모빌리티 분야의 전기차 충전기 사업을 살폈고, 최근에는 말레이시아의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스마트팩토리를 방문해 지속가능성 부문의 2차전지 소재 사업을 점검했다. 기존 사업은 AI를 적용해 경쟁력을 높이고 있는데, 지난 19일 국내 유통업계 최초로 ‘AI 통역 서비스’를 시작한 롯데백화점 잠실점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잠실점 외국인 매출은 전년 대비 100%가량 늘었는데, 이번 13개국 AI 번역 서비스로 고객 경험을 혁신하게 됐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점포 반경 2~2.5km 이내 거주 고객이 밤 10시 전에 주문하면 1시간 내외로 배송받는 ‘즉시배송’ 서비스를 전국 310여개 점포의 80%에 적용해, 장보기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항공우주와 친환경 에너지 등 미래 사업에 속도를 낸다. 특히 우주 발사체에서부터 관측·통신 위성, 탐사까지 ‘우주 밸류체인’을 구축한 강점을 살린다는 전략이다. 지난해 12월 한화시스템은 순수 우리 기술로 개발한 상용 지구관측 위성 ‘소형 SAR 위성’을 우주로 발사해 교신에 성공하며 기술력을 입증했다.

두산그룹은 친환경 에너지 사업과 반도체 사업을 키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소형모듈원전(SMR) 시장에서 ‘글로벌 파운드리(생산전문기업)’로 입지를 다지는 동시에 수소터빈·해상풍력발전기 기술도 선도한다. 또한 지난 2022년 시스템 반도체 테스트 분야 1위 기업 두산테스나를, 최근엔 이미지센서 후공정 전문기업  엔지온을 인수해 반도체 후공정 밸류체인을 확대했다.

SK이노베이션은 기술·제품 포트폴리오를 다지며 본원적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SK지오센트릭은 재활용률을 높여줄 고기능성 플라스틱 포장재 개발에, SK엔무브는 데이터센터 액체냉각 시장 공략에 나섰으며, SK에너지는 IoT(사물인터넷)·AR(증강현실) 등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 플랜트 솔루션’으로 국내외 에너지·화학 산업 현장에 진출한다.

격변기를 헤쳐나가려면 신뢰·상생이 필수다. GS는 “시장의 신뢰 없이 기업이 유지될 수 없다”라는 허태수 회장의 방침에 따라 윤리경영과 사회공헌을 강화하고 있다. GS칼텍스는 환경보호·탄소저감 실천에 동기를 부여하는 지구톡톡 캠페인을 펼치며, 저소득층 난방비 부담과 탄소 배출을 줄이는 한국에너지재단의 저소득층 에너지효율개선 사업에도 100억원을 후원한다.

지난달 21일 취임한 포스코그룹 장인화 대표이사 회장은 3대 경영전략으로 ▶미래기술 기반의 초격차 비즈니스 선도 ▶함께 성장하는 역동적 기업문화 구현 ▶신뢰받는 ESG 경영체제 구축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취임 100일인 6월 28일까지 현장 실무자들과 소규모로 만나 소통하는 현장 경영을 진행 중이다.

효성은 중소기업 고객사들이 자체적으로 하기 어려운 ESG 역량강화 교육·컨설팅과 친환경 인증 비용을 지원한다. 올 초 조현준 회장이 신년사에서  “서로 돕고 협력해 백년기업 효성을 만들어 가자”라고 강조한 대로다. 동국제강그룹은 업계 최초로, 지난 1월 1일 동국제강·동국씨엠 사내하도급 업체 20여곳 직원 889명을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했다.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 대응하고 지속 성장하려면 생산 조직의 운영 선진화가 필수라는 판단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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