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신정 극장가-미국·홍콩영화가 휩쓴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8면

여름방학시즌과 함께 2대 극장대목을 형성하는 연말연시 대목에 일제히 새 영화가 내걸려 치열한 관객 끌기 경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 토요일부터 개봉을 시작, 신정까지 선보이는 영화는 모두 19편.
제작국별로 보면 한국영화는 2편뿐이며 미국영화가 11편, 홍콩영화가 5편이고 유일하게 『나의 왼발』이 영국영화로 이채를 띠고 있다.
한국영화는 당초 청춘애정 물『나의 사랑 나의 신부』1편만이 대목프로로 잡혔었으나 변진섭의 동명히트곡을 영화화한『너에게로 또다시』가 가세, 그런 대로 체면치레하고 있다.
신정프로를 영화별로 알아본다.

<나의 왼발>
선천성 뇌성마비로 인해 사지 중 유일하게 쓸 수 있었던 왼발을 사용, 그림을 그리고 글을 써 이름을 떨친 아일랜드인 크리스티 브라운의 감동적인 실화를 그린 작품.
불구의 조건을 스스로 이겨내려는 주인공의 강인한 정신력에 초점을 맞춰 장애자영화가 갖는 감상성이나 암울한 분위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90년 아카데미영화제에서 브라운 역을 맡은 대니얼 데이 루이스가 남우주연상을, 아일랜드여인특유의 건강함으로 아들을 감싸주는 어머니 역을 열연한 브렌다프리커가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전미비평가협회 그랑프리 작품.

<나의 사랑 나의 신부>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최진실의 풋풋한 분위기를 앞세운 애정심리 물.
최진실은 박중훈과 신혼부부로 출연, 신혼시절 특유의 남녀간 성격·신분·역할차이 등에서 오는 미묘한 갈등을 섬세하게 연기하고 있다.
호화판 눈요기나 삼각관계 따위의 통속성을 배제하고 극의 전개에 애니메이션 기법을 도입하는 등 참신성이 돋보인다.
감독 이명세.

<너에게로 또다시>
70년대 얄개 시리즈로 유명한 석래명 감독이 제작을 지휘하고 심재석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경쾌한 청춘영화.
원제는 변진섭의 히트곡으로 자신도 영화 속에서 가수로 출연한다.
시나리오작가를 희망하는 한 젊은이의 등단과정을 따라가며 대학생들의 풍속도를 밝게 그리고 있다. 하희라·최수종·김민종 등 청춘스타들의 경연장 같은 영화.

<볼륨을 높여라>
미국 10대들의 사춘기적 고민과 기성세대에 대한 반항·소외감을 10대의 입을 통해 직설적으로 토로하는 미국 판인『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해적방송이란 비합법적 수단을 마련, 사회에 가차없이 퍼부어 대는 10대의 발언 중엔 어른들이 경청할 것도 많다. 주제가『누구든 그건 알아요』는 레너드 코헨이 짓고 눌렀다.

<다이 하드2>
2년전 세계적인 흥행성공을 거두었던『다이 하드』의 속편. 1편과 마찬가지로 느물느물하면서도 착한 성격의 주인공 매클레인 형사 역을 브루스 윌리스가 맡고 있다.
원제는『58분』으로 착륙준비중인 여객기들을 인질로 잡고 워싱턴공항을 장악한 극우 테러리스트집단을 58분만에 영웅적으로 해치우는 무명형사의 무용담을 그린 전형적인 할리우드 액션 극이다.

<토털리콜>
서기 2084년 지구의 식민지가 된 화성을 무대로 독재자를 쳐부수는 아놀드 슈와제네거의 활약을 담은 SF영화.
외계를 표현하는 거대한 오픈세트, 특수촬영·특수분장 등이 대단한 물량공세를 펼치고 있으나 살상장면이 너무 거칠다.

<프레데터2>
『토털리콜』과 마찬가지로 외계인을 소재로 한 액션영화.
90년대 말 범죄가 극에 달한 LA에서 엽기적 연쇄살인사건이 일어나고 이것이 외계인들의 소행임이 밝혀지면서 LA경찰·FBI·외계인간의 삼각대결이 계속되는 게 영화의 줄거리다.
아놀드 슈와제네거가 주연한『프레데터』의 속편으로 이번 주인공은 거구의 흑인 배우 대니 글로러

<아파치>
공격용 특수헬기인AH-64, 일명 아파치 헬기 기동부대 원들의 사랑과 우정, 남미 마약조직과의 신나는 헬기전투를 담은『탑건』식 청춘영화.
수십 대의 헬기가 창공을 누비는 박력 넘치는 영상이 구경거리인 영화로 올 칸 그랑프리 작품인『와일드 앤 하트』에서 주연을 맡은 니콜라스 케이지가 국내에 첫 선을 보이고 미모의 션 영이 공연한다. 제작진은 전투조종사의 애환을 그린『탑건』팀.

<진용>
중국 진시황의 불로의 헛된 꿈과 그의 능에서 발견돼 세계를 놀라게 한 실물대 크기의 수많은 병마용에서 힌트를 얻어 제작된 중국영화.
천신만고 끝에 만들어진 불로 약을 몰래 삼킨 진시황의 호위장군이 3천년 후에 되살아나 3천년 전의 애인과 모습이 같은 여인을 뒤쫓으며 사랑행각을 벌인다는 기상천외의 스토리다.
「중국영화의 귀재」강예모가 그의 콤비인 공리와 함께 주연했다.

<사랑과 영혼>
억울하게 죽은 청년이 저승으로 못 가고 이승의 애인 곁에 혼령으로 남아 서성거리며 애인을 위험으로부터 지켜준다는 공상 러브스토리.
만화 같은 이야기지만 지극한 순애보를 담고 있어 삽입곡『언체인지드 멜로디』가 30년만에 재 히트 할만큼 흥행성이 강하다. 여주인공 데미 무어가 이 영화로 스타덤에 올랐다.

<경천12시>
유덕화와 알란 탐을 주연으로 앞세운 홍콩의 할극 영화.
유덕학는 우연히 테러조직의 테러현장에 있다가 피습, 중태에 빠진 애인의 특수혈액을 구하기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수사관으로 나오는 알란 탐은 테러 당한 중요인물을 살리기 위해 역시 같은 혈액형의 피를 구하려고 동분서주하다 두 사람이 합심해 테러범들을 소탕한다는 게 줄거리다.

<아비정전>
장국영·유덕화·강만옥·양조위 등 홍콩의 인기스타를 대거 동원해 『열혈남아』의 왕가위가 감독한 영화.
의리와 배신을 두 축으로 하는 홍콩영화의 도식을 그대로 따라 은행을 터는 사건을 계기로 친구간에 금이 가고 마침내 대결로 치닫는다는 내용의 영화다.

<무적 행운성>
『도성』의 주성치를 앞세운 홍콩 물로 주성치는 올해 가장 잘 팔리는 배우로 주가를 높이고있다.
막대한 유산의 상속을 둘러싸고 주변인물들이 벌이는 갖가지 음모와 사기를 소매치기인 극중 주인공이 사기꾼들을 모두 물리친 뒤 유산을 상속자에게 되돌려주고 새사람이 된다는 게 이 영화의 내용이다.
이외에도 UIP영화인『다크 맨』『로키5』, 워너브라더스 영화인『애들이 줄었어요』가 이번 대목에 같이 걸린다. <이헌익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