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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낮 오토바이 음주단속 현장 보니…"뭐요, 왜요" 일단 달렸다

중앙일보

입력

지난 19일 구로역사거리에서 경찰관들이 오토바이 음주운전 집중 단속을 하고 있다. 장서윤 기자

지난 19일 구로역사거리에서 경찰관들이 오토바이 음주운전 집중 단속을 하고 있다. 장서윤 기자

“낮에 왜 음주 단속을 해요?”

지난 19일 오후 서울 구로구 구로역사거리에서 경찰이 음주운전 단속을 위해 오토바이를 불러 세우자 운전자가 당황한 듯 되물었다. 대낮에 음주 감지기를 손에 든 경찰, 낯익은 풍경은 아닐 터였다. 서울 구로경찰서는 최근 3주째 아침, 새벽, 낮 등 시간을 불문하고 이륜차에 대해 음주운전 단속에 나서고 있다. 서울 경찰서 중 자체적으로 불시 점검에 나선 건 구로서가 유일하다.

구로서 교통과 직원들이 두 팔을 걷어붙이고 오토바이 음주운전 집중 단속에 나선 건 지난달 발생한 한 사고 때문이다. 지난달 23일 오전 7시 오토바이 운전자 A씨(21)는 구로에서 신림동으로 향하는 남부순환로를 불안하게 달리다가 우측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사망했다. A씨가 병원으로 실려 가 수혈을 받고 약 2시간이 지났을 때 측정한 혈중알코올농도는 0.025%로 사고 당시에는 이보다 높았을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A씨는 술집에서 일하던 직원이었는데 일하면서 술을 마신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19일 구로역사거리에서 경찰이 오토바이를 대상으로 음주운전 단속을 하는 모습. 장서윤 기자

지난 19일 구로역사거리에서 경찰이 오토바이를 대상으로 음주운전 단속을 하는 모습. 장서윤 기자

19일 오후 2시부터 1시간 10분간 진행된 불시 단속 현장을 동행 취재해보니, 총 14건의 이륜차가 신호지시 위반, 보차도 위반, 끼어들기 금지 등 사항을 어겨 적발됐다. 이날 음주운전은 적발되지 않았지만 구로서가 4월 1일부터 21일까지 3주간 단속한 결과 지금까지 총 3건의 이륜차 음주운전이 적발됐다고 한다. 단속 시간은 각각 새벽 3시 20분, 저녁 8시 55분, 밤 11시 10분이었다. 저녁 식사를 하며 반주로 술을 마시거나 새벽까지 술을 마신 후 오전에 만취한 상태로 오토바이를 모는 음주 운전자가 제법 많다는 뜻이다.

이날 단속 중 경찰에 적발된 오토바이 중에는 불법 개조로 벌금형을 받았는데, 1년간 벌금을 미납한 수배범도 있었다. 배달 피크 시간은 지난 때였지만, 갑작스러운 불시 점검에 운전자들은 당황하거나 “빨리 가야 한다”며 화내는 모습도 보였다. 경찰의 멈추라는 손짓에도 불응하고 ‘쌩’하고 가버리는 오토바이도 다수였다.

19일 오후 2시 구로역사거리에서 경찰이 헬멧 없이 동승자를 태운 오토바이를 단속하고 있다. 장서윤 기자

19일 오후 2시 구로역사거리에서 경찰이 헬멧 없이 동승자를 태운 오토바이를 단속하고 있다. 장서윤 기자

헬멧을 착용하지 않은 채 운전자 뒤에 탄 고등학생은 경찰이 불러세우자 “왜요. 뭐요”라며 도주를 시도했다. 뒤에 있던 학생이 내리자 운전자가 다시 속도를 내고 달리려 해 경찰 2명이 두 팔을 벌려 앞을 막아서는 위험한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경찰이 “동승자도 헬멧을 써야 한다”고 알려주자 이들은 “많이 걸려봐서 아는데 헬멧 두 개를 들고 다닐 수는 없지 않냐”고 따지는 적반하장을 보였다.

이처럼 오토바이 단속의 경우 음주가 아니더라도 법 위반 사례가 많아 경찰이 검문을 시도하면 응하지 않고 일단 도망가는 경우가 많다. 지난 1월 19일 은평구에서는 10대 오토바이 운전자가 경찰관의 음주 검문을 보고 피하다가 경찰관을 매단 채 30m가량을 주행한 사고도 있었다. B씨는 당시 음주 상태도 아니었지만 번호판이 부착되지 않아 자동차손해배상보호법 위반 대상이었다.

김영희 디자이너

김영희 디자이너

‘경찰청 2023 교통사고통계’에 따르면 2022년 이륜차 음주운전 사고는 1243건으로 승용차 음주 사고의 10% 수준이지만 치사율은 2.4%로 승용차의 2배였다. 정현호 구로서 교통과장은 “기존의 음주 단속 시간(밤 10시~새벽 2시)을 피해 사고만 안 내면 된다는 생각으로 음주운전을 하는 오토바이가 많은데 낮에도 음주 단속을 한다는 걸 알려 경각심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륜차의 경우 단속 경찰을 보고 위험하게 도주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 경우 CCTV 추적 수사를 통해 난폭운전 혐의를 적용하면 형사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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