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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배터리·알리…중국의 덤핑공습, 세계경제 뒤흔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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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수저우의 한 수출 항구에서 BYD 전기차가 선적을 기다리고 있다. AFP=연합뉴스

중국 수저우의 한 수출 항구에서 BYD 전기차가 선적을 기다리고 있다. AFP=연합뉴스

전기차·배터리·철강부터 알리·테무까지….

낮은 가격을 넘어 덤핑(헐값에 투매)에 가까운 중국산 제품의 전방위 공습이 세계 경제 질서를 흔들고 있다. 1990년대 중국이 전통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저가 공세로 ‘세계의 공장’으로 부상했다면, 이번에는 첨단 제조업 분야에서 ‘차이나 쇼크(충격)’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경고가 이어진다.

22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 전기차 회사 BYD는 최근 100개 이상 전기차 모델의 가격을 지난해 12월보다 5~20% 떨어뜨렸다. 블룸버그는 BYD의 할인 전략이 토요타·폴크스바겐·닛산 같은 글로벌 자동차 회사에 위협적이라고 분석했다. 고급 전기차를 만드는 테슬라조차 버티지 못하고 전기차 할인에 나선 이유다.

글로벌 1위 전기차 배터리 기업인 중국 CATL은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가격을 연일 떨어뜨리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배터리 평균 가격은 2022년 대비 14% 내렸다. 블룸버그는 중국산 배터리 가격이 글로벌 평균의 56%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의 올해 1~2월 기준 철강 수출량(1590만t)은 1년 전보다 32.6% 급증했다. 2016년 이후 최대 규모다. 중국 철강업체는 지난달부터 가격을 더 떨어뜨렸다.

중국의 저가 공세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경기 침체 때문이다. 내수 부진에 따른 재고 폭증으로 디플레이션(deflation·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을 겪자 중국 생산품을 헐값에 ‘밀어내기’하는 수출 전략에 가깝다. 인플레이션을 겪는 수입국 입장에선 단기적으로 값싼 물건을 들여와 좋을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국산 제품이 중국산과 가격 경쟁에서 밀려나 산업 기반이 무너질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의 디플레이션 수출이 선진국을 넘어 개발도상국까지 확대될 수 있다”며 “1990년대보다 더 광범위한 영향을 세계 경제에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위기를 맞은 세계 각국은 대응에 한창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최근 중국산 철강·알루미늄에 대해 관세를 기존 7.5%에서 25%로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대선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중국산 전기차에 관세를 100%까지 매겨야 한다고 경고했다. 유럽연합(EU)은 이달 초부터 중국 태양광 기업에 대한 보조금 조사에 착수했다. 중국산 철강·플라스틱에 대해 반덤핑 관세를 부과할 전망이다. 한국은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알리·테무의 불공정 거래 행위에 대한 실태조사에 나섰다.

한국 입장에선 중국산 저가 공세에 산업이 흔들리는 것도 문제지만, 중국 경제가 침체하는 상황도 반갑지 않은 시나리오다. 중국이 꺾이면 한국 수출도 타격이 크기 때문이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동향분석실장은 “가격으로 중국과 경쟁하는 한국의 중간재 위주 수출 구조를 부가가치가 높은 중간재·소비재 위주로 바꿔야 할 시점이 성큼 다가왔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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