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ㆍ10 총선 참패 이후 리더십 공백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 곳곳에서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20일 밤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교하고 박력 있는 리더십이 국민의 이해와 지지를 만날 때 난관을 헤쳐나갈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며 “정교해지기 위해 시간을 가지고 공부하고 성찰하겠다”고 적었다. 자신의 당권 도전 가능성을 두고 국민의힘의 혼란 양상이 이어지자 한 전 위원장이 직접 나서 전당대회 불참을 시사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비대위원장 사퇴 뒤 잠행을 택한 한 전 위원장을 소환한 건 홍준표 대구시장이다. 여권의 잠재적 대선주자인 그는 한 전 위원장을 “정치 아이돌”→“문재인 사냥개”→“철부지 정치 초년생”→“윤석열정권 폐세자” 등으로 지칭하며 총선 패배 책임자로 지목해왔다. 홍 시장은 20일엔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을 통해 한 전 위원장을 “윤석열 대통령도 배신한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이를 의식한 듯한 한 전 위원장은 “정치인이 배신하지 않아야 할 대상은 국민뿐”이라며 “잘못을 바로잡으려는 노력은 배신이 아니라 용기”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누가 저에 대해 그렇게 해 준다면 잠깐은 유쾌하지 않더라도 결국 고맙게 생각할 것”이라며 “그게 우리 공동체가 제대로 작동하는 방식일 테니까”라고 덧붙였다.
두 사람의 설전을 두고 국민의힘에선 차기 대선 경쟁을 위한 신경전이 벌써 시작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특히 홍 시장이 윤 대통령과의 만찬 회동 다음 날인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 대표 선거는 당원 100%로 하는 게 맞을 거로 보인다. 그 룰은 바꿀 필요가 없어 보인다”고 적은 글을 주목하는 이가 많다. 영남 중진 의원은 “당내 세력이 없는 한 전 위원장이 전당대회에 나서 당권을 차지하는 그림이 대선 경쟁자인 홍 시장 입장에선 달갑지 않을 것”이라며 “‘한동훈 재등장’을 꺼리는 홍 시장과 친윤 세력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이 총선 참패 뒤 열흘가량 차기 지도체제 문제를 두고 갈팡질팡하는 사이 ‘TK(대구ㆍ경북) 대 수도권’의 지역 대결 구도도 강화하고 있다. 윤상현(인천 동-미추홀을) 의원이 18일 일부 수도권 출마자와 함께 진행한 총선 패인 분석 세미나에서 “총선 참패의 구조적 원인은 영남 중심당의 한계”라며 ‘영남 2선 후퇴론’을 거론하자 대구시장 출신의 권영진(대구 달서병) 당선인은 다음 날 “선거 때만 되면 영남에 와서 표 달라고 애걸복걸하고, 무슨 문제만 생기면 영남 탓을 한다. 참 경우도 없고 모욕적”이라고 반발했다. 이철우 경북지사는 20일 페이스북에 “잘 되면 내 탓이고 못되면 조상 탓이란 속담을 돌아봐야 한다”고 했다.
당 중진 간담회 및 당선인 총회 등을 통해 중지가 모인 ‘관리형 비대위’에 대해선 수도권 낙선자가 주축이 된 원외 위원장이 반대하고 있다. 이들 사이에선 ‘혁신형 상시 비대위’ 체제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크다. 수도권 지역 낙선자는 통화에서 “TK를 기반으로 둔 윤재옥 당 대표 권한대행이 차기 전당대회 방향타를 잡을 경우 용산 대통령실 및 영남권 입김에서 벗어날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있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윤 대행은 22일 당선자 총회를 다시 열어 차기 지도체제 구성과 관련한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