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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尹 배신' 주장에 한동훈 "용기"…불붙은 與주도권 싸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4ㆍ10 총선 참패 이후 리더십 공백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 곳곳에서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11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총선 결과에 따른 위원장직 사퇴 입장을 밝힌 뒤 당사를 떠나고 있다. 김성룡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11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총선 결과에 따른 위원장직 사퇴 입장을 밝힌 뒤 당사를 떠나고 있다. 김성룡 기자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20일 밤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교하고 박력 있는 리더십이 국민의 이해와 지지를 만날 때 난관을 헤쳐나갈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며 “정교해지기 위해 시간을 가지고 공부하고 성찰하겠다”고 적었다. 자신의 당권 도전 가능성을 두고 국민의힘의 혼란 양상이 이어지자 한 전 위원장이 직접 나서 전당대회 불참을 시사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비대위원장 사퇴 뒤 잠행을 택한 한 전 위원장을 소환한 건 홍준표 대구시장이다. 여권의 잠재적 대선주자인 그는 한 전 위원장을 “정치 아이돌”→“문재인 사냥개”→“철부지 정치 초년생”→“윤석열정권 폐세자” 등으로 지칭하며 총선 패배 책임자로 지목해왔다. 홍 시장은 20일엔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을 통해 한 전 위원장을 “윤석열 대통령도 배신한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이를 의식한 듯한 한 전 위원장은 “정치인이 배신하지 않아야 할 대상은 국민뿐”이라며 “잘못을 바로잡으려는 노력은 배신이 아니라 용기”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누가 저에 대해 그렇게 해 준다면 잠깐은 유쾌하지 않더라도 결국 고맙게 생각할 것”이라며 “그게 우리 공동체가 제대로 작동하는 방식일 테니까”라고 덧붙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2023년 11월 7일 대구 북구 대구EXCO에서 열린 2023 바르게살기운동 전국회원대회에서 홍준표 대구 시장과 대화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2023년 11월 7일 대구 북구 대구EXCO에서 열린 2023 바르게살기운동 전국회원대회에서 홍준표 대구 시장과 대화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두 사람의 설전을 두고 국민의힘에선 차기 대선 경쟁을 위한 신경전이 벌써 시작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특히 홍 시장이 윤 대통령과의 만찬 회동 다음 날인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 대표 선거는 당원 100%로 하는 게 맞을 거로 보인다. 그 룰은 바꿀 필요가 없어 보인다”고 적은 글을 주목하는 이가 많다. 영남 중진 의원은 “당내 세력이 없는 한 전 위원장이 전당대회에 나서 당권을 차지하는 그림이 대선 경쟁자인 홍 시장 입장에선 달갑지 않을 것”이라며 “‘한동훈 재등장’을 꺼리는 홍 시장과 친윤 세력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이 총선 참패 뒤 열흘가량 차기 지도체제 문제를 두고 갈팡질팡하는 사이 ‘TK(대구ㆍ경북) 대 수도권’의 지역 대결 구도도 강화하고 있다. 윤상현(인천 동-미추홀을) 의원이 18일 일부 수도권 출마자와 함께 진행한 총선 패인 분석 세미나에서 “총선 참패의 구조적 원인은 영남 중심당의 한계”라며 ‘영남 2선 후퇴론’을 거론하자 대구시장 출신의 권영진(대구 달서병) 당선인은 다음 날 “선거 때만 되면 영남에 와서 표 달라고 애걸복걸하고, 무슨 문제만 생기면 영남 탓을 한다. 참 경우도 없고 모욕적”이라고 반발했다. 이철우 경북지사는 20일 페이스북에 “잘 되면 내 탓이고 못되면 조상 탓이란 속담을 돌아봐야 한다”고 했다.

19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원외조직위원장 간담회에서 오신환 후보 등이 윤재옥 원내대표 겸 당 대표 권한대행의 인사말을 듣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는 4·10 총선 수도권 낙선자들을 비롯한 원외 조직위원장들이 참석했다. 연합뉴스

19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원외조직위원장 간담회에서 오신환 후보 등이 윤재옥 원내대표 겸 당 대표 권한대행의 인사말을 듣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는 4·10 총선 수도권 낙선자들을 비롯한 원외 조직위원장들이 참석했다. 연합뉴스

당 중진 간담회 및 당선인 총회 등을 통해 중지가 모인 ‘관리형 비대위’에 대해선 수도권 낙선자가 주축이 된 원외 위원장이 반대하고 있다. 이들 사이에선 ‘혁신형 상시 비대위’ 체제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크다. 수도권 지역 낙선자는 통화에서 “TK를 기반으로 둔 윤재옥 당 대표 권한대행이 차기 전당대회 방향타를 잡을 경우 용산 대통령실 및 영남권 입김에서 벗어날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있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윤 대행은 22일 당선자 총회를 다시 열어 차기 지도체제 구성과 관련한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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