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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을 때 공격투자? 20대 가장 온순했고 50대 가장 사나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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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20~60대 2500명 투자전략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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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전지 가고 엔비디아 오는가 싶더니 이번엔 코인입니다. 미국 주식과 코인이 없는 사람은 ‘벼락거지’라는 말까지 나오죠. 정말 나만 빼고 다 벌었을까요. 지금이라도 올라타야 할까요. 머니랩이 이런 궁금증을 가진 당신을 위해 또래들의 계좌를 들여다봤습니다. SM C&C 설문조사 플랫폼 ‘틸리언프로’를 통해 20대부터 60대까지 세대별로 500명씩의 자산을 샅샅이 훑었습니다. 이를 토대로 주식·가상자산·부동산에 이르기까지 세대별로 달라진 재테크 전략도 소개합니다. 혹시라도 자신이 놓치고 있는 트렌드는 없는지 살피고, 투자 전략을 세우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설문으로 본 세대별 성향

젊을 땐 공격적인 투자를, 나이 들면 수비적인 투자를 한다는 말도 옛말이 됐다. 머니랩 설문 결과에 따르면 예·적금과 부동산을 포함해 투자를 해본 경험이 전혀 없는 비율은 20대가 가장 높았다. 특히 20대 남성의 경우 34%가 투자 경험이 전무하고, 5년 미만인 비율도 43.8%로 가장 높았다. 이른바 투자계의 ‘초식남’(취미 활동에 열정적이지만 연애에는 소극적인 남성)으로 불릴 만하다. 20대의 사회 진출이 점점 늦어지면서 생겨난 결과로 풀이된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현재 금융 투자를 하고 있다고 답한 20대의 대부분은 보수적인 성향을 보였다. 20대의 경우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예·적금에 투자하고 있다는 응답률(78%)이 전 세대 중 가장 높았다. 그렇다고 모두가 ‘초식남’인 건 아니다. 일부 20대 남성은 굉장히 공격적인 투자를 감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를 하고 있다는 20대 응답자 5명 중 1명(23.2%)은 월수입 절반 이상을 금융상품에 투자하고 있었다.

이런 현상은 ‘갓생’과 ‘이생망’이라는 신조어로도 설명된다. 갓생은 하루하루 계획적으로 성실하게 산다는 뜻이고, 이생망은 “이번 생애는 망했다”는 자조적인 표현이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월급을 모아 내 집 마련을 하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한쪽에선 청약통장이나 청년도약계좌 등을 활용해 차근차근 시드머니(종잣돈)를 마련하겠다는 청년층이 있는 반면, 한쪽에선 어차피 자산 증식이 어려우니 공격적으로 투자하겠다는 청년이 나타나는 등 양극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영희 디자이너

김영희 디자이너

30대에서는 남성보다 여성이 투자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투자하고 있다는 30대 남성 응답자의 80%는 예·적금에 투자하고 있었다. 이에 비해 30대 여성의 예·적금 투자 비중은 68.2% 수준으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대신 30대 여성은 주식(57.4%), 가상화폐(17.8%), 부동산(20.9%) 등의 투자에 적극적이었다.

가장 공격적인 투자 성향을 보이는 연령층은 50대였다. 50대는 테마주 등 주식에 투자한다는 답변(51.9%)이 모든 연령층 중 가장 높았다. 60대는 부동산 투자 비중이 높았다. 60대 10명 중 3명(31.4%)은 부동산에 투자하고 있다고 답해 전 연령 중 부동산 비중이 가장 높았다.

코인 투자자 24% ‘보험용’

“난 우리 같은 애들한테 아주 잠깐 우연히 열린, 유일한 기회라고 생각해.”

2021년 장류진 작가의 소설 달까지 가자』에 담긴 문장이다. 여기서 유일한 기회는 가상화폐를 뜻한다. ‘흙수저’ 청년의 코인 열차 탑승기를 담은 이 소설의 배경은 2017~2018년에 나타난 가상화폐 투자 붐이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2024년, 가상화폐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비트코인은 1억원 선을 뚫었고 코인 투자자의 ‘퇴사 성공기’가 재차 회자된다. 가상화폐를 바라보는 투자자의 시선에 일정한 변화가 감지되기도 했다.

가상화폐 시장은 연령대별 투자 비중과 같은 정보를 수치로 확인하기 어렵다. 머니랩은 설문 조사를 통해 세대별 가상화폐 투자 경향을 최대한 끌어냈다. 이에 따르면 가상화폐 투자 경험이 가장 많은 건 30대였다. 30대 응답자의 33.2%는 가상화폐에 투자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40대(26.4%)가 뒤를 이었고, 20대(22.3%)와 50대(22%)가 비슷한 비중을 나타냈다.

현재 가상화폐에 투자하고 있는지 여부도 세대별 투자 경험과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30대의 11.8%가 가상화폐에 투자 중이라고 답해 역시 비중이 가장 높았다. 나머지는 50대(10.9%), 40대(10%), 20대(9.8%) 순으로 큰 차이가 없었다.

투자 성향은 세대별로 엇갈렸다. 20대 가상화폐 투자자는 공격적이었다. 이들 중 48.5%는 월수입의 절반 이상을 가상화폐에 쏟아붓고 있었다. 월수입의 70% 이상을 가상화폐에 투자한다고 답한 비율도 15.2%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은 “상당수 20대는 향후 자산을 늘릴 기회가 많지 않다고 여기고 있다”며 “20대들이 ‘코인 대박’ 사례를 접한 영향으로 위험을 감수하고 가상화폐 투자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해석했다.

이번 설문 조사에서는 가상화폐가 분산 투자의 한 축으로 떠오르는 경향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가상화폐 투자 이유로 전체의 23.9%가 ‘자산 분배 차원’이라고 답한 것이다.

이는 가상화폐, 그중에서 비트코인을 바라보는 시각이 차츰 변하고 있는 징후라는 해석이 나온다. 비트코인이 ‘인생 한 방’을 위해 올라탈 투기 수단만이 아닌, 대체 투자처의 지위에 올라서고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에 집중된 노후자금

한국인의 ‘부동산 사랑’이 극심하다지만, 20~40대에게는 남의 일이었다. ‘전체 자산 중 부동산 비중이 어느 정도냐’는 질문에 60대는 ‘50~80%’(25.5%)를, 50대는 ‘30% 미만’(23.1%)을 꼽은 응답이 가장 많았다. 반면에 20~40대는 ‘없다’는 답이 최다였다. 특히 20대는 63.7%가 부동산 자산이 아예 없었다. 소득과 자산 수준의 차이에서 비롯된 결과다.

부동산 편식은 나이가 들수록 심했다. 60대의 18.8%가 전체 자산의 80% 이상을 부동산에 ‘몰빵’했다.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재테크 수단으로서 부동산 의존도가 더 높다는 의미로 분석된다.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부동산 투자자 중에선 아파트(66%) 보유 비중이 압도적이었다. 전 연령대에 걸쳐 1위였다. 50대는 무려 72.1%가 아파트에 투자했다. 아파트를 빼면 20~50대는 빌라(다세대·연립) 등 주택을 많이 샀다. 특히 자금력이 부족한 20대의 경우 투자자의 51.6%가 빌라(29.5%)와 오피스텔(22.1%)을 사들였다. 아파트보다 가격 진입 장벽이 낮은 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60대는 토지 투자비율(14.9%)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부동산 자산이 있다고 노후가 무조건 보장되는 건 아니다. 현금화가 비교적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설문 결과 응답자들은 노후 준비에 대한 불안이 컸다. 20~60대가 꼽은 재테크 고민 1위는 ‘이 정도로 노후 대비가 가능할까’(35.6%)였다. 하지만 고민과 실행은 별개였다. ‘노후 준비를 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20대는 18.3%가, 30대는 35%가 ‘그렇다’고 답했다. 은퇴와 맞닿은 60대조차 절반 정도(53.6%)만 노후 준비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후 빈곤’을 피하기 위한 대안으로 국민연금이 꼽히지만, 이것만으론 충분치 않다.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은 42%에 그친다. 연금을 받아도 수입이 현직일 때의 절반도 안 된다는 얘기다.

사람들은 60대 은퇴 시기까지 얼마나 모을 것으로 기대할까. 20대의 35.2%는 은퇴 후 자신의 순자산이 ‘5억~10억원 미만’일 것으로 예상했다. 5억원에도 못 미칠 것이란 답(34.1%)보다는 많았다. 이와 달리 본격적인 생활 전선에 뛰어든 30~60대는 5억원도 못 모을 것이란 응답이 가장 많았다. 나이가 들수록 이 비율은 높아져 60대의 경우 44.5%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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