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5차 중동전쟁 비화 우려, 외교·경제 비상 플랜 마련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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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아야톨라 하메네이 이란 최고 지도자. [연합뉴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아야톨라 하메네이 이란 최고 지도자. [연합뉴스]

공격받은 이스라엘, 이란 본토 보복 시 최악 상황  

오일쇼크·물류대란 예상 시나리오별 대책 긴요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가자지구 전쟁이 6개월을 넘기더니 전쟁의 불길이 이스라엘 대 이란의 정면 충돌로 비화할 조짐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와중에 이스라엘과 이란이 전면전에 들어갈 경우 1973년 4차 중동전쟁에 이어 51년 만에 ‘5차 중동전쟁’이 터지는 셈이다. 이미 내상을 입은 국제 질서와 세계 경제에 메가톤급 충격이 가해지면 인플레로 시름 깊은 한국 경제에도 초대형 악재가 추가될 수 있다.

이란이 지난 13일(현지시간) 밤부터 14일 오전까지 이스라엘을 겨냥해 미사일 100여 발과 자폭 드론(무인기) 수백 기를 발사하면서 중동전쟁의 확대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반미·반이스라엘 대리 세력을 통해 이스라엘에 타격을 가했던 이란이 이스라엘 본토를 직접 공격한 것은 1979년 이란 혁명 이후 처음이다. 지난 1일 이스라엘이 시리아 주재 이란 영사관을 폭격하자 이슬람 율법의 ‘키사스 원칙’(눈에는 눈, 이에는 이)에 따라 보복을 감행하고 나섰다.

미국·영국 등 우방의 도움을 받은 이스라엘은 이란의 미사일과 드론 공격의 99%를 방공 체계인 아이언돔으로 요격했다고 주장했다. 강경파인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이스라엘 전시내각은 이란에 대해 보복을 천명한 상태다. 유엔 안보리도 긴급 소집됐다. 11월 대선을 앞두고 곤혹스러워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란에 대한 이스라엘의 어떠한 반격도 반대한다는 입장을 네타냐후 총리에게 밝혔다고 외신이 전했다. 하지만 공격받으면 보복해 온 전례에 따라 이스라엘이 이란 본토를 공격해 5차 중동전쟁의 방아쇠를 당길 경우 중동의 지정학이 거세게 요동치고, 오일 쇼크와 물류 대란 등으로 세계 경제가 늪으로 빠져들 위기를 맞게 된다.

한국 경제의 앞날에도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가계와 자영업자, 기업은 내수 침체와 과도한 빚에 눌려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의 ‘3 고(高)’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3.1%를 기록했고, 달러 대비 원화 가치도 17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여기에 5차 중동전쟁이 발발하면 가뜩이나 불안한 국제 유가가 추가로 대폭 상승할 수 있어 원유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 경제엔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친이란 후티 반군의 공격으로 홍해 물류 대란이 벌어진 상황에서 만약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하거나 유조선을 잇따라 나포할 경우 유가 폭등은 물론이고 물류 대란이 가중돼 고삐 풀린 인플레에 추가 악재가 될 수도 있다.

어제 윤석열 대통령은 긴급 경제·안보 회의를 열어 중동 사태의 영향을 점검하고 향후 대비책을 주문했다. 외교부·기획재정부·산업통상자원부 등이 범부처 TF를 만들어 시나리오별로 다양한 비상 대책을 준비하길 바란다. 외부 충격이 경제와 민생에 줄 악영향을 최소화하는 게 최상의 목표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