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대통령이 변했다” 총리·비서실장 인사로 보여주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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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시간 걸려도 소통·정무형 인물 찾아 발탁해야

야당도 거부 못할 통합형 인사로 난국 돌파를

윤석열 대통령이 신임 국무총리와 비서실장 인선을 놓고 장고 중이다. 이르면 14일 발표한다는 얘기가 나왔으나 대통령실은 “중요한 자리라 사람 찾고 검증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며 인선 지연 가능성을 시사했다. 대통령의 쇄신 의지를 확실하게 보여줄 인물을 임명하려면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숙고와 검증의 과정이 필요한 게 맞다고 본다.

특히 총리 인선은 시간이 소요되더라도 단순 관리형 대신 대통령에게 할 말을 하고, 중도·청년·호남 민심을 아우를 수 있는 통합형 인물을 골라야 할 것이다. 용산 안팎의 하마평에 따르면 현 정부에서 장관을 지낸 다선 의원 등이 거명되고 있다는데, 총리직은 정치뿐 아니라 경제적 식견과 사회적 리더십을 두루 갖춘 인물을 기용해야 국민 눈높이에 맞고, 거대 야당의 동의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반윤석열’로 뭉친 범야권이 192석을 석권한 만큼, 총리 인선에 야당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으면 어차피 임명 자체가 불가능한 게 현실이다. 야당과 원만한 관계 속에서 총리를 비롯한 2기 내각을 구성해야만 대통령이 불통과 독선에서 벗어났다는 분명한 신호를 줄 수 있다.

비서실장 인선도 중요하다.  ‘예스맨’으로 일관해 온 관료 출신 비서실장들 대신 민심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면서 쓴소리와 대안 제시에 주저함이 없는 인재를 발탁해야 한다. 특히 신임 비서실장에게 각별히 요구되는 게 정무 능력이다. 초거대 의석을 무기로 끊임없이 정부를 흔들어 댈 야당은 물론이고 더는 ‘용산 거수기’에 머물 생각이 없는 여당과도 능숙히 소통할 수 있는 인물이 절실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대통령 본인의 변화다. 통합형 총리나 정무형 비서실장이 아무리 직언해 봤자 대통령이 듣지 않으면 만사휴의(萬事休矣)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의 본질은 대통령이 인사에 최선의 노력과 공을 들여야 한다는 뜻이다. 윤 대통령에게 가장 아쉬운 점으로 지적돼 온 게 협소한 인재 풀이다. ‘윗분의 뜻’을 받드는 게 사실상 공직 생활의 전부였던 검찰·기재부 출신 관료들만 돌려막기 식으로 쓰다 보니 지난 2년간 수많은 사안에서 민심에 역주행하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았던가. 김대중 대통령은 노태우 정부 정무수석을 지낸 TK(대구·경북) 인사 김중권을 비서실장에 발탁했고 노무현 대통령은 김영삼 정부 총리 출신인 고건을 총리로 재기용해 취임 초반 정국을 안정시켰다. 그들처럼 윤 대통령도 인재 풀을 확 넓혀 야당의 허를 찌를 만큼 이념·지역·세대를 넘어선 인물을 기용할 필요가 있다. 그럼으로써 “대통령이 확실히 변했다”는 인식을 국민에게 각인시켜 불통의 국정 스타일을 확 바꾸는 전환의 모멘텀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여기에 남은 3년의 성패가 달려 있음을 명심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