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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이스라엘 보복 공격 개시…"미사일·드론 300대 발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란이 사상 처음으로 이스라엘에 직접 공격을 감행했다. 13일(현지시간) 밤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 공격으로 무장 무인기(드론)와 순항·탄도미사일 등을 동원한 공습을 전격 개시했다. 친(親)이란 무장 세력인 헤즈볼라와 후티 반군도 공격에 가세했다. 앞서 지난 1일 이스라엘이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주재 이란 영사관을 폭격해 IRGC 고위급 지휘관 등을 제거한 지 12일 만이다. 이스라엘은 미국, 영국 등과 함께 이란 공격을 막는 한편 강력한 대응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 "이란, 드론·미사일 300개 공격"

지난 1월 23일 이란 수도 테헤란 국방부 전시실에 전시된 이란제 카라르3I 드론. AFP=연합뉴스

지난 1월 23일 이란 수도 테헤란 국방부 전시실에 전시된 이란제 카라르3I 드론. AFP=연합뉴스

로이터·AFP 통신,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에 따르면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이날 성명을 통해 "이달 초 이스라엘군(IDF)이 시리아 주재 자국 영사관을 공격 등 이스라엘의 반복된 범죄에 대한 대응으로 '진실의 약속 작전(Operation True Promise)'을 개시했다"면서 "수십 대의 드론과 순항미사일 등을 이용해 이스라엘 영토에 있는 특정 목표물을 타격할 것"이라고 밝혔다. 1979년 혁명으로 이란에 이슬람 공화국이 들어선 이후 '앙숙' 이스라엘을 향한 전면 공격은 처음 있는 일이라고 AP통신은 전했다.

친(親)이란 세력인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는 이스라엘 북부 골란고원에 로켓을 발사하고, 예멘의 후티 반군은 이스라엘 항구를 향해 여러 대의 드론을 날려 이란을 지원했다.

IDF 수석대변인인 다니엘 하가리 소장은 "이스라엘은 초기 단계에서 차단하기 위해 대비하고 있다"면서 "방공망은 완전히 작동하고 있으니 이스라엘 국민들은 모두 대피소에 들어가라"고 발표했다. 이스라엘은 미국, 영국, 요르단 등과 함께 날아오는 드론을 요격했고, 이에 따라 이스라엘 전역에서 대피 경보와 폭발음이 들렸다.

이스라엘군이 14일 밤 이스라엘 예루살렘 성전산 상공에서 이란 드론을 요격하고 있다. 사진 엑스 캡처

이스라엘군이 14일 밤 이스라엘 예루살렘 성전산 상공에서 이란 드론을 요격하고 있다. 사진 엑스 캡처

이스라엘군에 따르면 이란은 13일 밤부터 14일 새벽까지 약 6시간에 걸쳐 공격을 진행했다. 이스라엘군은 13일 오후 11시께 이란의 공격을 인지했고, 미사일과 드론이 수 시간에 걸쳐 날아와 이스라엘 영토에는 14일 오전 2시께 도착했다. 이후 이스라엘군은 이날 오전 5시에 이란의 공습이 끝난 것으로 보고 대피명령을 해제했다. NBC뉴스는 미 행정부 고위당국자를 인용해 이란이 이스라엘의 정부 시설을 공격하고, 민간이나 종교 시설은 표적으로 삼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이스라엘군 당국은 이란이 드론 약 185대, 지대지 탄도 미사일 약 110기, 순항 미사일 36기 등 최소 300개 이상을 발사한 것으로 파악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드론의 발사 지점은 대부분 이란이었으며 이밖에 이라크, 시리아, 남부 레바논 등에서도 발사됐다. 이라크 밤하늘에 이란의 샤헤드-136 드론이 날아가는 영상이 소셜미디어(SNS) 엑스에 올라왔다. 퇴역한 이스라엘 장군 아모스 야들린은 현지 채널12 뉴스에 나와 "이란의 드론에는 각각 20㎏ 폭발물이 장착해 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공항 당국은 16일 0시 30분부터 영공을 전면 폐쇄했다.

하가리 소장은 "이란이 수십 발의 탄도 미사일을 발사했고, 이스라엘 영공 밖에서 대부분 격추됐다"면서도 "군사 기지에 약간의 피해를 입혔다"고 했다. 이란 측은 이스라엘 남부 네게브 공군기지에 심각한 타격을 줬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 매체 Ynet은 이스라엘 당국자를 인용해 "자국군이 이란의 드론, 미사일을 99% 요격했다"고 보도했다. 아직 구체적인 인명 피해 상황은 나오지 않은 가운데, 네게브 지역에서 7세 소녀가 요격 미사일 파편에 맞아 중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은 이란의 이번 공격에 대해 강력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군사적 대응 방안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비롯한 3인 전쟁내각에 위임됐다. CNN방송은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에게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하기 전에 미국에 미리 알려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이란 외무부는 "어떤 군사적 공격으로부터 자국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추가 방어 조치를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CNN방송은 "이란의 이번 대규모 공격은 미국이 지난해 10월 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의 전쟁이 시작된 이후 피하기를 바랐던 시나리오"라고 했다. BBC방송은 "모두가 두려워했던 이란 및 친이란 세력과 이스라엘 맞대결이 시작됐다"면서 "이 전쟁이 전면적인 중동 전쟁으로 확대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美 "이스라엘 안보 지지 철통 같다" 

이란의 공격 감행으로 이스라엘과 이란 사이에 있는 이라크·요르단·시리아·레바논 등은 신속하게 영공을 닫았다. 이라크 교통부는 자국 국영 통신사 INA에 "13일 오후 11시 30분부터 14일 오전 5시 30분까지 폐쇄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중동 지역 동맹국인 요르단은 자국 영공을 침범하는 이란 드론를 수십개 요격했다. 이에 이란 국방부는 주변 국가에 "이스라엘에 영공을 개방하는 국가는 모두 표적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국가안보팀으로부터 상황을 보고받고 엑스에 "이란과 그 대리인의 위협으로부터 이스라엘의 안보에 대한 우리의 약속은 철통같다"고 강조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에서 세 번째)이 13일 미 워싱턴DC 백악관 상황실에서 이란의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 전개와 관련해 국가안보팀 구성원들과 만나고 있다.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에서 세 번째)이 13일 미 워싱턴DC 백악관 상황실에서 이란의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 전개와 관련해 국가안보팀 구성원들과 만나고 있다. AP=연합뉴스

리시 수낵 영국 총리도 성명에서 "이번 공격은 긴장을 고조시키고 이 지역을 불안정하게 만들 위험이 있다"면서 "이란은 자신의 뒷마당에 혼란을 심으려는 의도를 다시 한 번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이어 "영국은 이스라엘·요르단과 이라크를 포함한 지역 파트너의 안보를 위해 계속 지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EU는 이스라엘에 대한 이란의 용납할 수 없는 공격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이는 전례 없는 (분쟁의) 확대이자 이 지역 안보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라고 밝혔다. 프랑스와 독일도 이란의 공격을 비난하고, 이스라엘 지지를 강조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을 강력히 규탄하는 한편 중동전쟁은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동 전체에 걸쳐 파괴적인 확대가 일어날 수 있는 실질적인 위험에 대해 깊은 경각심을 갖고 있다"면서 "모든 당사자들이 중동의 여러 전선에서 중대한 군사적 대결로 이어질 수 있는 어떤 행동도 피하기 위해 최대한 자제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중동 국가들도 우려를 표명했다. 이집트 외무부는 중동 지역과 국민을 불안정성과 긴장의 추가 요인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최대한의 자제'를 촉구했다. 아울러 이집트 군사 당국은 이번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영공 방어와 관련해 필요한 결정을 내리기 위해 별도 팀을 구성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외무부는 이 지역의 최근 군사적 격화와 잠재적인 심각한 영향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그외 칠레·멕시코·아르헨티나·에콰도르 등은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과 중동의 긴장된 상황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며 평화적으로 해결책을 모색할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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