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벗 되고, 가르치고, 협업하고…AI, 인간의 동료가 되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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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5호 26면

이준기의 빅데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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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키 성장은 부모들에게 성적 만큼이나 큰 관심의 대상이다. 성장판은 팔과 다리 등의 뼈 끝부분에 남아있는 연골조직으로, 이것을 통해 뼈의 성장이 일어난다. 흔히 말하는 성장판이 닫힌다는 것은 키의 성장이 멈춘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의료인들이 영상 판독을 통해 성장판을 살피고 뼈의 나이를 판단하는 것은 중요한 연구 과제다. 북미 영상의학 학회가 인공지능 뼈 나이 읽기 대회를 열었을 정도로 인공지능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 이 분야에서는 현재 많은 연구가 진행 중이다. 필자의 관심을 끈 것은 2017년 한국의 아산병원 의사들이 발표한 인공지능 뼈 나이 측정 논문이다. 이 논문에는 전공의, 전문의, 그리고 인공지능이 각각 뼈 나이를 측정해 이를 비교해 분석한 내용이 담겨 있다.

뼈나이 읽기, AI가 전문의보다 정확

먼저 각자가 측정하였을 때의 정확도는 각각 49.5%, 63%, 69% (그래픽 참조)로 인공지능의 측정이 경험 많은 전문의와 2년 차 전공의보다 나은 결과를 보였다. 사실 인공지능이 인간과의 대결에서 이기는 것을 자주 보았기에 그렇게 놀라운 것은 아니다. 1차 측정 후 의사들에게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두 번째 측정을 하도록 했다. 여기서 전공의와 전문의의 정확도는 각각 57.5%와 72.5%로 높아졌다.

이 대목에서 재미있는 사실 두 가지가 있다. 먼저, 전문의에게 인공지능을 제공했을 때 인공지능보다 더 나은 결과를 얻게 되었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전공의의 경우 인공지능을 제공해도 인공지능 단독보다 낮은 정확도를 보였다는 점이다.

이런 결과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앞으로 인공지능이 보편적으로 보급이 되고 사용될 때 어떤 전문가가 더욱 경쟁력을 높일 수 있고 어떤 전문가가 그렇지 못할까.

지난달 27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자동화산업전에서 관람객들이 한화로보틱스의 로봇들을 둘러보고 있다. [뉴스1]

지난달 27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자동화산업전에서 관람객들이 한화로보틱스의 로봇들을 둘러보고 있다. [뉴스1]

불과 50~60년 전 우리는 도구 사용이 인간의 고유 영역이라고 믿었다. 이런 오래된 믿음은 제인 구달이라는 동물학자가 침팬지를 아주 오랫동안 관찰하면서 무너졌다. 그는 침팬지들이 긴 풀 줄기를 땅속 구멍에 넣어 마치 낚시를 하듯 개미를 낚아서 먹는 것을 발표해 큰 충격을 줬다.

그 이후에도 인간만의 고유 행동을 밝히기 위한 많은 연구가 진행되었다. 가장 명백하게 다른 점은 인간이 사회적 접촉을 통해 지식을 습득한다는 것이다. 1만 년 전에 태어난 침팬지는 생존에 관한 것을 본능적으로 배우고 번식하고 죽는다. 지금 태어나는 침팬지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인간은 1만 년 전의 인간과 비슷하게 태어나지만, 사회 시스템을 통해 축적된 지식을 습득하고 그것을 전수한다. 학자들은 그 바탕에 추상적인 내용을 전달할 수 있는 인간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있다고 본다. 그 후 문자와 책의 발명 그리고 인터넷으로 표현되는 디지털 기술의 발달은 인류의 지식을 비약적으로 발전시켰다. 인간은 학교에서 학습하든, 책을 읽든, 인터넷으로 문서를 보든, 온라인에서 토론하든 결국은 직간접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학습한다. 즉, 인간의 지식 습득과 축적은 대부분 선생님, 동료, 책 저자 등 다른 사람과의 지식 교류와 경험을 통해 완성된다.

현재 우리가 인공지능에 대해 갖고 있는 기대와 다른 한편의 불편함은 인간이 처음으로 접하게 되는 새로운 지능에 대한 불안감이다. 여기서 지능이란 지식을 이용하여 주어진 환경에서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는 능력이다. 우리가 처음 인공지능을 개발한다고 했을 때 우리 질문의 핵심은 “어떻게 기계가 지능을 가질 수 있을까?”였다.

인공지능의 발달은 기존의 지식을 직접 넣는 방식에서 기계 학습이라 부르는 데이터를 넣어 주는 방식으로 변화했다. 데이터 방식에서는 지식을 직접 넣어주는 대신 사례(데이터)를 넣어주고 기계가 패턴을 인식해 지능을 구현하게 만드는 방식이다. 특히 인공 신경망으로 대표되는 지금의 딥러닝 기반의 인공지능은 모두 데이터 기반의 기계학습 방식이다.

알파고의 성공으로 대표되는 이 기계학습 방식은 지금의 인공지능의 표본으로 자리 잡았다. 이 인공지능은 스스로 지식을 만들기 때문에 인간이 지금까지 쌓아온 지식과 다른 방향을 향하고 있다. 우리는 의료적 판단, 사물 인식, 불량 인식, 게임 등에서 이 새로운 인공지능이 인간을 이기는 것을 목격했다. 기계학습에 더해, 현재 우리는 챗GPT로 대표되는 ‘거대언어모델(LLM ·Large Language Model)’이란 새로운 타입의 지능과 마주하게 됐다. 이 지능 역시 이전의 딥러닝 방식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기계가 직접 문장을 읽고, 또 최근에는 동영상을 시청하며 지식을 습득하고 있다. 물론 우리는 이 인공지능이 표현(생성)하는 지식이 기존 지식의 적당한 조합이며, 의미론적 실재감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지구 상에 존재하는 모든 기존 지식을 습득하고 그것의 조합을 만들기 시작한다면, 우리는 ‘이것이 지금까지 우리가 만들었던 지식과 어떻게 차이가 나는가’를 깊이 고민하게 될 것이다.

AI 도움 받으면 전문가 능력도 ‘쑥쑥’

딥러닝 기반을 활용한 자동 뼈 나이 측정: 정확도와 효율성의 평가

딥러닝 기반을 활용한 자동 뼈 나이 측정: 정확도와 효율성의 평가

지금까지 발전해온 생각하는 기계는 우리의 의사 결정을 도와주는 역할을 했다. 계산기는 숫자 계산을 빠르게 보여주었고, 컴퓨터는 우리가 기존에 갖고 있던 지식을 정해진 규칙에 따라 실행해 보여주었다. 하지만 지금의 인공지능은 단순 의사 결정 보조 수단에서 벗어나 우리의 학습과 관련해 사회적 시스템으로 들어오고 있다. 이제 기계는 도구가 아니라 우리의 동료가 될 수도 있고, 코치가 될 수 있으며, 매니저가 될 수도 있다. 인간의 고유 영역이 사회 시스템을 통한 지식 습득이었다면, 이제 이 새로운 지능은 사회적 지식 시스템의 일부가 되고 있는 것이다.

요즘 회사의 많은 젊은 직원들은 업무 중 챗GPT를 켜놓고 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60% 이상의 직장인들은 이 인공지능을 동료로 여긴다. 현재 구글에서 진행하고 있는 마젠타 프로젝트에서는 많은 음악가와 예술인들이 인공지능 동료와 함께 새로운 작품을 작업하고 있다. 최근 많은 관심을 가진 휴머노이드 로봇은 나의 말벗, 나를 친절하게 가르쳐 주는 교육자, 나를 돌보아 주는 간병인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인공지능은 코치의 역할도 하고 있다. 팀원 간의 대화를 살피며 한쪽으로 치우쳐지는 것을 경계하도록 하고, 현재 진행 중인 재판과 관련한 판례를 스스로 찾아 주고, 내가 거래하는 주식에 대한 위험성과 기회도 알려준다.

앞서 예시로 보여준 뼈 나이를 읽는 인공지능 역시 도구로 보기보다는 전문가의 판단으로 볼 수도 있다. 이때 인간은 선생, 동료에게 배우듯 이 새로운 사회 시스템을 통해 배우게 된다. 지금까지 우리는 언제, 어떤 상황에서 다른 사람과의 지식 교류를 통해 새로운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지에 대해 많은 연구를 진행해 왔다. 하지만 그 대상이 인공지능이라는 새로운 지능일 때는 상황이 달라진다. 우리는 이 새로운 지능과 어떻게 교류하고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지 아직 모르는 것이 훨씬 많다. 뼈를 읽는 문제에서 보듯 전문 지식이 많을수록 인공지능의 도움을 많이 받을 수 있다. 이는 앞으로 인간을 통해서만 배운 전문가가 인공지능을 추가해 학습한 전문가보다 못할 수 있다는 점도 시사한다. 특히, 단순 결과만 던져주는 시스템에서 설명 가능한 인공 시스템으로 발전하게 된다면 전달하는 지식의 양과 깊이는 비약적으로 확대될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어떤 분야든 전문가들은 인공지능의 능력에 대해 주의를 갖고 봐야 할 것이며, 인공지능을 공부하는 학생들도 전문 지식 깊이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한다고 권하고 싶다.

이준기 연세대 정보대학원 교수. 서울대에서 계산통계학과를 졸업 후, 카네기멜론대 사회심리학 석사, 남가주대 경영학 박사를 받았다. 국가 공공데이터 전략위원회에서 국무총리와 함께 민간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AI 로 경영하라』 『오픈콜라보레이션』 『웹2.0과 비즈니스 전략』 등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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