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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정부, 생활고 해결 못하고 소통 부족"…與 참패 꼬집은 외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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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제주 서귀포시 지역구 개표장인 올림픽기념국민생활관에서 10일 개표 작업이 한창이다. 연합뉴스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제주 서귀포시 지역구 개표장인 올림픽기념국민생활관에서 10일 개표 작업이 한창이다. 연합뉴스

외신들이 한국의 국회의원 선거(총선) 결과를 두고 "윤석열 정부가 물가 등 민생 현안에 집중하지 못하고 소통을 못해 여당이 참패했다"는 평가를 일제히 내놨다. 190석이 넘는 거야(巨野) 정국에서 윤 정부가 경제 현안 해결에 대한 거센 압박을 받을 것이란 관측과 함께다. 일각에선 윤 대통령이 구체적 성과를 낼 수 있는 외교 정책에 오히려 더 집중할 가능성도 거론됐다.

1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생계 문제가 중요한데 윤 대통령의 일방적인 의사 결정 태도가 총선 패배라는 결과를 낳았다"고 한국 총선 결과를 짚었다. 그러면서 "의료개혁 등 대중적인 인기 정책을 펴면서도 소통이 부족했다"며 "이 때문에 정치적으로 온건한 중산층 유권자의 지지를 잃었다"고 꼬집었다.

BBC와 가디언 등 다른 영국 언론도 야당의 압승 원인을 "한국 경제 상황에 대한 대중의 분노"라 보도했다. 특히 가디언은 "이번 선거가 생활비 위기 등으로 인기가 떨어진 윤 대통령에 대한 '중간 신임 투표' 성격이 짙었다"고 전했다.

한국 민주주의 역사상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한 채 5년 임기를 마쳐야 하는 최초의 대통령이 되면서 정책 추진의 구심력을 잃게 될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BBC는 "윤 대통령이 물가 상승, 인구 고령화, 의사 파업 등 여러 현안을 해결하라는 압박을 더 거세게 받을 것"이라며 "(직전 국회보다 더 강력해진 야당의 압박에) 외교 정책 이외엔 별다른 성과 없이 퇴임을 맞이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간 윤 정부가 '금융투자소비세(금투세) 폐지' 등 감세 기조를 이어가며 경제 활력을 꾀했지만, 이번 총선 참패로 차질이 예상된다는 전망도 나왔다. 금투세 폐지는 더불어민주당이 '부자 감세'를 이유로 반대해왔던 사안이라 사실상 좌초될 위기에 놓였다는 분석에서다. 이와 관련, 뉴욕타임스(NYT)는 "법인세 인하를 비롯해 오래도록 별다른 진전이 없었던 각종 기업 친화적 정책들이 더 복잡하게 꼬이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13일 경남 사천시 삼천포용궁수산시장을 찾아 상인들과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13일 경남 사천시 삼천포용궁수산시장을 찾아 상인들과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단, 외교·안보 정책과 관련해선 이번 선거 결과가 당장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란 게 외신들의 중론이다. 일부 외신은 윤 대통령이 향후 외교 쪽에 오히려 더 방점을 찍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조앤 조 웨슬리안대 동아시아학 연구교수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윤 대통령의 업적은 대부분 대미외교 정책, 즉 미국과의 경제적 연계를 강화하고 일본과의 양자 및 삼자 관계를 개선한 것"이라며 "남은 임기 동안 국제 문제에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메이슨 리치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윤 대통령으로선 여전히 법적 권한이 있는 외교 정책에 집중하고 싶은 유혹을 느낄 것"이라고 로이터에 말했다.

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석좌 등이 이날 내놓은 '한국 총선 결과와 함의'라는 보고서에선 "윤 대통령의 국내외 정책은 상당한 역풍에 직면할 것이지만, 한국의 외교 정책은 포퓰리즘에 기반을 두지 않기 때문에 현재의 방향성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도 '여소야대' 정국이 이 같은 외교 노선의 걸림돌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내놨다. 보고서는 "야당은 윤 대통령의 외교정책이 비실용적이란 비판의 목소리를 높일 것"이라며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선거 운동 기간에 대만해협 및 우크라이나 문제에 대해 중립성을 옹호했다. 이는 윤 대통령의 접근 방식과 대비되며 이런 전략적 분열은 새 국회에서 더욱 심화할 것"이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8월 18일(현지시간) 미국 메릴랜드주에 위치한 미국 대통령 별장 캠프 데이비드에서 한미일 정상회의에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만나 기념 촬영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8월 18일(현지시간) 미국 메릴랜드주에 위치한 미국 대통령 별장 캠프 데이비드에서 한미일 정상회의에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만나 기념 촬영하고 있다. 뉴시스

이와 관련, WSJ은 "한국의 보수당이 차기 대선에서 정권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계속 들면, 한국의 '친구', 심지어 '적'들은 윤 대통령의 외교정책 방향에 유효기간이 있다는 가정 아래 움직일지 모른다"고 짚었다.

일본 언론은 특히 한·일 관계 개선 움직임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례로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윤 대통령이 일본을 중시하는 외교 정책에 변화를 주지 않겠지만, 일본에 비판적인 야당 견제로 한·일 관계 개선에 부정적 영향이 미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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