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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관가 “좋아요도 누르지 마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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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기획재정부 공무원 김모(48)씨는 지난달 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오른 동영상에 무심코 ‘좋아요’를 눌렀다. 4·10 총선에 출마한 고향 선배가 선거 유세를 하는 내용이었다. 그는 며칠 뒤 직장 동료로부터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을 수 있으니 조심하는 게 좋겠다”는 조언을 듣고 ‘좋아요’를 취소했다.

중앙부처가 밀집한 정부세종청사에 선거 막판 ‘불조심’ 경계령이 떨어졌다. 후보 선거운동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는 것은 물론이고,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의 업적을 홍보해서도 안 된다. SNS에서 정치적 의견에 대한 의사표시를 하는 것도 금지다. 총선에 관료 출신이 다수 출마한 데다, 대통령까지 선거 중립 위반 혐의로 고발당할 정도로 공무원의 ‘관권(官權)선거’ 논란이 극심한 상황이라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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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부터 윤석열 대통령이 전국을 돌며 22차례 주재한 민생토론회가 대표적이다. 야당은 지역마다 맞춤형 개발 사업을 발표하고, 공무원을 동원한 행위가 선거법 위반이라며 대통령을 경찰에 고발했다. 야당은 또 최근 금융감독원이 양문석(경기 안산갑)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새마을금고 불법 대출 의혹을 신속하게 조사한 건에 대해서도 “새마을금고 검사권이 없는 금감원이 총선 전에 야당에 불리한 결과를 보여주려는 의도에서 선제 검사에 나섰다”며 관권 선거라고 주장했다.

해당 사건이 관권 선거라는 근거는 불분명하다. 양문석 후보 불법 대출 의혹 사건의 경우 오히려 선거에 앞서 신속하게 사실을 규명하는 게 선거 취지에 부합하는 측면도 있다. 다만 선거마다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논란이 불거지고, 고발로 이어지는 행태를 반복하는 것이 소모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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