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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첫손 꼽는 아동도서전, 어린이와 청소년은 출입금지[BOOK]

중앙일보

입력

2024 볼로냐아동도서전에서 8일(현지시간) 안데르센상 수상자를 발표하는 모습. 이후남 기자]

2024 볼로냐아동도서전에서 8일(현지시간) 안데르센상 수상자를 발표하는 모습. 이후남 기자]

"제가 최종후보(6명)에 오른 걸 우리 아동문학 작가들이 자기 일처럼 기뻐해준 데 감동했어요..아동문학계에서 다 함께 응원해 준 게, 올해 저의 등단 60주년 기념 선물 같습니다."

 이탈리아 볼로냐아동도서전에서 만난 이금이 작가의 말이다. 8일(현지시간) 발표된 올해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이하 안데르센상)의 글 작가 부문 수상자는 오스트리아의 하인츠 야니쉬.

 수상 못 한 아쉬움 대신 이 작가는 후보에 오른 것 자체가 "기쁘고 영광스럽다"고 했다. "최종후보 자체가 생각 안 했던 일에요. 서구에 널리 알려진 다른 분들과 달리 저는 국제출판계에 소개된 게 2021년 『알로하, 나의 엄마들』영문판이 나오면서거든요."

안데르센상 수상자 발표 전 볼로야아동도서전 출협 부스에서 만난 이금이 작가. 올해 11월말 개막하는 부산국제아동도서전과 6월 서울국제도서전을 알리는 포스터가 뒤에 보인다. 이후남 기자

안데르센상 수상자 발표 전 볼로야아동도서전 출협 부스에서 만난 이금이 작가. 올해 11월말 개막하는 부산국제아동도서전과 6월 서울국제도서전을 알리는 포스터가 뒤에 보인다. 이후남 기자

 영문판이 나온 그의 작품은 이를 포함해 두 권. 이 작가는 영문판 없는 다른 두 작품을 각각 한국문학번역원과 한국판 출판사가 번역 파일로 만들어 심사에 제출하게 해준 것에 고마움을 표했다. 그림책과 달리 번역이란 장벽을 넘어야 하는 것은 국제적인 상을 포함해  한국아동청소년문학의 세계 진출 준비에 중요한 대목으로 보인다.

올해 라가치상 수상 책들을 매달아 전시한 모습. 왼쪽에 '김지안 작가의 '달리다 보면',오른쪽에 서현 작가의 '호랭떡집'이 보인다. 이후남 기자

올해 라가치상 수상 책들을 매달아 전시한 모습. 왼쪽에 '김지안 작가의 '달리다 보면',오른쪽에 서현 작가의 '호랭떡집'이 보인다. 이후남 기자

 국제아동청소년도서협의회가 주관하는 안데르센상과 달리 라가치상은 올해 한국 작품 세 권이 수상했다. 김지안 작가의 『달리다 보면』, 서현 작가의 『호랭떡집, 최연주 작가의 『모 이야기』가 각각 부문별 우수상을 받았다.

올해 라가치상 수상 책들을 공중에 매달아 전시한 모습. 최연주 작가의 '모 이야기'가 앞쪽에 보인다. 2024 볼로냐 아동도서전 현장 사진. 상세 크레딧은 확인 필요. [사진 이후남 기자]

올해 라가치상 수상 책들을 공중에 매달아 전시한 모습. 최연주 작가의 '모 이야기'가 앞쪽에 보인다. 2024 볼로냐 아동도서전 현장 사진. 상세 크레딧은 확인 필요. [사진 이후남 기자]

볼로냐아동도서전이 주관하는 라가치상은 5개 부문별로 대상 한 권과 우수상 2~3권을 수상작으로 뽑아 사전에 발표한다. 한국 작품은 2004년 이후 거의 매년 수상하는 저력을 발휘해왔다. 라가치상은 작가의 평생 작업에 대해 주는 안데르센상과 달리 신인 작가의 작품만 심사하는 부문도 있다.

2022년 『커다란 손』으로 라가치상을 받은 최덕규 작가의 신작 『폴드 앤 언폴드』(Fold and Unfold)가 대한출판문화협회(출협)가 마련한 한국 출판사들의 부스에서 눈에 띈다. 페이지를 넘겨 반으로 접으면 앞쪽 페이지와 새롭게 연결되는 독특한 형태의 그림책이다. “항공편으로 갖고 온 물량이 많지 않아 벌써 동났다"는 게 이를 펴낸 독립출판사 윤에디션 김윤정 대표의 말.

볼로냐 아동도서전. 한국 출판사들의 부스 중 한 곳이다. 사진 이후남 기자]

볼로냐 아동도서전. 한국 출판사들의 부스 중 한 곳이다. 사진 이후남 기자]

그는 볼로냐아동도서전은 "출판사나 에이전시 관계자만 아니라 사서, 독서 활동가들이 모이는 곳"이라며 "좋은 책이 보이면 활동가가 출판 에이전트를 데려오기도 한다"고 전했다. 올해 출협 부스에 참가한 출판사는 32곳. 지난해 26곳보다 늘었다. 이와 별도로 문체부·한국출판문화진흥원이 마련한 공간에서는 이금이 작가를 비롯해 작가들에 초점 맞춘 전시관과 수출상담관이 운영됐다.

볼로냐아동도서전. 한국 전시관 모습이다. 이후남 기자

볼로냐아동도서전. 한국 전시관 모습이다. 이후남 기자

 볼로냐아동도서전은 올해로 61회. 오랜 역사와 함께 매년 각국 1000여개 출판사와 5000여명의 참가자들이 모여 아동도서출판계에서 첫손에 꼽는 행사다.

볼로냐아동도서전. 올해의 주빈국인 슬로베니아 전시관 모습이다. 이후남 기자

볼로냐아동도서전. 올해의 주빈국인 슬로베니아 전시관 모습이다. 이후남 기자

아동도서전이지만 아이들은 보이지 않는다. 어른들, 즉 출판관계자를 위한 전문 행사로 18세 미만은 아예 출입이 허용되지 않는다. 어른들이라도 바쁜 걸음 사이에 기념사진을 찍는 등 아이들 못지않게 행사를 즐긴다. 한쪽의 긴 벽에 전 세계 일러트스레이터(그림 작가)들이 연락처와 함께 그림을 빼곡하게 붙여놓은 모습도 흥미롭다.

볼로냐 아동도서전. 일러스트레이터(그림 작가)들의 그림이 연락처와 함께 빼곡히 붙어 있다. 이후남 기자

볼로냐 아동도서전. 일러스트레이터(그림 작가)들의 그림이 연락처와 함께 빼곡히 붙어 있다. 이후남 기자

한국 출판계는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올해 11월 말 부산 벡스코에서 개막하는 ‘2024 부산국제아동도서전’은 한국에서 처음 열리는 국제아동도서전. 출협이 주최하고 문체부·부산광역시가 후원한다. 주일우 서울국제도서전 대표는 "교육 관련 콘텐트까지 아우르며 아시아권을 중심으로 세계의 협력을 이끌어내려 한다"고 말했다. 물론 볼로냐와 달리 어린이·청소년 독자들을 위한 여러 행사가 열릴 예정이다.

볼로냐 아동도서전. 대형 입간판은 참가자들이 기념사진을 찍는 단골 장소다. 이후남 기자

볼로냐 아동도서전. 대형 입간판은 참가자들이 기념사진을 찍는 단골 장소다. 이후남 기자

볼로냐 이후 또 다른 숙제도 있다. 지난해 서울국제도서전 수익 정산회계과 관련한 갈등이 불거진 이후 문체부는 관련 수사가 진행 중이란 이유에서 출협을 통한 직접 지원을 중단했다. 출협 부스에 참가한 각 출판사가 부담하는 비용이 지난해보다 커진 것도 이런 결과다. 문체부는 기존의 관련 예산 등을 공공기관인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을 통해 집행한다는 입장. 정부와 출판계의 갈등이 해결되지 않으면 국제도서전마다 이번 볼로냐처럼 '한 집안 딴 살림' 전시가 이어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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