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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품 확인 전, 그림 내려달라" 박수근 유족, 美미술관에 항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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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근의 '와이키키'(1960년대)라는 제목으로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미술관(LACMA)에서 전시중인 유화. 중앙포토

박수근의 '와이키키'(1960년대)라는 제목으로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미술관(LACMA)에서 전시중인 유화. 중앙포토

진품으로 확인되기 전까지 전시에서 내려달라.

한국화랑협회(회장 황달성)가 미국 로스앤젤레스 카운티미술관(LACMAㆍ라크마)에서 박수근ㆍ이중섭의 이름으로 전시 중인 그림에 대해 보낼 질의문이다. 협회는 4일 감정운영위원회를 열고 내주 초 라크마 마이클 고반 관장 앞으로 공식 질의서를 보내기로 했다. 라크마에서 지난 2월 25일부터 전시 중인 ‘한국의 보물들’에 출품된 4점의 진품 확인 근거와 소장 이력을 묻는 내용이다. 전시작에 위작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는 내용도 포함된다〈본지 2월 29일자 18면〉.

박수근의 '세 명의 여성과 어린이'. 라크마 측은 "뒷면에 적힌 날짜상 1961년작"이라고 병기했다. 중앙포토

박수근의 '세 명의 여성과 어린이'. 라크마 측은 "뒷면에 적힌 날짜상 1961년작"이라고 병기했다. 중앙포토

협회 감정위원회는 이를 위해 박수근연구소(소장 박진흥)와 문제 그림들을 직접 본 윤범모 전 국립현대미술관장(협회 감정위원)과 의견을 조율했다. 특히 박수근연구소는 “박수근 작품의 지식재산권을 가진 유족 대표로서 전시작이 박수근의 것이라는 근거가 확인되기 전까지 전시를 중단하길 요청한다”는 입장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1950년대 초반 이중섭이 타일에 그린 '기어오르는 아이들'"이라는 명제표와 함께 전시장에 걸린 그림. 중앙포토

"1950년대 초반 이중섭이 타일에 그린 '기어오르는 아이들'"이라는 명제표와 함께 전시장에 걸린 그림. 중앙포토

윤 전 관장은 "2년 전 한국 근대미술 공동기획전을 하러 가서 수장고의 해당 그림들을 보고 위작이라는 의견서를 써 줬다. 위작이라기에도 조악한 수준의 이런 그림들을 전시할 줄은 몰랐다"고 말한 바 있다. 본지는 지난 2월 말 전시 개막 당시 제기된 위작 의혹에 대해 첫 보도했다. 당시 라크마 측은 중앙일보 질의에 “기증 얘기가 나온 3년 전부터 소장 이력 등을 충분히 조사했다. 출품된 20세기 중반 유화는 모두 기증자 집안에서 50년 넘게 소장해 왔다"고 답했다.

라크마의 '한국의 보물들' 전시장 입구. 중앙포토

라크마의 '한국의 보물들' 전시장 입구. 중앙포토

미 서부 최대의 공립미술관인 라크마는 한 재미교포가 2021년 기증한 한국 고미술품과 근현대미술을 추려 ‘한국의 보물들’이라는 제목으로 전시 중이다. 미술관은 기증자에 대해 “우리 미술관 이사회 일원이었으며, ‘명성황후’로 알려진 한국 왕비의 후손”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이중섭의 ‘황소를 타는 소년’(1953~54년)이라는 제목으로 전시중인 그림. 중앙포토

이중섭의 ‘황소를 타는 소년’(1953~54년)이라는 제목으로 전시중인 그림. 중앙포토

화랑협회가 해외미술관에 위작 관련 공식 질의서를 보내는 것은 이례적이다. 협회 측은 “정부가 1946년 이후 제작된 미술품은 제한 없이 해외에 보내거나 전시ㆍ매매할 수 있도록 법 개정 중인 만큼, 향후 유사한 논란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질의서를 보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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