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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권석천의 컷 cut

사는 걸 겁내지 않는 방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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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권석천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권석천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지쳐서 잠들었다 깨어보니 여전히 사막 600m 상공이다. 몸을 조금만 숙여도 아래로 떨어질 것만 같다. 먹을 것은 물론이고 마실 물도 없다. 사방을 아무리 둘러봐도 날 구해줄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내가 죽기만을 기다리며 독수리들이 주위를 맴돌고 있다.

영화 ‘폴: 600미터’가 설정한 위기상황이다. 주인공 베키가 이 상황에 놓인 것은 함께 암벽등반을 하던 남편이 추락사하면서다. 슬픔에 허우적거리는 그녀에게 친구는 새롭게 도전해보길 권한다. 사막에 방치된 낡은 송신탑에 오르자는 것이다. 주저하던 베키는 남편이 남긴 말을 떠올리며 결심을 굳힌다. “죽는 게 두렵다면 사는 걸 겁내지 말라(don’t be afraid to live).”

컷 c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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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송신탑 꼭대기에 올라선 두 사람은 환호성을 올린다. 그러나 내려서려는 순간 삐걱거리던 사다리가 송두리째 떨어져 내린다. 둘은 이제 다리 뻗기도 힘든, 좁은 공간에 고립된다. 눈을 뜨기도 아찔한 그곳에서 어떻게 살아나갈 수 있을까?

살 길은 오로지 “사는 걸 겁내지 말라”는 말 속에 있다. 무슨 의미일까. 우선은 “겁내지 말라”는 말이 필요할 만큼 ‘가슴 뛰는 일을 하라’는 것이다. 안전하기만 한 삶이라면 겁을 내고 말고 할 것도 없다. 그만큼 심장이 쫄깃해지는 도전에 나서라는 것이다.

두 번째는 ‘무섭고 떨리더라도 포기하지 말라’는 것이다. 무섭고 떨리는 건 당신이 살아 있다는 증거다. 죽으면 무섭지도, 떨리지도 않는다. 막막한 허공 위에 있더라도, 다리가 후들거리더라도 로프를 향해 손을 뻗어야 한다. 살기 위한, 필사적인 노력을 멈춘다면 죽는 수밖에 없다.

한 발 더 내딛기만 하면 되는데 쉽게 포기하고, 후회하고, 핑계를 대곤 한다. 기억하자. 떨리면 떨리는 대로 떨림과 함께 가면 된다. 머뭇대고 망설이기엔 영화 속 대사처럼 “인생은 짧고” “방법은 늘 있다”.

권석천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