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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로 향하는 한국어에 두 날개를 달아주다. 고품격 한국어: 사자성어 · 상용속담

중앙일보

입력

한국어의 위상이 세계적으로 높아졌다. K-팝, K-드라마 같은 한국 문화가 세계를 휩쓸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한국 기업이 세계적으로 웅비하여 현지 법인의 직원이 되는 것이 꿈이라는 젊은이들이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에 기인한다. 세계 각국의 대학에서 한국어과가 앞다투어 우후죽순 처럼 늘어나고 있다. 지원율과 인기도 중국어과나 일본어과를 크게 능가한다는 희소식이 해외 한국학회에 속속 전해지고 있다.

한국어가 초급 단계에서는 대단히 배우기 쉽다. 24개 자모로 이루어진 한글 덕분이다. 그러나 한국어는 갈수록 어려워진다. 외국인은 물론 한국인도 마찬가지다. 한국어의 70% 이상이 한자어이기 때문이다. 수준 높은 한국어를 구사하기 위해서는 한자어 중에서도 특히 사자성어를 익혀야 하며, 속담을 많이 알아야 한다. 한국어의 품격을 높여 주고 받쳐주는 두 기둥이 바로 사자성어와 상용속담이다.

한국어 학습 수요가 양적으로 많이 늘어남에 따라 질적 수요도 대단히 높아지고 있다. 즉, 한국어에 두 날개를 달아주어야 할 필요성이 생겼다. 국내외의 이러한 수요에 적시타를 친 책이 나와서 관심을 끌고 있다. 고품격 한국어의 두 날개 격인 사자성어와 상용속담을 한국어와 영어로 설명해 주는 책(〈주〉속뜻사전교육출판사)이 출간되어 국내는 물론 전 세계 한국어 열풍에 ‘북[鼓] 치고 피리 부는[吹]’ 고취(鼓吹) 역할을 톡톡히 할 것 같다. 이로써 한국인과 세계인의 한국어 질적 수준이 높아질 것이다. 나아가 K-문화의 세계화도 더욱 앞당겨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책은 한국어문회가 8급에서 2급까지 선별하여 정한 424개 사자성어에 대하여 왜? 어떤 뜻이 되는지? 그 이유를 이해하기 쉽도록 속뜻을 일일이 풀이해 주고 있다. 한자어 속뜻 풀이가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이다. 한자 기초 지식이 없어도 알기 쉽도록 설명하고 있고, 영어도 병기되어 있다. 그래서 영어와 한자 공부를 한꺼번에 할 수 있다. 사자성어를 통하여 한자를 익히고, 그렇게 쌓인 한자 지식이 다른 사자성어를 학습하는 데 도움이 되는 선(善)순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특히, 부록 2 〈사자성어 짝짓기〉(Pairing of Four Character Idioms)가 처음 선을 보여 학습자들을 매료시킨다. 한자 학습의 새로운 길, 즉 신작로(新作路)를 개척한 것이라는 평가를 얻고 있다. 424개 사자성어를 쉽게 외울 수 있도록 세 가지 유형으로 짝짓기해 놓은 것이다. 즉, ➊첫말 짝짓기(예: 一波萬波, 一片丹心, 一筆揮之, 一喜一悲), ➋ 끝말 짝짓기(예: 富貴在天, 不俱戴天, 人命在天, 坐井觀天, 至誠感天), ➌끝말잇기(예: 十中八九, 九死一生, 生不如死, 死生決斷, 斷機之戒). 이렇게 짝을 지어 익히면 이해가 잘되어 기억도 쏙쏙 잘된다. 여태껏 다른 책에서는 없었던 초유의 한자 학습법이다. 여타의 한자책에서는 한자 필순을 복잡다단하게 설명하기 때문에, 일반 학습자들이 한자를 어렵게 생각하고 피한다. 이 책의 저자는 ‘한자 필순 5대 원칙’을 제시하였다. 누구나 알기 쉬운 이 원칙에 따라 각각의 사자성어를 두 번씩 덧칠하듯이 쓰다 보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한자가 익숙해진다고 역설하며 학생들을 위로해 준다.

제1부 사자성어에 이어, 제2부 속담은 상용되는 빈도가 높은 240개를 엄선하여, 속뜻과 비유 의미를 한국어와 영어로 자세히 풀어주고 있다. 아울러 뜻이 같거나 비슷한 영어 속담도 제시하고 있어, ‘꿩 먹고 알 먹는’ 일거양득(一擧兩得) 효과가 기대된다. 이를테면, “거미도 줄을 쳐야 벌레를 잡는다.”는 우리 속담에 대하여 영어로 “Even spiders need a string to catch insects.”라고 직역한 다음, “No gains without pains.”이라는 영어 속담을 겸사겸사 소개하고 있다.

부록1 〈사자성어 요약표〉도 대단히 유용하고 유익하다. 이것만 매일 조금씩 줄줄 읽어봐도 사자성어가 쉽게 체득되는 효과가 있다. 옛날이야기에 바탕을 둔 고사성어 50개가 만화 형태로 설명된 부록 3도 흥미를 돋우고 있다. 이상 세 가지 부록이 성어 학습을 참으로 재미있고 효과적으로 하는 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이 책의 저자(69세, 全廣鎭, 성균관대 중문학과 명예교수)는 문자가 없는 소수 민족에게 한글을 보급하는 ‘한글 수출’ ‘한글 세계화’에 관한 논문을 가장 많이 쓴 학자로도 유명하다. “한글은 읽기를 잘하게 하고, 한자는 생각을 잘하게 한다.”는 지론을 펼치며, 한글이 숟가락이라면 한자는 젓가락이라는 ‘한글 한자 시저론’(匙箸論)를 처음 주장하기도 하였다. 한글 전용 시대 학생들이 한자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여, 말뜻을 이해하지 못한 채 암기에만 의존하는 실정을 안타깝게 여기고 있다. 공부의 암인 빈어증(貧語症)에 걸려 문해력이 뚝뚝 떨어지는 참담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하여 각종 노력을 기울여 왔다. 한자를 안 배운 학생도 한자를 힌트로 활용할 수 있도록 속뜻사전 시리즈(〈우리말 한자어 속뜻사전〉, 〈속뜻풀이 초등 국어사전〉, 〈선생님 한자책〉)를 편찬하였다. 이런 끊임 업는 노력으로 ‘암기에서 이해로 대한민국 교육 혁명’을 주도하였다.

중국(대만)에서 출판된 그의 전공 저서 2종(〈漢藏語同源詞綜探〉: 중국어-티베트어 동일 어원 어휘에 대한 종합 탐구, 〈兩周金文通假字硏究〉: 주나라 청동기 명문에 쓰인 동음 가차 문자 연구)는 중국어 어원론과 중국 고문자학 분야의 전문 저작으로 손꼽힌다. 중문학과가 개설된 각국 대학 도서관에는 반드시 소장되어 있다. 이번에 나온 책은 실용 학술서이기는 하지만, 미증유의 아이디어가 많이 반영되어 있다. 그것들은 모두 저자의 튼튼한 전문 학술 기초에 뿌리를 두고 있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학술적 내공과 천착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러한 학술적 배경에서 탄생된 〈고품격 한국어: 사자성어·상용속담〉은 나오자마자 선풍적인 호응을 얻어 각계각층의 서평이 줄을 잇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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