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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병원 축소 근무”…오늘부터 주말·야간 진료 안할수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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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의과대학·병원 교수들에 이어 동네병원(개원의)도 1일부터 진료시간 축소에 들어간다. 이에 따라 의료 공백은 더욱 심화할 전망이다. 사진은 31일 서울시내의 한 대형병원. [연합뉴스]

의과대학·병원 교수들에 이어 동네병원(개원의)도 1일부터 진료시간 축소에 들어간다. 이에 따라 의료 공백은 더욱 심화할 전망이다. 사진은 31일 서울시내의 한 대형병원. [연합뉴스]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의협 비대위)가 1일부터 주말·야간에 진료하지 않는 등 주 40시간 축소 근무를 하기로 했다. 김성근 의협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은 31일 열린 의협 비대위 비공개회의 직후 이런 결정 내용을 전했다. 앞서 지난달 30일에는 전국 20개 의대·수련병원 비상대책위원회가 모인 전국의과대학교수 비대위(이하 의대 교수 비대위)가 1일부터 24시간 연속 근무한 뒤 다음 날 주간근무를 쉬는 등 대학병원 교수 등도 외래 진료 및 수술 축소를 결정했다.

김성근 위원장은 “참여를 강요할 수 없지만, 개원의가 참여할 방안이 뭔지 고민해 왔고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는 데 의견이 모였다”고 설명했다. 의대 증원에 대한 의사들의 반감이 커 개원의 참여율이 2020년 의사 집단행동 당시(6~8%)보다 높아질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의협 비대위는 대화 조건으로는 “의대 증원 원점 재논의”를 강조했다.

임현택 의협 회장 당선인은 이날 비대위 회의에 앞서 “이번 사태가 한 달을 넘겼다. 교수들도 더 버틸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과 양당 대표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사태를 해결하실 분은 대통령이고 정치하는 분들”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제일 중요한 주제가 의사 정원 문제인데, (2000명 증원이) 확고한 원칙이라면 ‘협상할 의지가 없다’는 말과 같다”고 덧붙였다.

의대 교수에 이어 개원의들까지 같은 날 축소 근무에 들어가면서 환자들 걱정이 커졌다. 의대 교수들의 진료 축소 발표 직후 환자들이 모인 인터넷 카페 등에는 “몇 개월 기다려 4월에 진료받기로 했는데 9월로 진료가 연기됐다” “5월 진료 취소 문자를 받았는데 환자만 피해를 보고 있어 너무 화난다” “의정 두 고래싸움에 국민 새우등만 터진다”는 글이 올라왔다. 한국백혈병환우회 등 9개 환자단체가 함께하는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지난달 25일 “우리 목숨은 의료계와 정부 갈등으로 희생돼 좋을 하찮은 목숨이 아니다”고 호소했다.

의대 교수 비대위 결정에 따라 당분간 외래·수술 일정 조정이 불가피하다. 의대 교수 비대위에는 주요 대형병원(이른바 ‘빅5’ 병원)이 속해 있다. ‘빅5’ 병원의 한 외과 교수는 “(전공의가 없어서) 종일 외래에 이어 야간당직과 다음 날 수술까지 이어지면 36시간 연속 근무가 빈번했는데, 앞으로는 조절 가능한 범위 안에서 진료 축소를 진행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의대 교수 비대위는 ▶의대 정원 배정 철회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의 언론 대응 제외 ▶대화의 장 마련 등을 정부에 요구했다.

이미 지난달 25일부터 주 52시간 근무를 시작한 전의교협도 “1일부터 외래 진료를 최소화하겠다”고 예고했다. 충북대병원은 대학병원 중 처음으로 5일부터 금요일 외래 진료를 중단한다. 전의교협 관계자(의대 교수)는 “업무가 과중해지면서 비응급·중증 환자 진료를 줄이고, 응급·중증 환자 진료에 집중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보건복지부는 진료 차질을 최소화하기 위해 비상진료체계를 강화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의료계는 적극적으로 대화에 임해 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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