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신매매 된 여성들「해외수출」급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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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날로 흉포화해 가는 인신매매를 보다 효과적으로 근절하기 위한 방안으로 사회단체간의 협의체가 구성될 전망이다.
서울YWCA를 비롯해, 교회여성연합회, 민주시민운동연합회, 한국특수선교회, 한국청소년선도협회, 한국상담심리연구원, 경기여자기술학원 등 7개 단체는 최근 서울YWCA회관 회의실에서「인신매매추방을 위한 간담회」를 갖고 이같이 결정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각 단체들은 인신매매 상담센터 및 신고전화 운영, 가출청소년선도, 윤락여성 재교육 등 활동상황을 보고한 뒤 인신매매 근절에 공동 대처키 위한 협의체를 구성, 2∼3개월에 한번씩 정기모임을 갖고 정보교환 등에 상호 협력키로 합의했다.
89년 4월「인신매매 신고전화」를 개설한 서울YWCA의 경우 올해 말까지 총3백99건이 접수돼 대부분을 정부기관에 의뢰, 수사해오고 있다고 밝혔는데 주최측은 이번 간담회를 계기로 다른 단체들과 협력, 보다 적극적인 활동을 펼 것을 다짐했다.
한편 이날 발표된 사례조사에 따르면 피해자는 10대에서 20대에 걸친 미혼여성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들 대부분의 피해자는 급증하는 퇴폐유흥업소의 수요에 충당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구체적인 예를 들면 부산 해운대에서 애인과 데이트 중이던 20대 미혼여성이 봉고차를 이용한 인신매매 단에 납치돼 제주도의 요정으로 끌려갔는가 하면 부모님께 꾸중을 듣고 가출한 10대 소녀가 국체결혼상담소를 통해 일본농촌으로 팔려간 경우도 있었다.
교회여성연합회 윤영애 총무는『국내에 매매춘 또는 이와 유사한 유흥접객업소에 종사하는 여성이 약1백만∼1백20만 명에 이르고 있다』고 지적하면서『인신매매는 단순히 납치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며 포주·직업소개소·결혼상담소, 넓게는 기생관광을 묵인하는 정부관계자에게까지 모두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간담회에서 특히 문제점으로 부각된 것은 인신매매의 피해자들이 국내가 아닌 일본 등 해외로 팔려 가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과 가출청소년들이 제 발로 유흥업소를 찾아가는 경우가 보편화돼 간다는 점이다.
윤락여성의 재교육을 담당하는 경기여자기술학원의 박흠모 목사는『학원 생들의 상당수가 잡혀간 것이 아니라 스스로 윤락여성의 길로 들어선 경우가 많았다』면서『양재·미용 등 기술을 배우고 졸업한 학원 생들이 월10만∼15만원 급료를 받는 미장원이나 공장에 취직하기보다는 다시 옛날 생활로 돌아가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말해 이 문제에 대해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함을 시사해 준다.
한편 간담회의 참석자들은 인신매매 근절대책으로 전국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인신매매 신고전화번호를 개설해야 한다는데 공감하고 이를 정부에 강력히 요청키로 했다. <신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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