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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학 안하면 반역자"… 돌아오고 싶어도 못오는 의대생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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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의 의대 한 강의실에서 교수와 학생 각각 1명이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독자 제공

지역의 의대 한 강의실에서 교수와 학생 각각 1명이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독자 제공

지난 26일 오전 충청도에 있는 한 의대 교육관. 본과 1학년 대사의학(Metabolic Biochemistry) 수업이 시작됐지만, 넓은 강의실에는 교수와 학생 두 명만 있었다. 의대 증원에 반대한 학생들이 집단 휴학계를 내면서 연출된 장면이다. 이 학교 관계자는 “가끔 유급을 받으면 안 되는 사정의 학생들이 있어 1대1 수업이 열리기도 한다”며 “언제까지 이런 비정상적으로 학사를 운영해야 하는지 답답하다”고 말했다.

증원에 반대하는 의대생의 집단 휴학 사태가 6주차에 접어들었지만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27일 교육부는 전날(26일)까지 의대생들이 낸 ‘유효 휴학’ 신청 건수는 누적 8967건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4월 기준 전국 의대 재학생(1만 8793명)의 47.7% 수준이다. 26일에도 382명이 휴학을 신청했지만, 1개교가 휴학계 646건을 무더기로 반려하며 직전 집계(9231건, 49.1%)보다 소폭 줄었다. 유효 휴학계는 보호자 동의 등 학칙에 정해진 형식적 요건을 갖춘 휴학 신청을 말한다.

“휴학 안 하면 책임지라는 동의서 받기도”

다생의 계정에 올라온 글.

다생의 계정에 올라온 글.

휴학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일부 학생들은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최근 서울대 익명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의대생으로 추정되는 글쓴이가 “(휴학 찬성 여론이 거센) 의대 익명 채팅방은 ‘학교로 돌아가고 싶다’는 말을 꺼내기가 힘든 분위기다. 꽉 막힌 상황에서 다른 목소리를 억압하지 말아야한다”고 적었다. 또 다른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자신을 의사라고 밝힌 글쓴이가 아주대 의대생 게시판에 “TF팀, 학생회장, 총장 전화는 패싱해야 한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온 것을 공개하며 “전공의들이 휴학, 수업거부 강요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학교 복귀를 주장하는 ‘다생의(다른생각을 가진 의대생)’ SNS 계정에서도 강압적인 유효 휴학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수도권 의대에 다니는 한 예과 학생은 “휴학에 동참하지 않을 경우 모든 책임을 본인이 지겠다는 서약서를 받더라”며 “비민주적이고 폭력적”이라고 지적했다. 다생의 측은 “강경 행동에 동참하지 않는 구성원은 반역자로 여기고 색출 요구하는 분위기가 있다”며 “휴학계에 개인적 사유로 휴학을 신청하라고 하면서 ‘단일대오’를 유지하라는 말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휴학 강요에 대응하기 위해 별도 신고센터를 26일부터 운영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왜 휴학계를 받아주지 않느냐’부터 잡다한 민원까지 신고가 들어온다”고 말했다.

학교는 난감…“정부에 반발하는 측면 커, 중재 나서야”

정부가 의대 증원 배분 발표를 한 20일 대구 한 의과대학 강의실이 의대생 집단 휴학으로 인해 조용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의대 증원 배분 발표를 한 20일 대구 한 의과대학 강의실이 의대생 집단 휴학으로 인해 조용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학교도 난감한 상황이다. 정부와 의대 구성원들 사이에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수업이 언제 정상화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한 지역 사립대 관계자는 “휴학생이 늘면 최악의 경우 증원된 신입생과 복귀한 선배들이 함께 수업을 들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는데 그러면 실험이나 강의 모두 질적으로 저하될 수밖에 없다”며 “학생 수용 여건 때문에 휴학계를 안 받는 게 아니라 못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국립대 총장은 “의대 교수들의 단체행동은 학교의 소통 부족보다는 전국적인 증원 상황에 반발하는 측면이 훨씬 크다”며 “결국 정부가 중재에 나서기 전까지는 무더기 휴학, 사표가 해결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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