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두 돌 맞은「제2민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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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88년 12월 1대의 항공기로 서울∼부산, 서울∼광주 2개국내선에 취항, 복수 민항 시대를 연 아시아나 항공(AAR)이 출범 2년 만인 17일 서울∼홍콩·동남아 노선에 취항한데 이어 27일 서울∼대만노선에도 비행기를 띄운다.
올 1월 서울∼동경노선 등 4개 한일노선 취항으로 국내선에 이어 국제선에서도 우리 항공사끼리의 경쟁체제를 구축한 아시아나 항공은 이제 세계항공시장에서「황금시장」의 하나로 손꼽히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아시아나 항공은 이어 내년 1월 14일 방콕·싱가포르 노선에 각 주3회 취항, 현재의 4개 국제노선을 7개선(5개국 8개 도시)으로 늘리게 된다.
아시아나 항공은 올해 2백40만여 명의 국내선승객과 22만여 명의 국제선승객을 실어 나르면서 이달 12일까지 각각 73.9%, 67.7%의 탑승률을 기록했다.
이같은 실적은 22개국 47개 도시(국내선포함)에 취항하면서 5백51만여 명 및 3백49만여 명의 국내·국제선승객을 실어 나른 대한항공에 비해 외형 면에서는 크게 뒤지고 있으나 국내·국제선에서 각각 76.1%, 75.3%를 기록한 대한항공의 탑승률과 큰 차이가 없었고 국제선 손익분기점이 탑승률 60%선이어서 내용 면에서는 일단「희망적인 실적」으로 분석된다.
동남아노선 취항은 국내선 적자와 신규투자부담의 2중고를 겪고있는 아시아나 항공에 새로운 전기가 될 것이 틀림없다.
동남아노선은 2000년까지 세계항공시장 성장률 6∼7%의 2배에 달하는 연간 11∼12%의 높은 성장률이 예상되고 탑승률도 80%선을 유지하는 고 수익노선으로 주목되고 있다.
아시아나 항공은 이 구간에 최신중형기 B76요300기를 투입하고 1등석(퍼스트클래스)을 처음 개설하는 등 동남아취항을 국제시장 본격진출 도약대로 삼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
그러나 제2민항의 순탄한 성장을 위해 극복해야할 난제 또한 산적해 있다.
국제항공업계는 최근 페르시아만 사태로 인한 고 유가라는 복병으로 유류 절감을 위한 비상체제에 돌입해있다.
항공업계의 거인 미국항공사들은 올해 사상최대의 적자폭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며 항공사들은 이 적자를 줄이기 위해 인원감축은 물론, 연료소모를 줄이기 위해 항공기 탑재 음료수병·신문·잡지무게까지 제한하는 등 안간힘을 쓰고있다.
또한 서울∼동남아 노선은 무제한 이원권을 앞세운 미국 등 대형항공사들이 대대적인 증편과 덤핑요금으로 물량공세를 퍼부으며 극심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서울노선에 노스웨스트·엘타 등 6개 항공사에 이어 내년에 아메리카항공까지 취항케 될 미국항공사들은 아시아나 항공은 물론 대한항공에도 벅찬 경쟁상대인 관계로 자칫 동남아노선에서 국적항공사간의「제살 깎기」경쟁도 우려된다.
특히 제2민항은 안전운항과 서비스개선등 선의의 경쟁을 통한 국적항공사 발전이라는 명분아래 출범했으면서도 점차 대 고객서비스 질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올 들어 11월까지 대한항공은 8.9%의 국내선 지연율을 기록, 지난해 17.7%의 절반수준으로 줄어든데 반해 아시아나 항공은 10.9%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오히려 2.5% 증가했다.
제2민항이 국내항공산업의 세계화와 국민들에 대한 보다나은 서비스제공이라는 본래의 목적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내부 쇄신이 있어야 할 것이다. <권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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