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직 2년 넘기면 정규직 채용 의무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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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보호법이 30일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공조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임채정 국회의장은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본회의장 발언대를 점거한 가운데 법안을 직권 상정해 표결을 강행했다.

한나라당이 열린우리당과 공조한 것은 전효숙 헌법재판소장의 지명이 철회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통과된 법안의 골자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불합리한 차별을 금지하고▶기간제(계약기간 1년 미만) 및 파견 근로자의 고용기간을 2년으로 제한하며▶기간제 근로자는 고용기간이 만료되면 자동으로 정규직화한다는 것이다. 시행은 내년 7월 1일부터다.

법안 통과는 2004년 11월 국회에 비정규직 보호법안이 제출된 지 2년여 만이다. 이 법안은 올 2월 27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한 이후에도 민주노동당 의원들의 법사위 표결 저지로 처리가 지연돼 왔다.

통과된 비정규직 보호법은 ▶기간제와 단시간제 근로자 보호법 제정안 ▶파견근로자 보호법 개정안 ▶노동위원회법 개정안 등 3개 법안으로 구성돼 있다.

이에 따라 내년 하반기부터는 종업원 300인 이상 회사의 기간제(계약직) 근로자가 2년 이상 근무할 경우에는 무기 계약한 것으로 간주돼 해당 기업에서 계속 일할 수 있게 된다. 인력회사에 고용됐지만 실제는 다른 사업장에 파견 나가 일하는 파견직 근로자도 2년 이상 한 사업장에서 일하면 해당 사업장의 근로자로 고용된다.

비정규직이 정규직과 같은 조건에서 같은 일을 하고, 노동 강도도 같다면 임금 등에서 차별을 둬서는 안 된다. 차별 여부에 대한 판정은 노동위원회가 한다.

이 법안에 대해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은 "기업이 종업원의 임신.출산 등 특별한 사유가 있을 때만 비정규직을 쓰도록 하는 비정규직 사유 제한 조항을 두지 않았다"며 반대해 왔다. 이는 비정규직은 특별한 경우에만 쓰고 나머지는 정규직으로 고용하라는 주장이다.

법안이 통과된 뒤 민주노총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열망을 무시한 국회의 폭거"라며 "무효화 투쟁을 계속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나 한국노총은 "비정규 노동자들에 대한 최초의 보호법안이라는 사실에 의의를 둔다"고 말했다.

경영자총연합회도 "이번에 통과된 비정규직 관련법은 기업에 많은 부담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며 "그러나 수년간의 논란 끝에 통과된 만큼 더 이상 이 문제로 노사간 갈등과 대립이 있어서는 안 될 것" 이라고 말했다.

김기찬.김정욱 기자

◆ 파견근로제=파견 업체가 근로자를 고용한 다음 인력을 필요로 하는 업체에 보내 일하도록 하는 제도다. 근로자에겐 고용계약을 한 고용주(파견 업체)와 업무 지시를 내리는 사용자가 서로 다르다.

◆ 기간제 근로=고용계약기간이 1년 미만으로 정해졌거나 계속 근무하는 기간이 1년 미만으로 기대되는 근로자다. 파견근로자와 달리 사용자가 직접 고용한다.

◆ 단시간 근로=한 직장에서 정규직 근로자와 비교했을 때 주당 근로시간이 36시간 미만으로 짧은 근로자를 단시간 근로자라 한다. 파트타임 근로자 등이 이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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