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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교수들 “증원문제, 해외 의뢰하자”…정부 “의료개혁 시급” 거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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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방재승 서울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12일 오전 국회에서 의대 증원 관련 기자회견에 앞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방재승 서울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12일 오전 국회에서 의대 증원 관련 기자회견에 앞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서울대 의대 교수들이 12일 정부에 의대 증원 속도 조절을 제안했지만, 정부는 “의료개혁이 시급하다”며 거절했다. ‘해외 전문기관에 연구를 맡기자’는 주장에 대해서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방재승(분당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교수) 서울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 기자회견에서 “해외 공신력 있는 제3자 기관에 분석을 의뢰해 이를 근거로 의사 증원 문제를 1년 후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2000명 증원 규모는 과학적 근거가 없으니, 해외 기관 등의 연구에서 일치된 결과가 나오면 그때 증원 규모를 결정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여야 정치권과 국민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 구성도 제안했다. 방 위원장은 “현재 반도체, 저출산, R&D 예산 삭감 등 시급한 국가적 과제가 많다”며 “의대 증원은 연구결과를 보고 결정해도 될 일”이라고 말했다.

전날 긴급 총회를 열고 18일 집단사직하겠다고 결의했는데, 이날 구체적 요구사항을 제시한 것이다. “대한의사협회는 협의체 구성을 받아들이고 의대생과 전공의는 협의체가 구성되면 전원 복귀해야 한다”고도 했다.

정부는 ‘제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시기를 1년 늦추면 피해는 훨씬 커질 것이다. 필수의료 부족으로 인한 국민 고통을 생각할 때 선택할 대안이 아니다”고 밝혔다.

정부는 교수들이 실제 사직서를 제출하면 전공의와 마찬가지로 진료유지 명령을 내리는 것도 검토 중이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브리핑에서 “교수들도 의료인이기 때문에 의료법에 근거한 각종 명령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한다, 안 한다’ 말하긴 어렵다”면서도 “그 부분에 대해서도 정부가 검토 중에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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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교수들이 구체적 시한을 못 박으며 단체행동을 결의한 것은 서울대가 처음이다. 선봉대 역할을 자처한 셈인데, 이를 두고 서울대 내부에서도 이견이 나온다. 의대 A교수는 “소수를 제외하곤 집단행동에 압도적인 찬성표가 나왔다. 대한민국 의료가 붕괴 직전이라는 공감대가 있다”고 했다. 반면에 B교수는 “‘소수 의견도 듣자’ ‘밤샘토론을 하자’는 의견도 나왔지만 표결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했다”며 “실제 얼마나 사직으로 이어질지 미지수”라고 했다. C교수는 “서울대 의대면 가장 늦게 나서고 가장 빨리 돌아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전공의들에게 돌아오라고 꾸짖는 목소리도 같이 내야 하는데 아쉽다”고 했다. 의료계에서는 다른 대학도 서울대의 단체행동 결의를 따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는 이날 제5차 성명서에서 “(교수들은) 문제 해결을 위한 행동에 나서겠다”고 예고했다.

한편 정부는 이날 대형병원을 전문의 중심 병원으로 신속하게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서울 ‘빅5’ 등 국내 상급 종합병원은 의사 인력 중 전공의 비율이 40%에 달한다. 전공의 집단행동이 병원 운영에 직격탄이 된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 병원과 달리 세계적 병원인 미국 메이요 클리닉 로체스터 본원과 일본 도쿄대 의학부 부속병원의 전공의 비율은 10%에 그친다. 복지부는 병원이 확보해야 할 의사 인력을 따질 때, 전공의를 전문의의 2분의 1(50%)로 산정해 전문의 추가 고용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전문의 1명을 대신하려면 전공의 2명을 고용해야 하는 식이다.

복지부는 또 이날 “조규홍 장관이 전날(11일) 전공의와 비공개로 만났다”고 밝혔다. 누구와 만났는지, 어떤 내용을 논의했는지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의료계 등에 따르면 전공의들은 ‘주 80시간 근무 여건과 열악한 수련 환경 등을 개선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집중적으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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