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택자의 증가가 최근 독일의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현재 약1백만 명으로 추산되는 독일 무주택자들은 구호기관이 즉각 손을 쓰지 않을 경우 요즘 같은 겨울날씨에는 그대로 동사하는 순수한 의미의 무주택자인 노숙자들이다.
구 서독지역의 무주택자들은 그래도 사정이 나은 편이다. 현재 포화상태이기는 하지만 대부분이 교회나 사회구호시설에 수용돼 있다.
문제는 구 동독지역의 무주택자들이다.
다른 사회주의 국가와 마찬가지로 구 동독은 거주권을 헌법에 명시, 국가가 전국민에게 주택을 마련해 주었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무주택자는 한 명도 없었다. 이 때문에 사회구제시설이 없었다. 물론 이들에 대한 정부나 공공차원의 대책도 있을 수 없었다.
구 동서독이 경제·사회적으로 통일된 7월 이후 구 동독지역의 실업자는 눈덩이처럼 증가하고 있고 이에 비례해 집세를 못내 거리로 쫓겨나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으나 그대로 방치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을 수용할 시설이 뒤따르지 못하고 있고 이를 전담하는 인원도 태부족상태이기 때문이다.
구 동독 마그데부르크시의 사회복지과장인 하인리히 존잘라씨는『무주택자들이 어디에 신고해야하는지도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아 구 동독지역 무주택자의 문제는 드러난 것보다 훨씬 심각한 수준』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이러한 상태에서 날씨가 추워지자 이들 무주택자들은 역구내에 정차중인 열차를 숙소로 사용하는 등 나름대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라이프치히 역에는 북 독일의 로스토크발 열차가 0시55분 도착하는데 경비원들이 조는 틈을 이용, 많은 무주택자들이 열차에 들어가 단잠을 잔다.
여객열차는 통상 문을 잠그지 않은 채 난방은 틀어 놓게 되는데 이 열차는 다음날 오후3시45분 다시 출발하기 때문에 그때까지 이들은 따뜻한 밤을 보낼 수 있다.
무주택자들은 또 안전한 숙식을 얻으려고 감옥에 가기 위해 일부러 범죄를 저지르는 일도 있어 사회문제를 일으키고 있기도 하다.
마그데부르크 시청직원인 에바 슈니너씨에 따르면 이 시에 사는 한 무주택자는 가게에서 6차례나 도둑질을 했는데도「소원성취」를 못하자 급기야는 한 가정집에 불을 지르고 경찰에 자진신고, 1년6개월의 실형을 살고 있다는 것이다.
구 동독지역의 무주택자가 증가하는데는 집세를 못내 쫓겨나는 경우도 있지만 베를린 장벽과 구동서독 국경개방 이후 무작정 서쪽으로 떠났던 사람들이 아무런 준비 없이 고향인 구 동독지역으로 되돌아오고 있는데도 원인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정부와 민간단체는 대책마련을 서두르고 있으나 아직은 묘책이 없는 상태다.
동베를린에 주택 몇 채를 개조해 만든 수용시설이 최근 문을 열었고 라이프치히·마그데부르크 등 대도시에도 구 동독 비밀경찰 슈타지 청사 등을 개조한 수용시설이 생겨나고는 있지만 수용시설 수는 아직 태부족이다.
결국 이들을 수용할 건물을 많이 짓는 수밖에 없는데 주택 한 채 짓는데 1∼2년씩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당분간 무주택자의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베를린=유재식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