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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트럼프 누가 당선되든 한국엔 도전이자 기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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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미 동맹과 2024 미 대선

“과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상대할 수 있었던 지도자 중에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가 돋보였는데 (만약 다시 집권하면) 윤석열 대통령이 적절한 상대 정상이 될 것이라고 본다.”

존 햄리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소장은 4일 중앙일보-CSIS 포럼 1세션(한·미 동맹과 2024년 미국 대선)에서 이같이 전망한 뒤 “두 정상이 가능한 한 많은 것을 함께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랜달 슈라이버 전 미국 국방부 인도·태평양 안보담당 차관보는 “이번 대선에서 누가 당선되든지 현재의 지정학적인 상황으로 봤을 때 동맹은 매우 중요하다”며 “그런 측면에서 한·미 동맹을 ‘제도화된 동맹’으로 끌고 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존 햄리 소장=차기 미국 행정부는 한국의 역할 확대를 요구할 것이며 이는 한국엔 도전이자 기회가 될 수 있다. 미국이 중국을 지나치게 적대적으로 대응하는 우려스러운 상황을 피하게 하는 데 한국이 도움이 될 수 있다. 한국이 미국의 대중국 정책 방향을 이끌 수 있다.

누가 당선되더라도 상·하원의 주도 세력이 다른 미 의회의 권한은 약화되고 행정부의 권한이 강해지는 방향으로 갈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이 행정명령을 과도하게 사용하는 양상이 나타날 것이다. 특히 트럼프가 당선되면 내각을 구성할 인재 풀이 부족하기 때문에 소수의 강성파가 백악관을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한·미 동맹은 미 대선 결과에 따라 그 진폭이 커질 수 있다. 바이든이 재선하면 ‘워싱턴 선언’과 ‘캠프 데이비드 합의’ 등을 구체화하는 등 기존 논의를 진화시킬 것이다. 특히 핵협의그룹(NCG)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에 근접한 수준까지 핵무기에 대한 전략 기획·실행 능력을 격상할지가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는 한·미 동맹을 중시하는 만큼 트럼프가 당선되더라도 궁합이 잘 맞을 수 있다. 동맹을 중요시하는 사람들이 새 행정부에 얼마나 포진하는지에 따라 조정 여지는 있다.

◆랜달 슈라이버 전 국방부 차관보=트럼프가 과거 관심을 나타냈던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의 경우 현재의 협정(2025년 만료)을 대선 전에 재협상하고 기간을 연장하는 데 찬성한다. 제도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트럼프 1기 때도 ‘한·미 연합훈련을 축소하겠다’고 말했지만,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가 관여하는 등 제도적인 맥락에서 관리했다.

트럼프의 관심이 높은 에너지와 방산, 우주 등 분야에선 한·미가 더 많이 협력할 수 있다. 트럼프 1기 때는 북한이 핵실험이나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하지 않는 등 역내 안정이 유지됐다는 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

◆김성한 전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한·미 동맹은 지난 70여 년간 강력한 탄력성과 내구성을 보여 왔고, 앞으로도 이런 관계는 지속될 것이다. 이를 위해 한·미 간, 또 포괄적인 동맹 차원에서 협력할 수 있는 의제를 적극 발굴하고 실천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한·미 간에 ‘방위비 분담’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역할 분담’이다. 한국의 능력이 올라갈수록 미국의 기대 수준도 상승하고, 적절한 역할 분담이 이뤄지면 한반도뿐 아니라 인도·태평양 지역 내에서 기여할 수 있는 폭과 깊이가 더 커질 것이다.

◆박명림 연세대 교수=북·중·러 협력이 강화될수록 한·미 동맹이 강화되고, 한반도를 넘어서 세계 평화에 대처하는 중요한 지렛대 역할을 한다. 1954년 상호방위조약 발효 이후 몇 차례 위기가 있었지만 한·미 공동의 필요에 의해 회복탄력성을 가질 수 있었던 이유다. 그런 차원에서 한·미 동맹은 한반도 안보와 평화의 중요한 요소일 뿐만 아니라 동북아와 아태 지역에서 ‘작은 나토’의 역할을 수행해 왔다.

☞중앙일보-CSIS 포럼=2011년부터 중앙일보와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공동 주최하는 국제 포럼. 한·미 전·현직 대외 정책 입안자들과 대표적인 외교 안보 전문가들이 동북아 정세와 미래 아시아 평화의 해법을 제시하는 자리다.

홍석현 “김정은, 중·러 밀착은 위험한 도박…쿠바의 선택 성찰해야”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은 4일 개회사에서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유리해진 국제정세를 과신해 중·러에 밀착하고 주변국을 위협하는 행위를 “위험천만한 도박”이라고 우려했다. “핵을 가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미국이 두 개의 전쟁과 대선을 감당하느라 여력이 없는 허점을 노릴 것”이라는 진단과 함께다.

이어 “중국이 원조를 줄이거나 중단하면 북한에는 재앙이 될 것”이라며 “러시아의 대북 원조도 우크라이나 상황이 진정되면 중단될 수 있다”고 북한에 경고했다.

홍 회장은 또 “북한이 아무리 핵과 미사일로 무장해도 인민은 잘 먹고 잘살 수 없다. 세습 독재정권의 미래도 보장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근 북한의 형제국 쿠바가 한국과 수교한 것을 거론하며 “북한은 쿠바가 왜 이런 선택을 했는지를 성찰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 회장은 “대만해협의 긴장도 고조되고 있다”며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이 한반도에 초래할 위기 상황도 짚었다. “대만해협의 위기는 북한의 오판을 부를 수 있다”면서다. 이어 “대만을 둘러싼 미·중 충돌은 ‘일어날 것인지 아닌지’의 문제가 아니라 ‘언제’의 문제이고 최초의 AI 전쟁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세계 도처에서 전쟁 가능성이 커졌다”며 “우리는 칸트가 ‘전쟁은 악인을 제거하기보다는 오히려 악인을 많이 만든다는 점에서 나쁘다’고 했던 말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 회장은 “올해는 한미상호방위조약 발효 70년이 되는 해”라며 “한·미·일은 북·중·러의 도발 가능성에 대비하고 평화를 위한 실질적인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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