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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도 증거 잡듯 SNS 염탐" 불법체류 유학생 쫓는 대학판 D.P [K유학의 그늘③]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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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불법체류 중인 외국인 유학생을 탐문하는 사설탐정(왼쪽)과 그를 피해 숨으려는 유학생(오른쪽)의 모습을 챗GPT를 통해 이미지로 표현했다. 이미지 챗GPT

불법체류 중인 외국인 유학생을 탐문하는 사설탐정(왼쪽)과 그를 피해 숨으려는 유학생(오른쪽)의 모습을 챗GPT를 통해 이미지로 표현했다. 이미지 챗GPT

불법체류 상태여도 돈을 좀 벌게 되면 같이 한국으로 유학 온 친구에게 택배로 선물을 보내는 경우가 있어요. 택배 주소를 단서로 소재지를 좁혀 나가다 보면 잡는 경우가 많죠.

사설탐정인 장재웅 웅장컨설팅 대표는 매년 대학으로부터 불법체류 중인 외국인 학생을 찾아달라는 의뢰를 수십건 이상 받는다고 했다. 지난해 7월에도 서울의 한 대학으로부터 불법체류 유학생을 찾아달라는 의뢰를 받았고, 4개월 간의 추적 끝에 광주의 한 산업단지에서 발견했다. 친구와 대화에서 나온 작은 실마리를 놓치지 않고 탐문한 결과였다. 그는 “한국으로 유학을 온 불법체류 학생의 친구와 이야기를 하면서 불법체류 학생의 소재지에 대한 단서를 찾았다”고 했다.

택배·SNS 위치 정보가 단서…“아르바이트 준다고 메시지 보내”

대학들이 불법체류 외국인 학생을 한 명이라도 줄이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장 대표와 같은 사설탐정을 고용하는 곳도 많다. 그는 3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불법체류 학생을 찾아달라는 의뢰는 항상 들어와 있다”며 “지방뿐 아니라 수도권 대학의 의뢰도 꽤 있다”고 했다.

탈영병을 잡는 D.P.(Deserter Pursuit·군탈체포조)처럼 불법체류 유학생을 찾기 위해선 치밀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한다. 택배나 SNS에 남긴 위치 정보를 단서로 활용하거나 직접 메시지를 보내기도 한다. 장 대표는 “어린 친구들은 SNS를 통해 자랑하려고 음식 사진 등을 올리는데, 위치 정보를 켜 둔 상태도 있다”며 “SNS 메시지를 통해 아르바이트를 준다고 접촉하는 등 다양한 방식이 있다”고 했다.

“외도 증거 수집하는 배우자 심정” 불법체류 유학생 쫓는 이유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교직원이 직접 ‘탐정’이 돼 탐문에 나서는 경우도 있다. 수도권의 한 사립대 관계자는 개학을 앞두고 연락이 안 되는 외국인 유학생들의 SNS를 염탐한다고 했다. 그는 “SNS를 둘러보며 있을 만한 곳이나 연락할 만한 친구들을 찾고 있다”며 “외도 증거를 수집하는 배우자가 된 심정으로 사진도 확대해보고, SNS 친구들도 하나하나 들어가 살펴보면서 연락 방법을 찾고 있다”고 했다.

대학들이 이렇게 불법체류 유학생을 쫓는 이유는 불법체류 학생 수에 따라 외국인 유학생을 유치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갈리기 때문이다. 학위과정을 기준으로 불법체류 학생 비율이 8~10%를 넘으면 ‘비자발급 제한 대학’ 명단에 오른다. 학령인구 감소 속에 유학생을 통해 재정을 충당하는 대학 입장에선 치명적이다.

김영희 디자이너

김영희 디자이너

비자발급 제한 대학에 지정됐던 대학일수록 불법체류 유학생에 더 엄격할 수밖에 없다. 전북의 한 사립대는 외국 학생 게시판에 불법체류 학생 회생 프로그램을 안내하며 “경찰 및 출입국 관리사무소에서 OO동, XX동에 수시로 단속을 나간다고 했으며 많은 수의 불법체류 학생이 현재 어디에 거주하는지 파악을 하고 있는 상태”라며 “아직 늦지 않았으니 불안에 떨지 말고 빠른 연락을 해 주기 바란다”고 했다.

“불법체류 유학생도 조직화…더 숨을수록 안전도 우려”

김영희 디자이너

김영희 디자이너

교육통계에 따르면 2000년 1846명이던 학위과정 외국 유학생 수는 지난해 6만 8954명으로 37.4배 증가했다. 졸업 후 소재를 파악할 수 없는 학생들도 늘었다. 2012년에는 학위과정 졸업자 9492명 중 27%(2562명)가 졸업 후 상황을 알 수 없는 ‘미상’으로 파악됐는데, 2022년엔 졸업자 1만 2207명 중 절반 이상(52.7%, 6431명)이 미상으로 집계됐다.

불법체류 학생이 늘어나는 만큼, 탐문도 어려워지고 있다. 불법체류 학생들 사이에도 ‘노하우’가 쌓이고, 조직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먼저 숨어본 선배들이 방법을 잘 알려준 데다가, 지역·나라별로 중간관리자가 생겨서 그 친구들이 자기 새끼들을 보호해주고 안 들키게 해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도권의 사립대 관계자는 “학생이 꼭꼭 숨으려면 더 음지로 가야 할 테니 안전이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라며 “국내 대학과 유학생의 현실을 반영한 관리 정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K유학 22만명의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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