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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출신 결혼이주 전임교수 1호 “제자, 공부하고 싶대도 내쫓겼다” [K유학의 그늘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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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대 유학생지원센터의 전정숙 피어선칼리지(교양학부) 교수. 전 교수는 결혼이주여성 최초로 한국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전임교수가 됐다. 손성배 기자

평택대 유학생지원센터의 전정숙 피어선칼리지(교양학부) 교수. 전 교수는 결혼이주여성 최초로 한국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전임교수가 됐다. 손성배 기자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을 걷는 느낌입니다.”
베트남 결혼이민자 출신 한국 대학 전임교수 1호인 경기 평택대 유학생지원센터장인 전정숙(50) 교양학부 교수는 잔고 부족으로 유학생들이 제적당하는 현실을 안타까워하며 이렇게 말했다. 전 교수는 2008년 평택대 3학년으로 편입한 뒤 다문화전공으로 석사 및 박사과정을 마쳤다. 2012년 평택 국제대 전임교수로 임용된 뒤 2015년부터 모교인 평택대로 옮겨 외국인 유학생 업무를 맡고 있다.

전 교수는 유학생들이 체류 자격인 잔고 요건을 위반하는 건 “아버지가 아프다거나 고향 집수리에 돈이 갑자기 필요했다거나 대부분이 가족 생계 때문”이라고 소개했다. “무역학과에 다니던 베트남 유학생은 언니 결혼식에 급히 돈이 필요해 돈을 부쳤다가 잔고 증명 위반으로 불과 2학기 남겨두고 돌아가야 했다”며 “한국에서 학위를 받으려고 노력한 3년이 한순간에 수포가 된 일이라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학교 입장에선 어렵게 유치한 유학생들이 잔고 증명을 어기면 돌려보내야 하므로 학생들이 잔고를 유지하고 있는지 실시간 감시하는 게 학적 유지와 체류 안정을 위해선 어쩔 수 없는 방편이라고 했다.

전 교수는 대부분 외국인 유학생이 한국 유학 목적이 학업만이 아니라 돈을 벌기 위해서란 점도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 외국인들이 산업연수생으로 한국 왔다면, 이젠 유학생 비자로 한국에 많이 온다”며 “진짜 유학과 노동 목적 유학으로 오는 유학생들의 체류 관리를 위해 제도를 다양화하는 등 개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현재 외국인 유학생은 비자 심사를 받을 때 등록금과 체재비 등 재정 능력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원천적으로 비자를 발급받을 수 없다. 비자를 받아 국내 체류 중인 유학생이 체류 기간 연장을 할 때도 재정(잔고) 증명을 하지 못하면 비자가 취소된다. 적발될 경우 교육 당국은 중도이탈자, 출입국당국은 출입국관리법 위반 사범으로 강제퇴거 대상자로 분류할 수 있다.

전 교수는 “수도권 지방대학들은 생존을 위해 유학생을 유치하고 있는데 통장 잔고를 못 지켰다고 유학생을 떠나보내야 하는 상황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행 교육부 교육국제화역량 인증제 제도 개선도 건의했다. 중도 이탈률(불법 체류율)이 10%를 넘으면 비자발급 제한 대학으로 지정해 신규 유학생을 받을 수 없게 하는 제도다. “현재 중도 이탈률 계산 방식은 그 대학 전체 유학생 대비 이탈자 비율이 아니라 신입 유학생(TO) 대비 이탈자가 10%를 넘으면 비자발급 제한 대학으로 지정한다”며 “이 때문에 한 번 비자발급 제한 대학이 되면 일반대학으로 올라오기가 너무나 어렵다”고 했다. 평택대는 2021년부터 3년간 비자발급 제한 대학으로 지정됐다가 2024학년도에 일반대학으로 복귀했다.

K유학 22만명의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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