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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숨을 제대로 못 쉬어요”…한살배기, 병원까지 3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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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한 지 일주일째인 26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응급의료센터 앞에 한 시민이 앉아 있다. [뉴시스]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한 지 일주일째인 26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응급의료센터 앞에 한 시민이 앉아 있다. [뉴시스]

지난 25일 오전 8시31분 경남 창원시 의창구 한 주택에서 ‘아이가 숨을 제대로 못 쉰다’는 119 신고가 접수됐다. 아이는 1세 남아로, 구급대 출동 당시 호흡곤란, 입술청색증 등 증세를 보였다. 청색증은 혈중 산소포화도가 낮을 때 나타난다. 응급상황에 준해 즉시 소아청소년과 혹은 응급실 진료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이 아이는 2시간56분이 지나서야 병원에 도착할 수 있었다. 119구급대가 이송한 병원은 집에서 65㎞ 떨어진 경남 진주 경상대병원이었다. 아이 집에서 차로 11~19분 거리(4.8~15㎞)에는 삼성창원병원과 창원경상대병원도 있었다. 하지만 26일 경남 창원소방본부에 따르면, 이들 병원은 ‘의료진 파업’ ‘의료진 부족’ 등을 이유로 환자를 받을 수 없다고 통보했다. 소방 당국은 경남 양산부산대병원, 부산 인제대부산백병원과 인제대해운대백병원에도 진료가 가능한지 전화로 문의했지만 같은 이유로 거절당했다. 그나마 진주 경상대병원이 받아줘 아기는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다. 창원소방본부 관계자는 “이송 과정에서 상태가 호전돼, 아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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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집단사직 일주일째. 응급실을 중심으로 의료 공백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서울 주요 대형병원들은 중증·응급 환자 위주로 축소 운영하고 있다. 소위 빅5(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 병원은 수술을 평소의 30~50%로 대폭 줄였다. 상황에 따라 추가로 줄이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빅5 병원 관계자는 “전공의가 없어 수술을 못 하는 과에선 병상 가동률을 유동적으로 조절 중”이라며 “파업 전보다 내과 쪽 병상 수가 많아졌다”고 밝혔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현장에선 ‘양극화’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전공의 비율이 높은 과의 병동은 텅 비고, 전임의(펠로)가 많은 과의 병동엔 타과 환자까지 넘어오기 때문이다. 26일 빅5 중 한 병원을 확인해 보니 정형외과는 주말 사이 환자가 빠져 8명만 입원해 있었다. 이 병원은 전체 의사 중 34.5%가 전공의인데, 정형외과는 다른 과보다 전공의 비율이 높다. 반면에 전공의 비율은 낮고, 전임의 비율은 높은 간담췌외과 병상엔 50명이 꽉 차 있었다. 이 과의 간호사는 “간호사들 모두 한 명당 최대로 돌볼 수 있는 환자 12~13명씩을 맡아 일하고 있다”며 “언제까지 풀 베드(병상 만석) 상태를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환자 수가 적은 과의 간호사들도 괴롭긴 마찬가지다. 수도권 소재 대학병원의 한 간호사는 “소위 ‘쩜 오프’(원하지 않는 휴무)를 받는 간호사가 늘었다”고 말했다. 연차를 모두 소진한 이들에게 “무급 휴가를 다녀오라”고 종용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한 간호사 커뮤니티엔 “개점휴업 상태인 병동 간호사는 노는지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전공의를 대신해 현장에 남은 간호사들이 불법 진료 행위에 내몰리기도 한다. 빅5 병원의 한 간호사는 “진정전담간호사(의사를 보조해 기관내삽관, 전신마취를 시행하는 전문간호사)가 주간엔 중환자실에만 있었는데 최근엔 병동으로까지 파견시켰다”고 말했다. 보건의료노조는 “부산의 한 대형병원이 PA(진료보조·Physician Assistant) 간호사에게 ‘주 52시간 근무 연장에 협조해 달라’는 문자를 보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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