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 쓰는 드라마마다 어록이 짜잔~ '환상의 커플' 작가 홍정은·홍미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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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은左·홍미란 자매

"시즌 2를 만들어 달라.""오늘 결말은 왜 그렇게 끝났나. 일주일을 어떻게 기다리라고." "환커('환상의 커플'의 약자) 보는 재미에 산다."

12월 3일 종영을 앞두고 있는 MBC-TV 드라마 '환상의 커플'을 놓고 네티즌들이 시끌시끌하다. 시청률은 20%대를 넘지 못하지만 인터넷 인기만큼은 최고다. 네이버의 드라마 검색순위 1위다. 인터넷으로 다시 보기가 그만큼 많다는 이야기다. "집안 어른들 등쌀에도 리모컨을 지켜낸 분들 축하한다"는 네티즌 댓글에서 알 수 있듯, 이 드라마는 단연 20~30대에게 인기다. 종영 2회를 앞두고도 도무지 결말을 알 수 없는 대본의 흡입력과 오만방자한 나상실(한예슬 분.사진(上)) 등 특이한 캐릭터, "꼬라지 하고는~" 같은 빛나는 대사들이 드라마의 주된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이 모든 것은 '쾌걸춘향''마이걸' 등 독특한 드라마를 써낸 이력으로 유명한 홍정은(32).홍미란(29) 작가가 빚어낸 결과물들. 이들 홍 자매에게 '환커'의 매력과 팝콘처럼 튀는 드라마를 만들어 내는 비결을 들어봤다.

◆"방구석에서 대본 이야기만 한다"=돈만 밝히는 속물 근성의 춘향('쾌걸 춘향'), 남의 집 귤도 따다 파는 배짱 좋은 사기꾼 아가씨 유린('마이걸')이 홍 자매가 탄생시킨 주인공들이다. 이번 '환커'에서는 재벌이었지만, 기억상실증에 걸린 나상실(원래 이름은 조안나)이 장철수(오지호 분)라는 가난한 총각집에 얹혀살게 되면서 빚어지는 이야기.

골디 혼 주연의 할리우드 영화 '환상의 커플'에서 모티브를 따왔다지만 이 드라마는 홍 자매 손에서 거듭났다. 홍 자매는 안하무인인 재벌 상속녀와 짠돌이 총각 사이에 사랑이 싹트는 과정을 살아 숨 쉬는 에피소드를 가미해 그려냈다. 집 나간 상실을 찾기 위해 철수가 상실의 휴대전화 사진을 지인들에게 전송해 수배에 나서고, 철수의 막내 조카가 숫자를 못 세자 상실이 초코볼 100개를 갖다 놓고 셀 수 있을 만큼만 먹을 수 있다는 벌을 주며 숫자를 가르치는 장면은 압권.

홍 자매는 "둘이 머리를 맞대고 짜내다 백 개 중 한 개를 건지는 것"이라고 했다. 일단 대본을 쓰기 시작하면 결혼한 정은씨는 남편과 떨어져 동생과 산다. 또 아무도 만나지 않고, 하루 종일 방 안에 앉아 대본 이야기만 한다. "먹고 살기 위해 끈질기게 하다 보면 결국 나온다"는 게 이들의 설명. 이번 드라마 '환커'를 위해서는 드라마 배경이 되는 남해의 한 리조트에 틀어박혀 대본을 쓰고 있다.

◆"꼬라지 하고는"이 다냐고?=홍 자매는 "히트 대사가 포털 검색 순위에 오르는 걸 염두에 두고 드라마를 쓴다면 우린 포털 사이트 대주주"라며 대사의 인기는 그다지 염두에 두지 않는다고 했다.

그럼에도 '환커'의 어록을 되새김질하는 네티즌은 부지기수다.

철수의 조카들을 재우면서 상실은 "어린이들, 잠을 자야 키가 커. 평생 그렇게 짧은 채로 살고 싶으면 떠들어"라며 불을 끈다. 또 자장면을 좋아하는 상실이 "떠나간 자장면은 돌아오지 않아"라고 내뱉고, 약간 모자란 동네처녀 강자에게 "수퍼 가서 놀아"라는 말을 툭 던지고, 비행기 퍼스트 클래스에서 스튜어디스를 몰아붙이는 상실을 만류하는 옆자리 손님에게 "풀썩거리지 마. 냄새 나"라고 쏘아붙이는 장면 등은 특히 화제가 됐다.

홍 자매는 대사를 빚어내는 비결을 "대사는 무조건 캐릭터가 뱉는 거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상실처럼 모든 캐릭터가 정형화된 도덕성을 지니고 있지는 않기에 불친절하고, 개념 없어 보이는 대사들도 나올 수 있다는 것. 이들은 "우리 드라마는 캐릭터 중심의 드라마"라며 "이번에는 못된 여자가 예쁘게 보이도록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한채영.이다해.한예슬 등 지금까지 주연을 맡은 세 여배우 모두가 '올인'하는 열정을 보여준 것도 인기 이유였다는 덕담도 빼놓지 않았다. 어찌 됐든 곧 막을 내릴 '환커'에 푹 빠졌던 이들은 홍 자매가 차기작으로 준비한다는 코믹 사극을 애타게 기다려야 할 듯하다.

홍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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