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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한반도는 동아시아의 발칸?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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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9호 22면

동아시아 대분단체제론

동아시아 대분단체제론

동아시아 대분단체제론
이삼성 지음
한길사

저자의 저술이 대부분 그러하듯 이번 또한 900쪽 넘는 넉넉한 분량이다. 2003년부터 올해까지 20년에 걸쳐 국내외 학술지에 발표된 글들을 모았으니 덩치가 커지는 건 당연지사다. 사색과 고민 또한 깊었음은 물론이다.

이 책은 2009년 나온 『동아시아의 전쟁과 평화 1·2』의 연장선에 있다. 위 책이 전통과 근대 2000여 년에 걸친 아시아 대륙과 한반도 사이 전쟁과 평화의 역사상을 정리한 것이라면, 이번 책은 전후 동아시아 전쟁과 평화의 구조에 관해 저자 고유의 해석을 제시한 것이다.

전후 동아시아 질서의 역사적 성격을 냉전과 탈냉전의 문제와 전적으로 분리하지 않으면서도, 보다 총체적이고 풍부한 방식으로 개념화할 방법은 없을까 고민한 끝에 저자는 ‘대분단체제’라는 개념을 제시하기에 이른다. 저자에 따르면 동아시아 대분단체제는 공산화된 중국대륙을 한편으로 하고 반대편에 미·일 동맹이 서 있는 구조다. 미·일 간 태평양 전쟁이 있긴 했지만, 1854년 페리 함대가 일본을 개항시킨 이래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의 근저엔 일본과의 연합이 있었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이 같은 대분단체제 아래 한반도와 대만, 인도차이나 반도에 세 소분단체제가 형성됐다. 문제는 이 같은 지역질서의 권력중심에서 벗어나 있는 주변부 사회들이 권력중심들의 패권경쟁과 지정학적 긴장의 한가운데 놓여 도화선 역할을 할 준비가 돼 있는 점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20세기 초 유럽의 발칸이 그러했듯 오늘날 한반도와 대만해협이 동아시아의 발칸들이란 이야기다. 특히 한반도는 핵전쟁 위험까지 안고 있다. 따라서 한국외교가 견지해야 할 제1 명제는 그 긴장의 폭력화를 막는 데 맞춰져야 한다고 말한다.

북한 핵무장에 대해 더 강한 핵 위협이나 선제타격 능력으로 대처하겠다는 발상보다 대화를 통한 평화체제 구축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그러나 저자의 해법 제시가 북한의 핵 위협이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는 현시점에서 과연 이 땅의 현실주의자들에게 얼마나 호소력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럼에도 한반도에서의 핵전쟁이 이 땅에서의 지속가능한 삶 자체가 불가능한 생태문명적 파멸로 이어질 게 뻔하기에 한반도 비핵화의 노력을 절대 포기하지 말자는 저자의 외침만큼은 울림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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