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유 어떻게 컸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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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제이유그룹은 주수도 회장이 1999년 세운 다단계 판매회사인 제이유네트워크를 모(母)기업으로 해 설립됐다. 70년대 후반 서울 학원가의 유명 영어강사 출신인 주 회장은 기존의 다단계 판매와는 다른 '토털 네트워크 마케팅'이란 방식을 내세웠다.

일명 '공유 마케팅'으로도 불린 이 기법은 상위 회원이 하위 회원에게 물건을 팔아 이익금을 챙기는 기존 피라미드식 형태와는 달리 판매원으로 등록한 회원이 온.오프라인 매장에서 물품을 구입하기만 하면 수당을 지급했다. 변칙적인 운영기법으로 급성장한 제이유그룹은 제이유백화점.편의점 등 21개의 계열사와 관계사를 거느리고 임직원만 500여 명에 이르렀다. 업계에선 지난해 2조원가량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산한다. 총 4조원 정도인 국내 다단계 판매 시장의 절반 정도를 점유하고 있는 것이다.

주 회장은 지난해에는 계열사인 세신과 한성에코넷 등 코스닥 등록업체를 통해 민간 유전탐사 업체인 ㈜지구지질정보에 투자하며 군산 앞바다 유전 시추사업에 뛰어들었다. 주 회장 등은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유징(油徵.석유가 존재함을 나타내는 징후)이 발견됐다.' '예상 가치 매장량만 4억7000만 배럴'이라는 미확인 정보를 흘려 계열사 주가를 급등시켰다.

그러나 3월 산업자원부가 "유전 발견 가능성이 거의 없다"며 탐사권 연장을 불허하면서 주가가 급락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제이유그룹의 수당 초과 지급과 관련해 94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데 이어 유사 수신행위 등에 대해 직권조사에 나섰다.

또 영업 방식이 고수익을 미끼로 한 사기라는 주장과 뒤를 봐주는 정.관계 비호 세력이 있다는 의혹 등이 제기되면서 검찰은 올 4월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수당 구조의 허구성 등 다단계 사업 과정에서의 사기 혐의를 비롯해 ▶회사 돈 유용 등 주 회장의 횡령 및 배임 혐의▶비자금 조성 여부와 사용처 등에 대해 수사 중이다. 이 과정에서 제이유그룹의 비리 혐의가 구체적으로 담긴 국정원 보고서가 공개되기도 했다.

국정원 보고서에는 제이유그룹이 200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해 이 중 100억여원을 검.경 등에 로비자금으로 뿌렸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11월 들어 이재순 청와대 사정비서관과 경찰 고위간부 등이 연루된 것이 알려지면서 검찰 수사는 전면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제이유그룹 사건은 사상 최대의 사기사건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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