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굴리는 회사들에게 법률 리스크는 다른 기업보다 치명적이다. 금융사고가 터지면 천문학적 규모의 투자자 피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피해에 법적 책임을 지느냐는 기업의 존망을 가른다. 금융 전문 변호사들은 이런 리스크 발생 가능성을 최소화하고, 발생할 경우 금융당국의 제재로부터 금융회사를 방어하는 길을 컨설팅한다.
최근 금융당국이 규제 고삐를 바짝 당겨 쥐면서 금융회사가 로펌을 찾을 일은 더욱 많아졌다. 지난 수년간 라임 자산운용, 옵티머스 자산운용, 독일 헤리티지 부동산 파생결합증권(DLS) 등 ‘사모펀드 불완전 판매’ 사태가 잇따르자, 금융감독원은 금융회사의 내부통제 강화를 요구하고 사후 제재 수위도 크게 높였다.
주식 시장에 데뷔하는 기업공개(IPO) 과정에 필요한 법률 자문도 이 분야의 일이다. 상장 이전에 기업의 법률문제를 걸러내지 않으면, 뒤늦게 법규위반, 횡령·배임 등 문제에 휩싸일 수 있다. ‘뻥튀기 상장’ 논란에 휩싸인 파두 사태가 대표적이다. 지난 8월 반도체 회사 파두는 1조5000억원의 시가총액으로 코스닥에 입성했지만, 3개월 만에 급격한 매출 감소와 주가 폭락을 맞았다. 이번 사태는 ‘상장 당시 매출을 허위 기재했다’는 의혹 속에 IPO 관련 첫 번째 집단 소송으로 비화할 전망이다. 한국사내변호사회 금융분과 위원장인 김민교 변호사(한국거래소 리스크관리부장)는 “파두 사태 등으로 상장 관련 자문 수요가 더욱 커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영옥 기자
2023년 금융 분야 베스트 로이어에는 김태연(법무법인 율촌), 오현주(법무법인 광장), 정명재(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가 이름을 올렸다(성명 가나다순). 김태연 변호사(사법연수원 33기)는 금감원에서 16년간 근무한 경력을 바탕으로 한 베테랑 규제 전문가다. 평가에 참여한 변호사들로부터 “실무감각이 좋고 신뢰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최근 사모펀드 사태 관련 일부 금융회사의 자문에 응해 ‘금감원 조치 대상에서 제외’하는 성과를 거뒀다. 오현주 변호사(연수원 28기)는 대규모 해외 증권 발행 등 자본시장 규제와 금융 분쟁 자문을 수행해왔다. 금감원 분쟁조정 전문위원, 금융위 스튜어드십 코드 태스크포스(TF) 위원 등 다양한 공익활동에도 참여하고 있다. 평가위원들은 “정책 분야의 변화를 선도하며 쌓아 올린 실력이 높게 평가받았다”고 전했다. 금융 분야에서 ‘김앤장의 간판’으로 통하는 정명재 변호사(연수원 25기)는 주식 자본시장(ECM)과 부채 자본시장(DCM) 등과 관련한 자문을 20년 이상 맡아 한국 자본시장의 발전사를 써내려 왔다고 평가받는다. 최근 쿠팡이 나스닥에 상장하는 데 큰 역할을 하기도 했다.
김영옥 기자
2023년 금융 분야 라이징 스타에는 박용진(법무법인 세종)·이화석(법무법인 율촌)·허은진(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가 선정됐다. 박용진 변호사(연수원 35기)는 9월 대한민국 정부의 엔화 표시 외국환평형기금채권(사무라이 본드)이 최초 발행되는 데 기여하는 등 국내외 채권 발행 분야에서 성과를 보여왔다. 한국투자신탁운용과 금감원에서 근무한 경력을 가진 이화석 변호사(연수원 39기)는 풍부한 실무 경험을 토대로 다양한 금융규제 관련 업무에서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한다. 한국예탁결제원을 대리해 해외주식에서만 가능하던 소수점 거래(1주 미만 단위)를 국내 주식시장에 도입하는 성과를 가져오기도 했다. 공인회계사 출신인 허은진 변호사(변호사시험 1회)는 회계법인 및 금감원에서 10년간 근무한 경력을 살려 기업공개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평이다. 국내 중소형 규모 기업의 상장뿐 아니라 해외에서 동시에 진행하는 기업공개에서도 두루 두각을 나타냈다.
. 20개 전문분야 중 나머지 10개 분야에 대한 결과는 지난 6일에 공개된 기사에서 확인할 수 있다. 김경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