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한상궁 "원형탈모증 생겼지만 너무 좋아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나인시절 친한동무가 있었다. 꼭 너처럼 호기심이 많고 정많은 그런 아이였어.
같이 노력하여 최고상궁이 되어보자고 손가락을 걸었었다.
그러다 그 아인 나를 돕다가 모함을 받아 생사가 불분명한 채로 궁밖으로 내쫓겼어.그때 난 아무런 힘이 되어 주질 못했다. 미안하구나 아무런 힘이 되어주질 못해서. 날 원망하거라" (한상궁 대사 中)

MBC-TV 특별기획드라마 '대장금'에 출연 중인 '한상궁' 양미경(43)씨의 인기가 대단하다. 극 중에서 단아한 외모와 따뜻한 성품으로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물론, 인터넷에서도 인기 '캡'이다. 주연도 아닌 조연을 살리라는 항의성 운동이 벌어지고 있을 정도다.

한상궁이 최상궁(견미리 분) 일가의 모함으로 운명을 달리할 것으로 알려지자 팬카페 등을 중심으로 한 인터넷 게시판들은 '한상궁이 죽어서는 절대 안된다'는 내용의 글들로 도배되다시피 할 만큼 '한상궁 살리기 운동'이 뜨겁게 전개되고 있다. '제발 살려달라' '한상궁을 늙게 죽게 해달라'는 등의 애원형부터 '한상궁 죽으면 TV 안 본다'는 협박형까지 다양한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지난 9월 15일 '대장금'이 전파를 타기 시작한 이래 인기를 모은 그녀는 최근 팬클럽(cafe.daum.net/hansanggung)이 생긴데 이어, 포털사이트 인물검색어에서도 1위에 올랐다. CF 섭외도 줄을 잇고 있다. 데뷔 20년 만에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30일 의정부에 위치한 MBC 야외세트장에서 양미경씨를 만났다. 그는 계속된 촬영에 피곤한 기색에도 아랑곳않고 한상궁같은 단아한 모습과 시종 밝은 웃음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대장금의 최근 이슈가 한상궁의 죽음인데

"여러분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부분인데 사실 나도 언제 죽을 지 또 무슨 내용으로 어떻게 죽을지 모른다. 장금(이영애 분)이가 박나인(김혜선 분)의 딸이라는 사실도 아직은 모르는 상태다. 하지만 한상궁이 어떤 죽음을 맞게 되느냐보다 장금이가 박나인의 딸이란 사실을 어떻게 듣게 될지가 한상궁에겐 더 큰 충격이 아닐까 싶다."

-자신의 죽음보다 장금이 친구의 딸이란 사실이 더 큰 충격이란 말인가.

"궁녀는 자식을 가질 수 없지 않은가. 한상궁이란 인물에 빠지다 보니 궁녀가 참 불쌍하단 생각도 든다.

물론 장금이가 다른 아이보다 도드라졌지만 친딸처럼 여기지 않았던가. 둘도 없는 친구의 죽음 앞에서 도움이 되지 못했고 딸처럼 보듬었던 아이가 친구의 딸이라는 사실을 알게되었을 땐 그 어떤 일보다 더 큰 충격으로 와닿지 않을까 싶다."

-한상궁의 죽음을 놓고 네티즌사이에 논란이 많은데...

"개인적으론 한상궁이 죽어야 이야기가 된다. 네티즌들은 한상궁을 살리라고 하는데 드라마 전개상 죽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만일 장금이가 박나인의 딸이란걸 알면 (李감독께) 살려달라하고 타협을 할 거 같다.(웃음) 한상궁의 성격으론 죽음에 대해 초연하면서 순순히 받아들이겠지만, 장금이를 두고 못 죽을거 같다. 친딸처럼 여기고 친구의 딸이란걸 알면서 과연 죽을 수 있는가. "

-몇번째 사극인가

"생각보다 사극은 많지 않다. '장녹수'와 '대장금'이 가장 길게 한 사극이다. 그리고 '전설의 고향'에서 귀신 몇편 했다. 물론 무섭진 않았다.(웃음)"

-연기생활을 하면서 죽는 역할이 있었나

"'장녹수'에서 박씨부인 역을 맡았는데 예정은 20부에서 자살하는 것으로 돼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계속 살더라. 결국 34부까지 가서 죽었다. 연습하면서 '왜 안 죽지?' 라고 한 기억이 난다. 한상궁도 그러지 않을까.(웃음)"

-한상궁역이 왜 인기가 있다고 보는가.

"엄마처럼, 때론 스승처럼 느껴지는 한상궁의 매력이나 캐릭터 때문에 좋아보였지 않나. 대장금이란 드라마를 시청자들이 관심있게 봐주고 뜨거운 사랑이 있었기 때문에 한상궁이 시청자들의 눈에 띄였다고 본다.

스승의 강한 힘, 장금이에게 어떻게 힘을 싣어줄 수 있을지, 그런 부분이 부담스러워 솔직히 처음 대본을 받고 한상궁역에 대해 그다지 매력을 느끼지는 못했다.(웃음) 李감독이 사극을 오래 하다보니 섬세하게 그때그때 상황에서 잘 이끌어 주셔서 한상궁이 더 매력있게 비춰지지 않았나 싶다. 감독의 도움이 컸다."

-사극에서 주인공과 왕.왕비가 인기인데 상궁이 인기인건 의외다.

"극의 초반엔 인기에 대해 별 느낌이 없었다. 그러다 서서히 인물 관계도가 형성되면서 장금이가 일찍 부모를 여의고 한상궁마저 여의면 너무 불쌍하지 않느냐는 여론이 형성되고 한상궁에게 동정표가 생긴 것 같다.

친구들이 문자메시지로 '가장 잘 어울리는 배역'이라고 칭찬해 주고 감독님이 녹화때 '(대장금)사이트 봤냐. 한상궁 인기가... 허허허'라며 웃으시더라. 처음엔 일시적인 현상인줄 알았다.

나중에 네티즌들이 동작.말투.움직임.장금을 바라보는 부분 등을 세세하게 지적해주니 지금은 힘들지만 죽는 날(?)까지 최선을 다하고 싶다. 강한 역할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보여줄 수 있었던 데는 감독의 힘도 빼놓을 수 없다."

-집안일이 아무래도 소홀해질 텐데.

"새벽에 1~2시간 짬을 내서 집에 갔다 왔다. 분량이 늘면서 3~4일에 한번 들어간다. 오랜 만에 보는 아들(허진석.15) 이 눈에 눈물을 그렁이며 '엄마 며칠 만이야'하고 포옹을 해준다.

사실 가족들을 못 챙겨줘서 미안하다. 집에 신경쓸 일 있었으면 여기서 온전히 촬영하는 데 힘들었을 것이다. 남편과 아들의 도움이 큰 힘이 됐다. 아들이 '엄마도 팬클럽 있냐'고 놀렸는데 지금은 팬클럽 생긴 것에 너무 신기해하고 좋아해 한다. 나 스스로도 아줌마한테 팬클럽이 생겼다는 것에 너무 신기해 하고 있다."

-일을 끝내고 가장 하고픈 일은 무언가.

"내 분량이 2~3주 정도 남았다. 끝까지 최선을 다하고 나서 잠을 실컷 자고 싶다."

-건강은 어떤가.

"다른 사람보다 모근이 약해 드라마 처음 시작하면서 원형 탈모증이 생겼다. 탈모증만 생기는게 아니라 빨겋게 진물려 아프기까지 하니 눈물이 나더라(웃음). 지금은 긴장을 하고 있지만 이 일이 끝나면 감기몸살이 오지 않을까 싶다."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면?

"(이)영애를 업은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처음 대본을 보고 무척 놀랬다. 영애를 어떻게 업지? 저 큰 장금을 어떻게 업나, 그런 생각을 했다. 李감독에게 '장금이 업어야 하는데 어떻게 해요?' 라고 물었더니 '그럼 업어야지'하고 너무 쉽게 말씀하셨다.

아들도 업은 기억이 별로 없는데 저렇게 큰 애를 어떻게 업나 고민하면서 스탭들과 연습도 많이 했다. 그런데 방송 보니까 가볍게 휙 지나가서 정말 허무했다. 다음날 어깨 근육이 좀 아팠다(웃음). 영애가 좀 가볍다(웃음). 나한테 몸무게 말해줬는데, 그렇다고 잘 먹는 영애에게 점심 먹지 말라고 할 수도 없고…(웃음). 아무튼 그 장면이 참 예뻤다. 한상궁 마음이 잘 그려진 장면이라 개인적으로 가장 맘에 든다."

-李감독께 하고자 하는 말이 있다면.

"내 느낌대로 했으면 과연 지금의 한상궁처럼 되었을까 싶다. 신인 때는 열정과 젊음 때문에 힘이 있어 계단을 쉽게 오를 수 있으나 어느 정도 경험이 쌓이면 배역 몰입이 쉽지 않다. 그 습성에 젖어들면 개인적인 연기에 고무되어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고 독선에 빠질 수 있다. 그런 면에서 감독이 꼼꼼히 체크를 해줘 고맙게 생각하고 많이 배우고 있다. 감독의 지적과 가르침에 고맙게 생각하고, 앞으로 李감독을 언제 만날지 모르나 좋은 배역 만들어줘서 연기자로서 고맙게 생각한다."

[드라마 '대장금' 제작발표회 뒷 이야기]

이병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