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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세계 정세는…"中은 반도체로 발목, 美는 그 부메랑 걱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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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전략 경쟁이 ‘뉴노멀(new normal)’이 된 시대다. 세계 각 지역을 연구하는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내년 세계정세를 내다보는 ‘2023년 글로벌 정세 회고와 전망’ 간담회에서도 미·중의 힘겨루기가 어떻게 바뀔지를 두고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지난 4일 오후 한국외대 교수회관에서 한국외대 국제지역연구센터 HK+국가전략사업단(강준영 단장), 한국환경연구원 북한환경정보센터(강택구 센터장)가 공동 주최한 '2023년 글로벌 정세 회고와 전망' 간담회가 열렸다. 김상진 기자

지난 4일 오후 한국외대 교수회관에서 한국외대 국제지역연구센터 HK+국가전략사업단(강준영 단장), 한국환경연구원 북한환경정보센터(강택구 센터장)가 공동 주최한 '2023년 글로벌 정세 회고와 전망' 간담회가 열렸다. 김상진 기자

지난 4일 한국외대 국제지역연구센터 HK+국가전략사업단, 한국환경연구원 북한환경정보센터가 공동 주최한 이번 간담회에선 “내년엔 중국이 반도체 수급 문제로 미국에 끌려다니고, 중국의 경기 침체가 미국에 부메랑처럼 돌아와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또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와 중동에서 벌어지고 있는 ‘두 개의 전쟁’의 향배, 한국 총선을 포함해 전 세계 42개국에서 치러질 주요 선거의 결과에 따라 국제 정세가 요동칠 것으로 내다봤다. 다음은 간담회 주요 내용이다.

"트럼프 당선되면 '중국 때려라' 요구"

▶(미국)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올해 4월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미국의 대중국 정책과 관련해 ‘디리스킹(derisking·위험 완화)’ 전략을 꺼냈다. 그러나 사실 디리스킹은 눈속임용 네이밍이고, 여전히 인공지능(AI) 등 하이테크 분야에선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을 계속하는 부분적 또는 선택적 디커플링 양상을 띠고 있다. 그러면서 미국은 주요 장관들을 잇달아 중국에 보내 ‘관리된 경쟁(managed competition)’으로 태세를 전환했다. 미국은 내년에도 이런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다만, 내년 미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대중국 자세가 강경해질 수 있다. 코로나19 대응 문제로 재선에 실패했다고 생각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외교정책과 관련해 모든 역량과 자원을 대중 견제에 쏟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에도 일정 부분 희생이 따르더라도 ‘중국 때리기’에 동참하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일러스트=김지윤

일러스트=김지윤

▶(중국) 주재우 경희대 교수=내년 중국 경제의 성장과 발전은 반도체 수급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칼자루를 쥔 건 미국이다. 중국은 미국으로부터 반도체 및 관련 장비의 원활한 공급을 위해 무릎을 꿇어야 하는 상황이 좀 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도 마냥 반도체 공급을 옥죌 순 없다. 중국의 경기 침체가 미국에 부메랑처럼 돌아와 불황으로 이어지면 조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가도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군사적인 도발을 축소하거나 감소하는 등 성의를 보여야 이에 상응해 대중국 반도체 규제 수위를 조정할 수 있다고 본다.

한국 정부가 기대하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2019년 이후 중단됐던 한·중·일 정상회의의 내년 초 서울 개최는 어려울 것이다. 특히 3국 정상회의의 경우, 간첩 혐의로 중국에 구금된 일본인들 문제로 중·일 관계가 극도로 악화돼 있다는 점에서 지금으로선 개최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중국) 강준영 한국외대 교수=중국이 북·러 밀착을 어떻게 다룰지도 주의 깊게 봐야 한다. 일단 중국은 ‘북·러 문제’라며 양국의 군사협력 등에는 분명한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대미 연합전선 구축은 중국에도 필요하기 때문에 향후 한·미·일 대 북·중·러 구도를 둘러싼 줄다리기를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일 선거가 한·일 관계 변수"

▶(일본) 이지영 창원대 사회과학연구소 연구원=올 한해 일본 외교에서 가장 큰 성과는 한·일 관계의 복원이다. 양국 정상이 여러 차례 만나서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눴다기보다는 국내외에 ‘관계를 개선할 것’이란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발신했다는 의미가 있다. 그러나 내년엔 한국 총선(4월), 일본에선 중의원 해산과 자민당 총재 선거(9월), 미국 대선(11월) 등이 줄을 잇는데, 각 선거 결과에 따라 한·일 간 우호적인 분위기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북한은 지난달 21일 밤 발사한 군사정찰위성 1호기 '만리경-1호'의 발사가 성공적으로 이뤄졌다고 이튿날 밝혔다. 연합뉴스

북한은 지난달 21일 밤 발사한 군사정찰위성 1호기 '만리경-1호'의 발사가 성공적으로 이뤄졌다고 이튿날 밝혔다. 연합뉴스

▶(러시아) 우준모 선문대 교수=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별로 힘들어하지 않는 분위기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과 872일간 ‘레닌그라드 공방전’을 치르며 버텨냈을 정도로 인내가 강한 나라다. 내년 3월 러시아 대선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재선되면 2030년까지 집권하게 된다. 설령 푸틴이 아닌 다른 지도자가 나오더라도 러시아 국가 전략의 방향성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남북 관계) 김범수 서울대 교수=최근 남북이 모두 군사위성 발사에 성공하면서 우주에서도 경쟁하는 등 긴장 국면이 계속될 전망이다. 북한의 추가 핵실험 강행 여부에 따라 대응 강도가 달라질 수밖에 없는데, 미 대선을 앞두고 굳이 핵실험을 하진 않을 듯하다. 반면 미사일 발사, 무인기(드론) 영공 침범, 서해 북방한계선(NLL) 침범 등 저강도 도발은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한가지 우려되는 것은 남북 간 ‘팃포탯(tit for tat)’ 대응으로 연평해전 수준의 무력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이다. 이를 잘 관리하는 게 한국 정부의 과제다.

"유럽, 우크라 전쟁에 피로감 증대" 

▶(유럽) 김용민 건국대 교수=유럽의 화두는 단연 우크라이나다. 전쟁에 대한 피로감 증대로 얼마나 지속적으로 연대하고 지원을 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유럽연합(EU) 회원국의 부담이 늘면서 각국 국민 여론도 악화된 상황이다. 실제로 슬로바키아에선 정권 교체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수 지원 계획이 폐기됐다. 유럽은 우크라이나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과 협력을 원하지만, 미국이 얼마나 동조할지 의문이다.

▶(동남아시아) 이재현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미·중 사이 블록화가 강화되는 가운데 아세안(ASEAN)은 이익과 자율성을 확보하기 위해 어느 진영에도 발을 담그지 않는 모습이다. 이런 상황에서 ‘두 개의 전쟁’이 역내 국가들의 입장을 갈라놓고 있다. 특히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의 경우 무슬림 국가들은 팔레스타인 편을 드는 반면, 싱가포르 등은 이스라엘을 지지하고 있다. 내년 2월 인도네시아 대선과 관련, 현재 지지율 수위인 프라보워 수비안토 국방장관은 한국과 차세대 전투기(KF-21·인도네시아명 IF-X) 공동 개발사업의 키를 쥐고 있는 인물이어서 주목된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인해 유럽 각국의 재정 부담이 커지고, 군사 지원에 대한 여론도 악화되고 있다. 사진은 우크라이나 군인이 NLAW 대전차 무기를 발사하는 모습. AP=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인해 유럽 각국의 재정 부담이 커지고, 군사 지원에 대한 여론도 악화되고 있다. 사진은 우크라이나 군인이 NLAW 대전차 무기를 발사하는 모습. AP=연합뉴스

▶(중남미) 이상현 전북대 교수=중남미에선 경제 상황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좌파가 퇴조하고 우파가 평화롭게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단 우파 집권에 따라 일부 국가에서 사회적 시위가 재연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동) 백승훈 한국외대 중동연구소 연구원=중동 국가들은 미국에 대한 편승만으론 문제 해결이 어렵다고 보고, 중국을 포함한 역외 국가들과 관계 조정을 통해 리스크를 분산시키려 하고 있다. 친미 국가로 분류되던 아랍에미리트(UAE)가 중국제 코로나19 백신을 사용한 것도 아프리카 시장 등을 겨냥한 행보였다.

▶(중앙아시아) 추영민 한국외대 HK연구교수=중앙아시아 각국은 러시아와 관계가 악화하길 바라지 않으면서도, 서방의 대러시아 경제제재가 지역 경제에 악영향을 끼치거나 지역이 고립되는 것도 원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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