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 디딤돌 마련이 성과”/방소 결산 수행기자 간담회 요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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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냉전체제 해소… 「통일」의 길 쉽게 열릴것/북한과 관계 끊지 말고 개혁설득 당부
노태우 대통령은 16일 오전(현지시간) 소련내 두 번째 방문지인 레닌그라드시의 영빈관에서 약 1시간 동안 수행기자들과 소련방문을 결산하는 간담회를 갖고 방소 성과 및 앞으로의 한소 관계발전 등에 관해 설명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요지.
­이번 소련방문을 결산해주십시오.
『한반도에서 평화정착을 위한 가장 탄탄한 디딤돌을 마련했으며 이제 평화의 길을 향해 가는 데 장애요소는 없어졌습니다. 앞으로 중국과도 관계를 정립한다면 한반도에서의 전쟁위협은 1백% 해소될 것입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온갖 대가를 지불해온 통일의 길이 한층 쉽게 열릴 수 있게 됐다는 것이 이번 소련방문의 가장 큰 성과가 되겠지요.』
­고르바초프 대통령과 단독회담을 2시간 이상 진행했는데 한반도문제에 관해 주요한 논의가 있었습니까.
『나는 소련이 우리와 수교했더라도 북한과의 관계를 끊지 말고 더 친숙한 관계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이 역사의 물줄기를 거슬러가고 있는 점과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페레스트로이카에 북한이 반대하고 있는 것을 그냥 두지 말고 계속 설득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의 통일을 도와주는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이나 북한 지도층에 대한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인식은 어떤 것이었습니까.
『북한이 페레스트로이카정책 등을 반대하는 것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현재 국내문제가 어려워 여타 문제에 크게 신경을 쓸 여유가 없는 것 같았습니다.』
­최호중 외무장관과 셰바르드나제 소련 외무장관과의 회담에서 6·25전쟁,KAL기 격추사건에 대한 언급이 있었는데 셰바르드나제 장관의 발언을 소련정부의 공식사과로 간주할 수 있습니까.
『소련 외무장관의 입장표명이 있었으면 공식적인 뜻이 있었다고 봐야지요. 그러나 정상회담에서는 6·25와 KAL기문제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고 개괄적으로만 언급했습니다.』
­남북한정상회담에 대해 고르바초프 대통령과 어떤 의견을 교환했습니까.
『이 문제는 샌프란시스코정상회담 때부터 논의했으며 고르바초프 대통령도 노력하겠다고 했기 때문에 자신이 스스로 알아서 할 것으로 봅니다.』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내년 봄 서울을 방문하게 되면 평양도 동시에 방문할 가능성은 없습니까.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는 않았지만 의식을 하는 것 같았습니다. 동맹국인데도 아직 한 번도 북한을 방문하지 않았거든요. 그러나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북한이 끈질기게 반대해도 나와 정상회담을 갖고 또 수교도 했습니다. 소련이 북한을 의식은 하겠지만 동북아의 진정한 평화를 위해,또 소련의 국익을 위해 무엇이 더 도움이 될 것인가는 스스로 판단하리라고 봅니다.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나의 방한 초청에 빠른 시일 안에 서울에 가겠다고 했습니다. 한국과의 관계증진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고 자신합니다.』
­모스크바대 연설이나 외무부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임수경양 석방문제에 대한 질문에 답변하신 것을 보면 석방을 고려하고 있는 것 같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오해하지 말아주십시오. 석방을 검토한 적이 없습니다. 모스크바대 연설과 기자회견 때 대학생과 젊은 기자들로부터 질문을 받았는데 「같은 학생의 입장에서 동정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어느 나라든 법이 있고 법 앞에는 만인이 평등한 것이고 어떤 특정인이라고 해서 차별적으로 적용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했습니다.』
­우리가 소련에 무상으로 경협을 제공한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있는 것 같습니다. 경제협력의 규모는 정해졌습니까.
『무상이라니 될 법이나 한 소리입니까. 소련같은 대국이 우리나라와 같은 작은 나라가 무상으로 준다고 해도 안 받을 것입니다. 또 한 가지 분명히 말해두겠는데 경협규모는 이번에 정하지 않았습니다.』
­옐친 러시아공화국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어떤 인상을 받으셨는지 말씀해주십시오.
『고르바초프 대통령과 사이가 안 좋다해서 만나는 것 자체가 델리킷하지 않을까 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개혁정책에 전적으로 동감하고 있었으며 다만 여러 소련내 공화국에 자주권을 더 달라는 입장인 것 같았습니다. 러시아공화국이 그 중 가장 큰 공화국으로서 요구가 많은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연방의 헌법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는다는 원칙은 분명했습니다. 가능하면 공화국 주권을 무시하는 독립적인 행위는 상상할 수 없고 그래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더군요.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개혁정책에 대해 이견이 없느냐고 묻자 그런 것은 없고 원칙에 찬성하지만 다만 좀 빨리 하자든가 등 방법상의 차이가 있을 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귀국하시면 김대중 평민당 총재와 회담을 가질 계획이 있습니까.
『그런 기회가 오지 않겠어요. 오리라고 봅니다.』
­개각문제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개각 등 정부 요직 개편문제에 관해 구상한 것이 있습니까.
『대외문제를 머릿속에서 정리하고 있는 중이라 개각이니 그런 것 생각할 겨를이 없어요.』
­겨를이 생기시면 개각을 고려할 생각이신지요.
『정리 다 하고,국내에 가서 겨를이 생기면 생각해볼 수 있겠지요.』<레닌그라드=이규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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