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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따라잡기 어려운 기술에서 활로 찾아야” 전문가 진단 [중앙포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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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살아남기 위해선 정부와 기업이 한마음으로 초격차 기술을 키워야 합니다.”(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석학교수)

“전기차·배터리 공급망은 중국이 장악하고 있습니다. 중국이 따라잡기 힘든 기술 개발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입니다.”(조재필 울산과학기술원 특훈교수)

29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3 중앙포럼-미·중 패권 경쟁시대: 한국 경제의 활로는’ 행사의 두 번째 세션 ‘한국 산업의 생존 전략은’에서 반도체·배터리·인공지능(AI)·금융 분야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기술 초격차’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중국이 따라잡기 어려운 분야에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얘기다.

'2023 중앙포럼'에서 반도체 부문 발표자로 나선 박재근 교수. 김종호 기자

'2023 중앙포럼'에서 반도체 부문 발표자로 나선 박재근 교수. 김종호 기자

반도체에서 ‘미·중 반도체 전쟁 극복할 키워드 K-초격차’를 주제로 발표한 박재근 교수는 ‘초격차’를 거듭 힘줘 말했다. 한국은 반도체 제조 강국이지만 미·중 패권 경쟁 속에서 원활한 중국 공장 가동이 위협받고 있는 상태다. 박 교수는 이에 대해 “미국이 대중 장비 수출 통제에 나선 것은 중국이 너무 빠른 속도로 추격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에 따라 기술 경쟁력을 유지·확대하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정부 역할이 보다 적극적이어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박 교수는 “국가가 인재 양성에 과감하게 투자해야 한다. 미국의 국가 반도체기술센터(NSTC)와 협력해서 한·미 간 기술 교류 체계를 구축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2023 중앙포럼'에서 배터리 부문 발표자로 나선 조재필 교수. 김종호 기자

'2023 중앙포럼'에서 배터리 부문 발표자로 나선 조재필 교수. 김종호 기자

조재필 교수는 ‘K-배터리 산업의 적자생존 전략’을 주제로 발표하면서 ‘기술 우위’가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글로벌 전기차·배터리 시장의 성장세가 주춤하지만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고성장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내다봤다. 이른바 ‘가성비’가 뛰어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앞세운 중국의 성장세에 대해선 “배터리의 품질, 성능 측면에서 중국 업체들은 K-배터리 3사를 따라오지 못한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하이니켈(니켈 비중 80~90%)’ 배터리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업체가 강점을 가진 삼원계 배터리에서는 니켈 함량을 높일수록 에너지 밀도가 높아져 주행거리가 늘어나는 등 성능이 좋아진다. 조 교수는 “니켈 비중이 95% 이상인 울트라 하이니켈 등을 개발하는 데 더욱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3 중앙포럼'에서 AI 부문 발표자로 나선 배경훈 LG AI연구원 원장. 김종호 기자

'2023 중앙포럼'에서 AI 부문 발표자로 나선 배경훈 LG AI연구원 원장. 김종호 기자

인공지능(AI) 분야 발표자로 나선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은 “우리가 잘하는 영역에서부터 AI로 성공 사례를 만들어야 한다”며 “그러려면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한국이 모든 분야에서 AI를 미국만큼 잘할 수 없다”면서다.

배경훈 원장은 생성 AI 기술을 접목할 경우 생산성 향상이 극대화할 수 있는 분야로 제조업·바이오·문화예술·로봇·반도체 등 5개 부문을 꼽았다. 제조업에선 공장에 AI를 적용해 불량제품을 잡아내고, 바이오 분야에선 AI가 신약 최적의 후보물질을 예측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배 원장은 또 AI 기술의 실제 산업 적용을 위해서는 “데이터 수집 및 관리 역량, 데이터 보안 역량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2023 중앙포럼'에서 발표한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장진영 기자

'2023 중앙포럼'에서 발표한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장진영 기자

금융에서 기회를 찾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은 “무역·기술 전쟁에 이은 새로운 미·중 전쟁은 ‘금융 전쟁’이 될 것”이라며 “이 전쟁이 오히려 한국에 투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 소장은 “금융은 선진국이 후진국에 투자해 수익을 내는 산업”이라며 “중국의 국방·식량·기술·에너지·자원 안전 분야에 투자하면 충분히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중국이 금융 산업을 개방하지 않은 건 그만큼 취약하기 때문이다. 중국 내부적으로 자본 시장을 키울 자생력이 없기 때문에 외국인 투자자라는 ‘메기’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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