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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도 부회장 "고슴도치 가시처럼 잘 벼린 첨단제조 역량 키워야" [중앙포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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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도 중앙홀딩스 부회장은 29일 “한국의 전략적 가치는 첨단 제조역량에 달려 있다”며 “고슴도치 가시처럼, 잘 벼린 날카로운 비수처럼 뭔가 뾰족한 것을 갖춘 나라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홍 부회장은 이날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3 중앙포럼’ 개회사에서 “첨단기술 분야에서 미ㆍ중이 가장 치열하게 맞붙는 게 우리에겐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홍 부회장은 미ㆍ중 패권경쟁의 본질에 대해 “중국의 부상과 미국의 대응”이라며 “미국은 냉전이 끝난 뒤 경쟁자 없이 ‘슈퍼 파워’의 지위를 누리며 자신들이 확립한 자유민주주의 중심의 국제질서를 수호해왔다. 중국은 이런 질서를 거부할 뿐 아니라 자국 이익 중심으로 고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2023 중앙포럼〉이 미·중 패권 경쟁 시대, 한국경제의 활로는을 대주제로 29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렸다. 홍정도 중앙홀딩스 부회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2023 중앙포럼〉이 미·중 패권 경쟁 시대, 한국경제의 활로는을 대주제로 29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렸다. 홍정도 중앙홀딩스 부회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이어 “중국의 저력을 과소평가했던 미국은 그동안 중국에 대한 대응이 부족했다고 후회하고 있다”며 “세계의 ‘공장’이자 ‘시장’으로서 가파른 성장을 이룬 중국은 더 이상 한 수 아래 적수가 아니다. 자신의 패권을 지켜야 하는 미국은 중국을 대등한 경쟁자로 인정하고 자신을 넘보지 못하도록 전방위 압박 수비에 나서고 있다”고 덧붙였다.

홍 부회장은 “미ㆍ중 전략경쟁은 단판 승부가 아니라 긴 호흡과 끈기가 필요한 마라톤”이라며 “특정 분야에서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선두가 바뀔 수 있어도 중국 건국 100주년이 되는 2049년 무렵 인도ㆍ태평양의 강자가 가려질 때까지는 경제 전쟁과 휴전을 되풀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홍 부회장은 미ㆍ중 패권경쟁과 관련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거리의 균형이 아니라 이익의 균형, 원칙을 기반으로 발휘하는 유연성”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ㆍ미 동맹이 우리 외교ㆍ안보의 근간이며, 중국과의 경제적 파트너십은 끊을 수 없다는 현실은 어떤 국제정세 하에서도 바뀌지 않는다”며 “미국도 중국과 ‘경쟁적 공존’을 모색하는데, 한국 스스로 선택의 딜레마에 놓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이번 중앙포럼은 ‘미ㆍ중 패권 경쟁 시대, 한국 경제의 활로는’을 주제로 진행된다. 오전 1부 행사에선 홍 부회장의 개회사에 이어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마틴 울프 FT 수석경제논설위원이 기조연설을 한다. 오후 1시부터 열리는 2부 행사엔 마이클 스펜스 스탠퍼드대 교수, 박철희 국립외교원장 등이 향후 세계 질서 변화를 전망하고 참석자들과 머리를 맞댈 예정이다.

다음은 홍정도 부회장의 개회사 전문.

‘고슴도치 가시’처럼 우리의 첨단제조 역량 키워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존경하는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님,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님, 기조연설을 맡아주신 추경호 경제부총리님과 마틴 울프 영국 파이낸셜타임즈 수석논설위원님,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님, 구자열 한국무역협회장님, 류진 한국경제인협회장님, 사공일 세계경제연구원 명예이사장님, 그리고 토론에 참석하시는 전문가들과 내외 귀빈 여러분, 중앙일보가 주최하는 2023년 중앙포럼에 참석해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미ㆍ중 패권 경쟁이 세계인의 주목을 받은 지 벌써 몇 년이 흘렀습니다. 2018년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역 전쟁에서 시작해 이제는 공급망과 첨단 기술 규제로 전선이 확대됐습니다. 이제 양국 간의 경쟁은 큰 흐름 자체가 달라지기 힘들 정도로 고착화되고 있습니다.

이 경쟁의 본질은 중국의 부상과 미국의 대응입니다. 미국은 냉전이 끝난 뒤 경쟁자 없이 ‘슈퍼파워’의 지위를 누리며 자신들이 확립한 자유민주주의 중심의 국제질서를 수호해 왔습니다. 중국은 이런 질서를 거부할 뿐 아니라 자국 이익 중심으로 고치려고 합니다.

2000년대만 해도 ‘수정주의 도전자’ 중국의 저력을 과소평가했던 미국은 그동안 중국에 대한 대응이 부족했다고 후회하고 있습니다. 세계의 ‘공장’이자 ‘시장’으로서 가파른 성장을 이룬 중국은 더 이상 한 수 아래의 적수가 아닙니다. 자신의 패권을 지켜야 하는 미국은 중국을 대등한 경쟁자로 인정하고 자신을 넘보지 못하도록 전방위 압박 수비에 나서고 있습니다.

과연 마지막에 웃는 곳은 어디일까요. 중국은 이제 정점에서 내려갈 일만 남았다는 ‘피크 차이나(Peak China)’ 주장이 올해 상반기에 거셌습니다. 중국은 지금 정점을 지나는 중이며 인구 감소, 서방의 견제, 자원 고갈, 정치 체제, 부동산 리스크 등으로 경제적, 정치적 하락 추세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입니다. 중국 경제성장률이 둔화하는 게 코로나19 같은 한시적 문제뿐 아니라 구조적 문제 때문이라는 외신의 분석이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최근엔 좀 차분하게 보자는 주장이 많은 것 같습니다. 중국은 지난해 세계 수출 점유율 14%로 1위이고, 우리나라를 비롯한 120여 나라의 최대 무역 상대국입니다. 중국의 성장이 둔화되고 있지만, 10% 이상 성장하던 20년 전보다 지금의 5% 성장이 규모는 더 큽니다. 국내총생산(GDP) 절대 규모가 늘었기 때문입니다.

여기 앞에 계신 마틴 울프 수석논설위원님도 지난 9월 ‘아직 피크 차이나라고 할 때가 아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경기 침체, 부동산 과잉투자, 금융 취약성이 있긴 하지만 너무 과장돼 있다는 것이죠.

요새 미국 경제는 호조입니다. 인플레이션 문제가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았지만, 3분기에 연율로 4.9% 성장했습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미국의 올해 연간 성장률을 우리보다 높은 2.1%로 예상합니다.

경기 흐름만 좋은 게 아닙니다. 최근 미국은 반도체ㆍ과학법 같은 산업정책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핵심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은 수출통제 정책을 활용해 첨단기술 분야에서 중국과의 격차를 벌리고 있습니다. 인공지능, 양자역학, 반도체는 경제는 물론 안보와도 직결됩니다. 해외로 나간 첨단 제조업을 미국 본토로 불러들이는 리쇼어링(Reshoring) 정책 덕분에 일자리와 투자가 늘어난다고 기대도 큽니다.

물론 리쇼어링 정책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할 문제입니다. 미국은 상대적으로 제조업 비중이 작습니다.
이는 첨단 제조업에 필수인 고숙련 근로자가 부족하다는 뜻이고, 보조금 같은 단기 처방만으로는 근본적 해결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결국 미ㆍ중 전략 경쟁은 단판 승부가 아니라 긴 호흡과 끈기가 필요한 마라톤입니다. 특정 분야에서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선두가 바뀔 수 있어도 중국 건국 100주년이 되는 2049년 무렵 인도ㆍ태평양의 강자가 가려질 때까지는 경제 전쟁과 휴전을 되풀이할 것입니다.

미국과의 안보 동맹, 중국과의 경제적 파트너십을 토대로 발전을 일궈온 한국에게는 어려운 대외환경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우리의 길을 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 제조 강국의 지위를 지켜내야 합니다.

한국의 전략적 가치는 첨단 제조역량에 달려 있기 때문입니다. 고슴도치 가시처럼, 잘 벼린 날카로운 비수처럼, 뭔가 뾰족한 것을 갖춘 나라가 돼야 합니다. 첨단 기술 분야에서 미·중이 가장 치열하게 맞붙는 게 우리에겐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거리의 균형이 아니라 이익의 균형입니다. 원칙을 기반으로 발휘하는 유연성입니다. 한·미 동맹이 우리 외교안보의 근간이며, 중국과의 경제적 파트너십은 끊을 수 없다는 현실은 어떤 국제정세 하에서도 바뀌지 않습니다. 미국도 중국과 ‘경쟁적 공존’을 모색하는데, 한국 스스로 선택의 딜레마에 놓일 필요는 없습니다.

2023 중앙포럼은 한국 사회와 경제가 변곡점을 향해 갈 때마다 선제적으로 화두를 제시하고, 세계적 수준의 전문가들과 함께 해법을 논의해왔습니다. 오늘 이 자리는 미ㆍ중 패권경쟁의 시대에 함께 외교적 상상력을 발휘하고, 산업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산지식을 공유하기 위해 마련했습니다.

한국 경제와 외교의 나아갈 방향을 냉정하게 고민하고, 활로 모색을 위한 방법론을 치열하게 토론하는 소중한 장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경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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