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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술잔에 '불곰'도 뻗었다…러시아서 캐온 '천궁' 기술 [진격의 K방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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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 20일 ‘사우디아라비아가 한국 방위산업 야심의 핵심 키를 쥐고 있다’는 기사에서 한국산 무기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기반을 닦을 경우 전 세계 시장에서 확실한 위치를 차지할 것이라 내다봤다. 그러면서 일본과 대만에도 수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13~17일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열리는 중동 최대 에어쇼인 '두바이 에어쇼'에 참가해 기동헬기인 수리온(오른쪽)과 경공격헬기인 LAH(왼쪽)를 선보였다. 한국항공우주산업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13~17일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열리는 중동 최대 에어쇼인 '두바이 에어쇼'에 참가해 기동헬기인 수리온(오른쪽)과 경공격헬기인 LAH(왼쪽)를 선보였다. 한국항공우주산업

당장 일본·대만으로의 무기 수출에는 장애가 많지만, 한국이 곧 주요 방산국가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변변한 자체 소총조차 없었던 빈국에서 1970년대 전력증강 율곡사업을 시작해 이젠 전세계를 누비는 자주포를 만들고, ‘총알로 총알을 맞추는’ 수준의 요격 미사일을 생산하니 격세지감을 넘어서 천지개벽이나 다름없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북한의 위협이 날로 더 커지는 안보 현실 때문이다. 수도권은 휴전선과 멀지 않은 데다 북한은 여차하면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협박하고 있다. 그래서 정부와 국방과학연구소(ADD), 방위산업체가 절박한 마음으로 연구와 개발에 임할 수밖에 없다.

휴일을 반납하며 연구하다 과로사로 세상을 뜬 ADD의 고 김동수 박사, 시험사격 화재로 숨진 동료를 대신해 화상을 입고도 다시 시험장에 나선 K9 자주포 개발팀이 그러하다. 레이더 기술을 하나라도 더 배워오기 위해 보드카로 다져진 러시아 엔지니어와의 술대결을 마다치 않은 천궁 방공 미사일 개발팀도 마찬가지다.

미사일을 쏠 때마다 황금 어장을 비워줘야 했던 서해의 어민도 K방산의 숨은 주역이다. 이들은 그물로 불발탄을 건져 올려 천궁의 완성을 돕기도 했다.

‘진격의 K방산’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았다. 이들의 희생과 노력을 통해 차곡차곡 쌓인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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