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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인·아라비아인·쇄신자…사람들 이야기로 수놓은 다채로운 중세 [BOOK]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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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인들

중세인들

중세인들 1·2
댄 존스 지음

이재황 옮김
책과함께

한경환 기자 han.kyunghwan@joongang.co.kr

세계사에서 고대와 근대 가운데 낀 시대를 중세(中世)라고 한다. 어림잡아도 1000년이 넘는 긴 중세는 ‘암흑시대’였다고 배운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최근 활발하게 다시 진행되고 있는 중세연구들은 대체로 이 시대의 다채로움과 역동성을 새로운 각도로 재조명하는 경우가 많다.
 신간 『중세인들(원제 Powers and Thrones)』도 서유럽을 포함해 지구 위의 다양한 세력들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며 중세의 속살을 내밀하게 파헤쳤다. 영국의 베스트셀러 역사저술가인 지은이 댄 존스는 중세에 활약했던 여러 부류 ‘사람’들의 스토리를 이야기책처럼 들려준다. 두 권의 책에선 로마인들, 이방인들, 동로마인들, 아라비아인들, 프랑크인들, 수행자들, 기사들, 십자군들 그리고 몽골인들, 상인들, 학자들, 건설자들, 생존자들, 쇄신자들, 항해자들, 개신교도들이 챕터별 주인공으로 나온다.
 세계사나 중세사를 잘 모르는 독자들도 다큐멘터리 드라마같이 엮어 놓은 이야기보따리를 조심스럽게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책에 푹 빠지게 되는 체험을 하게 된다. 책을 한번 잡으면 쉽게 놓기가 어려울 것이다.
 지은이가 스스로 고백했듯이 이 책은 주로 서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중세 시대 세계의 다른 지역 역사를 서방의 렌즈를 통해 바라봤다. 하지만 아시아나 아프리카 역사에도 정통한 필자는 중세의 서방이 세계의 동방 및 남방과 얼마나 깊숙이 엮여 있었는지를 잘 보여 준다.
 훈족, 고트족, 게르만족 등 로마 변두리 이방인들은 오늘날 우리가 겪고 있는 것처럼 기후 변화 등의 이례적인 현상 때문에 민족대이동 끝에 로마를 멸망시켜 중세를 열었다. 아라비아인들은 중세 서방 밖 세계에서 찬란한 문화를 꽃피웠다. 무자비하게 유라시아를 정복한 거대한 몽골제국은 오랫동안 서로 단절돼 있던 동방과 서방 여러 지역을 연결해 사상과 물건과 부를 교환하는 결과를 낳았다.
 대하역사소설 같은 책 2권을 다 읽고 나면 적어도 중세 천 년에 대해서 만큼은 아마추어 역사가 행세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중세의 자손이기도 한 우리 자신이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가 기후 변화, 대량 이주, 코로나 19 같은 유행병, 기술 변화 등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문제들과 유사했던 접점을 발견하는 흥미로움을 접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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