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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외교 얼굴' 블링컨 한국 온다…"민간인 희생 막아야" 직접 기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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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상원에 출석한 모습이다. EPA=연합뉴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상원에 출석한 모습이다. EPA=연합뉴스

이스라엘ㆍ하마스 전쟁 진화를 위해 동분서주 중인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자로 워싱턴포스트(WP)에 기고문을 냈다. 지난달 한 차례 가자 지구를 방문했던 그는 오는 3일 또다시 중동행 비행기에 오른다. 가자지구 방문 후엔 한국도 방문한다고 외교부가 1일 밝혔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방한은 처음이다. 그는 2021년 1월 조 바이든 정부 출범부터 국무장관으로 일하며 백악관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부통령이었던 2015~2017년엔 국무부 넘버2인 부장관을 지냈다. 바이든 대통령의 외교 페르소나 같은 존재가 블링컨 장관이다.

지난 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회의를 주재하는 조 바이든(가운데) 대통령을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뒤에서 바라보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회의를 주재하는 조 바이든(가운데) 대통령을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뒤에서 바라보고 있다. AP=연합뉴스

촌각을 다투는 그가 기고문까지 낸 것은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번 기고문은 하원을 염두에 둔 여론 환기를 목적으로 한다. 야당인 공화당이 우세인 하원이 바이든 정부의 이스라엘 및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한 긴급 안보 예산에 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우크라이나에 614억 달러(약 83조원)와 이스라엘에 143억 달러를 지원하는 긴급 안보 예산안을 송부했다. 장기화하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지원 피로도 등으로 인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예산 지원이 채택 안 될 경우를 대비해 패키지로 묶은 것이다. 그러나 1일 현재 하원은 이스라엘만 지원하는 예산만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이에 백악관은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상황이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폭격 직후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이 생존자를 찾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폭격 직후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이 생존자를 찾고 있다. AFP=연합뉴스

의사봉을 갓 잡은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에게도 이번 예산안 갈등은 물러서기 어려운 승부다. 이스라엘 지원만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관철함으로써 당내 입지를 다지려는 의지가 확고하다. 존슨 의장 및 일부 공화당 강경파는 이스라엘만을 지원하면서 동시에 가자 지구 내 팔레스타인 민간인 지원까지 삭감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블링컨 장관이 WP 기고에서 우려한 지점이 바로 여기다.

그는 기고에서 "가자 지구의 민간인을 위한 인도적 지원을 포함한 대통령의 예산안 요청을 일부만 받아들이겠다는 하원 내 일부의 기류가 있다"며 "그렇게 된다면 심각한 잘못"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강경 무장 정파인) 하마스와 팔레스타인 민간인을 구별해야 한다"며 "하마스가 벌인 잔혹함 때문에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이 대가를 치러야 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팔레스타인 민간인 역시 피해자들이며 보호받아야 하는 존재"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무고한 민간인은 인종이나 종교, 성별 등 모든 것에 무관하게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 미국의 원칙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25일(현지시간) 취임 선서 중인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 AP=연합뉴스

지난달 25일(현지시간) 취임 선서 중인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 AP=연합뉴스

블링컨 장관의 이런 논리는 국제 질서와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미국의 외교라는 원칙의 교과서에 충실하다. 그러나 공화당 및 미국 주류 사회에서도 상당 부분 이런 외교의 원칙에 동의하지 않는 목소리가 확존한다. 백악관 재입성을 노리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주장한, 미국이 더는 세계 경찰일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다. 이번 예산안 역시 그런 갈등을 반영한다. 미국 내 유대인 표심을 잡기 위해 이스라엘 지원은 하되, 팔레스타인 민간인 지원 및 우크라이나 지원은 깎겠다는 기류가 강하다.

블링컨 장관도 이를 의식해 기고문에서 "물론 미국이 혼자 모든 부담을 지자는 이야기가 아니다"라며 "이미 30여 개국이 함께 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오는 8~9일 방한에서도 관련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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