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장 버거 대박" 미국인 외교관 롤모델은 '박막례 할머니'

중앙일보

입력 2021.02.2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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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주한미국대사관의 화제의 SNS를 담당하는 윌리엄 콜먼 대변인. 우상조 기자

주한미국대사관의 화제의 SNS를 담당하는 윌리엄 콜먼 대변인. 우상조 기자

화성탐사 여행을 떠날 수 있고, “고추장 버거 완전 대박”이라 외치는 미국인 외교관을 볼 수 있는 곳. 주한미국대사관이 운영하는 소셜네트워크 계정이다. 페이스북ㆍ트위터ㆍ인스타그램 등 다양한 계정에서 주한미국대사관(U.S. Embassy Seoul)을 찾으면 만날 수 있다. 한국어ㆍ영어로 모두 게재하며 ‘입춘대길’처럼 한국 고유 문화도 소개하는 ‘인싸’ 계정이다. “관공서 계정 중에서 가장 열심히 하는 것 같다”는 칭찬 댓글도 쏟아진다. 운영자가 궁금해 수소문했더니 무려 주한미국대사관의 대변인 윌리엄 콜먼이 직접 챙긴다고 한다. 대사관의 베테랑 김정님ㆍ박은혜 공보관과 함께 공을 들이는 팀워크라는 게 콜먼 대변인의 설명이었다. 서울 용산구 대사관 사무실로 찾아가 봤다.

김치버거부터 화성여행까지 아이디어 공장

콜먼 대변인은 “외교란 결국 다리를 놓는 일”이라며 “21세기 중요한 공공외교의 영역이 소셜네트워크 계정이라는 생각으로 공을 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과 미국의 문화를 서로에게 알리고, 재미있는 공통점을 찾아 서로의 마음을 파고드는 것이 21세기형 외교라는 설명이다. 콜먼 대변인은 “지난해 말부터 소셜 네트워크 외교를 강화해왔다”며 “한국인 유저분들에게 소구력이 있는 아이템을 발굴하기 위해 밤낮으로 고민하고 실시간으로 대응한다”고 말했다.

주한미국대사관 페이스북에 올라온 고추장버거 시식 영상. 콜먼 대변인이 직접 미국 국무부 동료를 섭외했다. 주한미국대사관 페이스북 캡처

주한미국대사관 페이스북에 올라온 고추장버거 시식 영상. 콜먼 대변인이 직접 미국 국무부 동료를 섭외했다. 주한미국대사관 페이스북 캡처

그렇게 탄생한 몇몇 히트 포스팅 중 하나가 고추장 버거다. 미국 브랜드인 쉐이크쉑 버거가 김치ㆍ고추장ㆍ양념치킨 등 한국의 재료를 응용해 만든 한정판 버거 출시에 착안했다. 단순한 버거 출시 소식이 아닌, 한국인 유저들에게도 재미와 의미가 있는 포스팅을 만들고 싶어 아이디어를 짜냈다. 포스팅은 아래에서 직접 볼 수 있다.

콜먼 대변인은 “한국적 재료로 만든 이 버거가 미국 현지에서 어떤 반응을 얻고 있는지 보여드리자고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콜먼 대변인이 직접 미국에 거주하는 친지를 수소문했고, 그 결과 국무부에 근무하는 동료 도미니크가 낙점의 행운을 누렸다. 한국인 직원에게 ‘완전 대박’이라는 한국어 문구를 녹음해 도미니크에게 보내는 철저함은 기본. 덕분에 완성된 생생한 영상은 한ㆍ미 양국 모두에서 호응이 컸다. 콜먼 대변인은 “미국의 건국 모토가 ‘에 플루리버스 우눔(e pluribus unum, 여럿이 모여 하나)’인데, 이런 맥락이 소셜 네트워크 계정 운영에서도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콜먼 대변인은 "SNS로 한국과 미국의 가교가 되고 싶다"며 "팀워크로 움직인다"고 강조했다. 우상조 기자

콜먼 대변인은 "SNS로 한국과 미국의 가교가 되고 싶다"며 "팀워크로 움직인다"고 강조했다. 우상조 기자

 주한미국대사관만의 창의력도 발휘한다. 오리 모양으로 눈송이를 찍어내는 일명 ‘눈오리 메이커’가 유행했을 땐 이에 착안해 ‘밥오리’를 올리기도 했다. 콜먼은 “정님 공보관의 책상에 눈오리 메이커가 놓여있는 걸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다”며 “눈 예보가 없어서 고민하다가 밥을 대신 넣어보자고 아이디어가 나왔고, 호응이 뜨거웠다”고 말했다.

주한미국대사관 트위터에 올라온 '밥오리' 사진. 5만명 가까운 '좋아요'를 받았다. 트위터 캡처

주한미국대사관 트위터에 올라온 '밥오리' 사진. 5만명 가까운 '좋아요'를 받았다. 트위터 캡처

한ㆍ미 우호 증진을 위해선 거의 모든 아이디어를 활용한다.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미국 시인 랄프 왈도 에머슨의 ‘무엇이 성공인가’를 애송하며 기부를 결심했다는 기사도 훌륭한 소재가 됐다. 김범수 의장을 소개하며 에머슨의 시 원문을 결합한 포스팅의 탄생 배경이다. 미 항공우주국(NASA)의 화성 탐사선 퍼시비어런스호가 착륙에 성공했을 땐 NASA의 사진 합성 이벤트를 올려 독자들의 참여를 독려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취임식 당시 화제가 됐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밈(meme)도 활용했다. 김장 이벤트 현장에 버니 샌더스 의원 사진을 합성한 것. 이 포스팅엔 계정 구독자들이 각기 좋아하는 밈을 올리며 화답했으며, 대변인실도 직접 댓글에 ‘좋아요’를 누르고 답글을 다는 정성을 보였다.

한국적인 소재만을 활용할 때도 많다. 중앙일보 백성호 종교전문기자가 김형석 연세대 철학과 명예교수를 인터뷰한 기사 “100년 살아보니 알겠다, 절대 행복할수 없는 두 부류”라는 내용이 대표적이다. 한국 독자들에게서 큰 울림을 끌어낸 이 기사를 대사관이 직접 공유하며 반향을 키웠다. 방탄소년단(BTS)이 지난해 8월 미국 밴플리트상을 수여한 것을 기념해 올린 축하 트윗은 13만개가 넘는 ‘좋아요’를 받았다.

중앙일보 인터뷰 기사를 공유한 주한미국대사관 페이스북 페이지. 페이스북 캡처

중앙일보 인터뷰 기사를 공유한 주한미국대사관 페이스북 페이지. 페이스북 캡처

외교적 성과 역시 놓치지 않는다. 문재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첫 통화부터,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의 메시지 등, 주요 사안도 정확히 공유한다. 유학 정보에서부터 기후변화부터 양성평등까지 다양성을 주제로 한 포스팅도 활발하다.

양국 관계를 위한 포스팅도 물론 놓치지 않는다. 문재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통화 내용이며, 한ㆍ미ㆍ일 공조를 강조한 포스팅. 페이스북ㆍ트위터 캡처

양국 관계를 위한 포스팅도 물론 놓치지 않는다. 문재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통화 내용이며, 한ㆍ미ㆍ일 공조를 강조한 포스팅. 페이스북ㆍ트위터 캡처

콜먼 대변인에게 계정 운용할 때의 롤모델을 물었더니, 박막례 할머니라는 답이 돌아왔다. 직접 그의 말을 들어보자.

“박막례 할머니의 진솔하면서도 재미있는 영상을 많이 참고한다. JTBC 출신 방송인 장성규 씨가 올리는 영상도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보여주는 모습이 좋다. 기관 중에선 부산경찰청의 페이스북 페이지 등을 꼽을 수 있는데, 현장에서의 생생한 영상과 함께 정보를 전달하는 방식이 참고가 된다.”  

콜먼 대변인이 한국인 독자에게 꼭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 그는 “댓글도 좋고 다양한 방식으로 우리에게 생각을 알려주셨으면 좋겠다”며 “우리의 뜻을 전달만 하는 확성기가 아니라, 한국의 유저분들과 다양하게 양방향으로 소통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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