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서 뜻밖에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인물이 있다. 미 상원의원 버니 샌더스다.
취임식장에 어울리지 않는 줄무늬 털장갑에 두툼한 점퍼를 입고 다리를 꼬고 앉아 있는 모습이 온라인상에 퍼지면서다.
그의 옷차림이 화제가 되자 트위터에는 "2년 전쯤 한 여자 선생님이 샌더스에게 선물한 장갑"이라면서 "울 스웨터를 다시 짜서 만든 것이고 소재는 플라스틱병을 재활용했다"는 글이 올라왔다.
샌더스의 지역구인 버몬트의 유권자가 보내준 '재활용 장갑'을 오랜 세월 동안 쓰고 있다는 사연에 "훈훈하다"는 네티즌들의 반응도 잇따랐다.
샌더스 의원이 이날 입은 외투 역시 버몬트 지역 기업에서 만든 것이다. 장갑과 외투를 본 이들은 '버몬트 할아버지 룩'이라는 별칭까지 붙였다.
그는 취임식 후 CBS 뉴스에 출연해 "(지역구인) 버몬트에서는 따뜻하게 입는다. 우리는 추위가 어떤 건지 알고 있다"고 말했다.
샌더스의 모습을 활용한 각종 합성사진도 양산됐다. '최후의 만찬' 그림 속에 등장한 샌더스, 넷플릭스 드라마 '퀸스갬빗'의 체스 소녀와 대국하고 있는 샌더스, 미드 '왕좌의 게임'에서 왕좌에 앉은 샌더스 등이다.
달 착륙 장면, 스키장 리프트, '강남 스타일' 뮤직비디오 등과 샌더스 의원을 합성한 사진도 돌고 있다.
샌더스 의원은 미 정치권에서 '진보의 아이콘'으로 통한다. 지난해 대선 경선에서 바이든과 경쟁했지만 나중에는 그를 지원하면서 '선의의 경쟁'을 보여줬다.
한 때 노동장관 입각설도 돌았으나 지금은 의회에 잔류한 상황이다.
이날 참석자 중 재닛 옐런(74) 미 재무장관 지명자의 의상도 눈에 띄었다. 옐런은 몸 전체를 감싸는 검은색 롱 패딩을 입고 모자까지 덮어썼다.
추운 날씨에도 다들 얇은 코트로 멋을 냈지만, 옐런 지명자는 무릎 담요까지 동원한 '중무장'으로 주목을 받았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