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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위기' 해결사 AI…그 뒤에 '더러운 비밀' 숨어 있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AI 기후테크, 병일까 약일까

팩플 오리지널

기후위기는 가속화하고, 기업들에겐 ‘탄소중립’ 시한이 다가옵니다. 투자의 혹한기에도 ‘기후테크’ 기업들이 선방하는 이유죠. 방대한 데이터를 다뤄야 하는 기후테크 기업들이 AI에 거는 기대는 큽니다. 그런데 어쩌나. AI는 ‘전기 먹는 하마’입니다. 기후위기 ‘해결사’로 부른 AI가 기후위기 ‘공범’인 셈이죠. 그래도 해법은 결국 AI에 물을 수밖에 없습니다.

가을철 대표 과일 단감이 이상기후의 직격탄을 맞았다. 올 여름 갑작스런 폭우에 과실이 상당수 떨어진 데다 곧바로 이어진 폭염 탓에 주요 산지에서 생산량이 급감했다. 작황이 좋지 않았던 건 사과도 마찬가지다. 맛이 예년보다 덜한 데도 가격은 더 비싸다.

이상 기후는 우리의 일상을 바꾸고 있다. 기후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 ‘기후테크’(Climate Tech)가 더 주목받는 이유다.

인공지능(AI)을 만난 기후테크는 어떨까. 산업계는 다양한 데이터를 대거 수집·처리하고 갑작스러운 변화에도 잘 적응하는 AI 고유의 특징이 기후테크 업계가 직면한 퍼즐 속 빈 칸을 채울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그러나 AI가 기후 위기를 가속화하는 ‘더러운 비밀(Dirty Secret)’을 숨기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MIT 테크놀러지 리뷰). AI를 훈련시키고 이용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하고 다량의 온실가스 배출이 불가피하다. AI가 기후문제 해결에 기술적 도움을 준다지만 그 자체가 엄청난 탄소발자국을 남기는 모순적 상황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전 세계 데이터센터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가 글로벌 온실가스 배출량 전체의 1%를 차지한다. 한국이 배출하는 온실가스 총량(전 세계 2%)의 절반 가량을 데이터센터들이 뿜어내고 있다는 얘기다.

‘거대언어모델’ 개발 전력량도 막대

기업들이 거대언어모델(LLM)을 개발하는 과정에서도 막대한 전기가 쓰인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챗GPT의 개발사인 오픈AI가 LLM GPT-3를 학습시키는 과정에서 사용한 전기는 미국 120개 가구가 1년간 쓸 전력량(1287mWh)과 같다. AI 모델의 전력 사용량은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다. GPT-2에 쓰인 매개변수는 약 15억 개였으나 GPT-3에는 1750억 개로 116배가량 늘었다. 구글의 자체 조사에서도 2021년 기준 AI가 이 회사 전체 전력 사용량(18.3tWh)의 약 15%(2.3tWh)를 쓴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인구 50만 명인 조지아주 애틀란타시의 전체 가구 연간 전력 소비량과 맞먹는 수준이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구글에 따르면 이용자가 검색을 한 번 할 때마다 0.0003㎾h의 에너지를 소모하고 이 과정에서 300㎎의 이산화탄소(CO2)가 발생한다. 정보기술(IT) 업계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초 당 4만 회, 연간 1조3000억 회의 구글 검색이 발생한다고 본다. 구글 검색 엔진을 통해 연간 약 40만t의 CO2가 배출되는 셈이다. 단순 검색 외에 챗GPT 등 생성 AI 서비스를 이용하면 검색 1회마다 4~5배의 작업이 더 필요하다. 생성 AI 서비스가 대중화될수록 에너지 소비도, 온실가스 배출도 늘어나게 된다.

MS·아마존 등 빅테크, 탄소중립 선언

그럼에도 기술 낙관론자들은 AI가 데이터센터의 입지를 적절히 선정해 재생에너지 사용 비중을 최대로 늘리고, AI 모델과 데이터센터 규모를 최적화하는 방식으로 탄소 배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대규모 데이터센터 사업을 하는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아마존 등은 탄소중립을 선언하거나 탄소 배출량을 마이너스로 만드는 ‘탄소 네거티브’ 계획을 발표했다. MS는 2050년까지 탄소 네거티브 기업이 되겠다고 선언했고 올해 탄소배출권 150만t을 구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구글은 이미 2020년 탄소 포집 기술을 활용해 탄소 실질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2030년엔 데이터센터와 사무실을 친환경 에너지로만 운영하는 것이 목표다. 아마존웹서비스(AWS)는 현재 사용 전력의 90%를 재생에너지를 통해 충당하고 있고, 2025년까지 이 비율을 100%로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네이버(2040년), 카카오(2040년) 등 국내 주요 IT 기업도 넷제로 달성 목표를 공개하고, 탄소 감축 계획을 이행하고 있다.

AI는 기후문제 해결에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을까. 해양 쓰레기를 수거하거나, 페트병·의류 등 폐기물을 인식해 재활용 가능한 자원으로 처리하는 과정에는 비전 AI 기술이 쓰이고 있다. 또 위성사진을 판독하고 이상기후나 재난을 예측하는 과정에도 AI 기술이 데이터 분석의 효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건물 내 에너지가 새는 곳은 없는지 냉난방 관리를 효율적으로 챙기는 것도 AI가 잘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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