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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은영 육아 솔루션 틀렸다"…'삐뽀삐뽀 119' 쓴 의사 일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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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삐뽀삐뽀 119 소아과』 하정훈

hello! Parents

양육에 ‘오은영파’와 ‘하정훈파’가 있다죠. 아이에 공감이냐, 양육자의 권위냐. 100만부 넘게 팔린 『삐뽀삐뽀 119 소아과』의 저자 하정훈 원장이 ‘금쪽이 육아법’에 일침을 놨습니다. 정신발달 과정에 문제가 있는 아이를 치료하는 방법으로 보통의 아이를 키우는 건 문제라는 겁니다. “육아는 힘들다”는 인식에 전 국민이 가스라이팅을 당하는 셈이라고까지 합니다.

 하정훈 원장은 “아이가 희로애락을 경험하면서 성장해야 한다. 그래야 사회에서 실패를 겪었을 때 이겨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우상조 기자

하정훈 원장은 “아이가 희로애락을 경험하면서 성장해야 한다. 그래야 사회에서 실패를 겪었을 때 이겨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우상조 기자

100만 부 넘게 팔린 『삐뽀삐뽀 119 소아과』 저자로 유명한 하정훈소아청소년과의원 하정훈 원장은 소위 ‘솔루션 육아’에 반론을 제기한다. 솔루션 육아는 인기 프로그램 ‘금쪽같은 내 새끼’와 오은영 박사로 대표되는 육아법으로 아이에게 공감해 주는 걸 우선한다. 하지만 하 원장은 양육자의 권위에 방점을 찍는다. 육아의 중심에 아이가 아니라 양육자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 원장은 “아이는 가족의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키워야지, 아이에게 맞춰서 뭔가 특별한 것을 해줄 필요가 없다”고 강조한다. 그는 “문제가 없는 아이라면 어느 정도 대충 키우는 게 좋다”고까지 말한다. 지난 5일 서울 동작구에 있는 하정훈소아청소년과의원에서 그를 만났다. 1990년에 문을 연 곳이다.

솔루션 육아의 문제가 뭔가.
“솔루션 육아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정신발달 과정에 문제가 있는 아이에겐 필요하다. 그러나 일부 아이에게 효과가 있는 방법을 전체가 따라 하는 게 문제다. 솔루션 육아를 다루는 방송에 ‘일반적인 아이에겐 이런 육아법을 적용하지 말라’는 경고 문구를 넣어주면 좋겠다.”
일반적인 아이를 위한 육아 정보가 부족하다 보니 ‘금쪽같은 내 새끼’ 같은 프로그램에 더 의지하는 것 같다.
“이런 프로그램의 문제점은 또 있다. ‘육아는 힘들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다. 실제로 전 국민이 가스라이팅(심리적 지배) 당하고 있다고 본다. 이달 초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서 이 프로그램이 저출산 극복에 도움이 안 된다고 지적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사실 기본만 갖추면 육아를 훨씬 더 쉽게 할 수 있다.”
기본이 뭔가.
“가정의 틀을 만드는 일이다. 양육자의 권위를 바로 세우고, 아이에게 규칙과 한계를 정해주는 거다. 이것만 제대로 하면 아이를 키우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물론 육아가 쉽다는 건 아니지만 힘든 것보다 즐겁고 행복한 일이 훨씬 더 많다. 우리가 육아를 힘들게 만들고 있을 뿐이다. 아이 하나 키우는데 부모뿐 아니라 양가 조부모에, 도우미까지 달라붙어도 힘들다고 한다. 뭔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
양육자의 권위를 바로 세우는 일이 왜 그렇게 중요한가.
“아이를 키우는 건 더불어 살 수 있는 사회 일원으로 만드는 거다. 가정에서 양육자가 권위가 없으면 아이가 말을 안 듣는다. 이런 아이는 유치원·학교에 가서도 선생님 말씀을 잘 안 듣는다. 성인이 된 뒤 사회에 나가서도 부적응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럼 어떻게 해야 권위가 생기나.
“아이를 5% 부족하게 키워라. 원하는 걸 다 들어주지 말라는 얘기다. 지금부터라도 생활의 중심을 아이에서 양육자로 바꿔야 한다.”
어떻게 하면 될까.
“부부가 평범한 일상을 행복하게 살면 된다. 요즘 보면 아이들과 놀아주느라 부부간의 대화는 거의 없는데 그게 바로 아이 중심으로 사는 거다. 퇴근한 후에 아이들과 함께 저녁 먹으면서 남편과 회사에서 있었던 일이나 재밌게 본 드라마 얘기를 나눠라. 부부간의 대화는 권위를 세우는 데도 역할을 하지만, 아이의 언어 발달에도 도움이 된다. 친구네 가족이나 친척을 집에 초대해서 다양한 얘기를 나누는 게 아이의 언어와 사회성 발달에 가장 좋다.”

양육자의 권위를 바로 세우면 훈육도 쉬워진다. 규칙과 한계만 정해주면 된다. 훈육은 말로 가르치는 게 아니라 가정의 틀 안에서 아이가 익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중요한 시기는 있다. 바로 두 돌 전이다. 하 원장은 “이때 훈육의 기본을 끝내지 않으면 바른 습관을 들이는 데 애를 먹을 수 있다”고 말했다.

왜 두 돌 전인가.
“두 돌 전에 습관을 길러야 그것에 맞게 뇌가 발달한다. 인간의 뇌 신경망은 3분의 1 정도만 완성된 채 태어난다. 이후 시각·청각·후각·촉각 등 다양한 자극을 받으며 신경세포 간 연결(시냅스)이 만들어진다. 쉽게 말해 두 돌 전에 훈육해야 그 부분 뇌가 강화된다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두 돌까지 훈육하지 말라는 얘기가 있는데, 일반적인 아이에겐 해당하지 않는다. 이때 규칙과 한계만 명확히 알려줘야 한다. 반드시 해야 하는 일과 절대 하면 안 되는 일을 알려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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