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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지상군 수만명 투입 작전”…이란, 개입 경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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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지상전에 수만 명의 병력을 투입할 것이라고 15일(현지시간) 외신이 보도했다. 2006년 레바논 전쟁 이후 최대 규모다. 미국도 이스라엘 주변에 이미 배치한 ‘수퍼 핵항모’ 제럴드 포드 항모 전단에 이어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항공모함 전단을 추가 배치하는 초유의 군사적 행보를 보이며 전운이 고조되고 있다.

이날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이번 지상전에 수만 명의 병력을 투입해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지도부를 섬멸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대규모 군 병력을 동원해 최상의 조건에서 작전을 성공시키겠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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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방위군(IDF)은 가자지구 주민들에게 15일 오후 1시(한국시간 오후 7시)까지 대피하라고 통보했다. IDF는 이날 X(옛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앞서 가자시티와 가자지구 북부 주민에게 안전을 위해 남쪽으로 이동하라고 촉구했다”며 “이스라엘군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는 대피 경로에서 어떠한 작전도 진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마스, 땅굴전 준비…이스라엘, JDAM 소탕전 가능성

지난 14일(현지시간) 가자지구 지상전을 위해 이스라엘군 탱크와 장갑차가 남부 도시 아슈켈론 근처 들판에 집결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14일(현지시간) 가자지구 지상전을 위해 이스라엘군 탱크와 장갑차가 남부 도시 아슈켈론 근처 들판에 집결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에 대해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은 일제히 “지상 작전이 임박했다는 신호”로 풀이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방탄조끼를 입고 가자지구 외곽 군부대를 방문해 “다음 단계가 다가오고 있다”며 군을 독려했다. 이와 관련, 당초 주말인 14~15일께 지상군 투입이 예상됐으나 기상 악화로 전투기와 드론을 이용한 항공지원 작전에 애로가 발생하면서 미뤄졌다고 NYT는 전했다.

외신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이 투입할 것으로 예상되는 병력은 17년 전 레바논 전쟁 이후 최대 규모다. 당시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 정파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군인을 납치하자 이스라엘은 헤즈볼라 근거지를 공격했다. 34일간의 전쟁에서 레바논인 1000여 명, 이스라엘인 150여 명이 숨졌다.

하지만 이번 작전은 국경 지역에서 벌인 헤즈볼라와의 전쟁과 달리 시가전 형태로 진행된다. 이 때문에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도심과 지하 터널에서 하마스와 교전하면서 전쟁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스라엘 측은 하마스가 가자지구의 좁은 골목에 폭발물을 숨겨놓고, 미로 같은 지하 땅굴 안에 각종 지뢰나 함정을 설치해 놓았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스라엘군이 통합정밀직격탄(JDAM)을 터트리는 것을 시작으로 지상전에 돌입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벙커버스터’로 불리는 JDAM은 철근콘크리트 구조의 지하 시설물을 관통해 폭발하는 만큼 땅굴 파괴에 효과적이다. 이스라엘 군사 전문가인 야콥 카츠는 “이스라엘군은 가능한 한 터널 안에 들어가는 것을 피하고 대신 폭발물을 떨어트려 터널을 먼저 없애려고 할 것”이라고 NYT에 말했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지상전 ‘초읽기’에 이란은 강하게 반발했다.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이란 외무장관은 14일 토드 벤네슬란드 유엔 중동특사를 통해 “‘레드라인’이라는 게 있다. 당장 지상전을 멈추지 않으면 통제 불능이 될 것”이라며 “우리는 헤즈볼라가 마련한 시나리오에 대해서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이스라엘이 지상전에 나설 경우 이란이 시리아 내 무장단체나 헤즈볼라의 참전을 지원하는 등 직·간접적으로 분쟁에 개입할 가능성을 경고한 것이다.

미국은 확전 방지에 애쓰고 있다. 중동에 급파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15일 사우디아라비아의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를 만났다. 매튜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장관과 빈 살만 왕세자는 민간인 보호와 중동 평화 안정 증진을 위해 공동의 약속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앞서 블링컨 장관은 지난 14일엔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의 전화 통화에서 “중동 평화를 위해 영향력을 행사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15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 부장은 같은 날 파이살 빈 파르한 사우디 외교장관과의 통화에서 “이스라엘의 행위는 자위 범위를 이미 넘어섰다”고 비판했다.

블링컨 장관은 16일엔 또다시 이스라엘 지도자들과의 추가 협의를 위해 이스라엘을 재방문한다. 지난 12일 이스라엘 방문을 시작한 블링컨 장관은 사우디,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카타르, 요르단 정상 등과 만났고,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자치정부(PA) 수반과도 회동했다. 그야말로 동분서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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