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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채 금리 4.7%…경제 고금리 먹구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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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세계 시장금리의 ‘벤치마크’라고 불리는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가 연일 급등하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를 의미하는 ‘피벗’(통화정책 전환) 시기가 예상보다 더 뒤로 밀리면서 불확실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한국도 이 여파로 기업의 자금 조달 비용이 오르고, 대출금리가 상승하는 등 금융 불안이 확대될 가능성이 커졌다.

2일(현지시간)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0.073%포인트 오른 4.685%로 장을 마쳤다. 2007년 8월 이후 16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이날 금리는 장중 한때 4.7%를 넘어서기도 했다. 7월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3.7%대)와 비교하면 3개월 사이 약 1%포인트 가까이 급등했다.

미국 재무부가 3분기 국채를 역대 최대 규모인 1조70억 달러(약 1370조원) 발행하기로 한 영향이 컸다. 수요 대비 국채 공급이 늘면 금리는 상승(채권 가격은 하락)한다. 여기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내년도 기준금리 전망 중간값을 연 4.6%→연 5.1%로 올리면서 금리 상승에 불을 붙였다. 빠른 금리 인하를 기대했던 시장과 달리 Fed가 고금리 장기화를 시사하면서 만기가 긴 국채 보유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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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금리 상승세가 더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힘을 얻고 있다. 높은 물가 상승 압박에 Fed가 추가 기준금리 인상 의사를 내비치고 있기 때문이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도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7% 금리도 가능하다”며 “최악의 케이스는 스태그플레이션(고금리에도 물가가 오르는 것) 상황”이라고 했다.

한국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특히 채권시장을 중심으로 기업들의 자금 조달 비용 상승이 우려된다. 한국은행이 다섯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시장금리는 이미 기준금리와 상관없이 미국 국채 금리를 따라 오르고 있다. 실제 지난달 26일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장중 4.083%까지 치솟으며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레고랜드 사태’가 발생했던 지난해 11월 이후 가장 높다.

다이먼 “7% 금리도 가능하다” 스태그플레이션 경고

국고채 금리가 오르면 그보다 신용도 낮은 회사채 금리도 따라 오른다. 그만큼 기업의 자금 조달 부담이 커진다. 또 채권금리 상승에 은행들의 자금 조달 비용도 커지면서, 대출금리도 따라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한은도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서 “일부 대출금리, 은행채와 회사채 금리 등은 미국 국채금리 상승에 일정 부분 영향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4~8월 일반기업의 회사채 발행은 5조1000억원 순상환(채권 발행 규모가 만기 도래 규모보다 작은 것)됐다. 연초 떨어졌던 시장금리가 재차 상승하면서, 기업이 회사채 발행을 줄인 영향이다. 미국 국채 중심으로 시장금리가 최근 더 오르면서 회사채 발행이 더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금융 당국이 최근 은행채 발행 한도를 폐지하면서, 자금 쏠림까지 우려된다. 상대적 우량채권인 은행채로 자금이 몰리면, 부채가 많고 신용도가 낮은 한계기업을 중심으로 ‘돈맥경화’가 재연될 수도 있다. 이날 김병환 기획재정부 1차관은 시장상황점검회의를 열고 “미국 국채금리 상승과 강달러 영향에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지속하는 만큼, 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과도한 시장 쏠림 현상 등이 발생할 경우 상황별 대응계획에 따라 시장안정조치를 신속히 시행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문제는 정부 대응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예상과 달리 글로벌 긴축기조가 길어지면서, 물가와 성장·금융 안정이라는 세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기 어려운 ‘트릴레마(trilemma·삼중 딜레마)’ 상황에 빠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은도 금리 동결을 고수할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 글로벌 긴축 기조를 따라갈 필요는 있다”며 “대신 한계기업 등 일부 약한 고리에 대한 선별적 자금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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