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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명씨 남쪽 제자도 만나/90송년통일음악제 이모저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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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북,『아리랑』 합창·“과잉경비” 불만
○…형제 상봉의 주인공 김진명씨(78)는 10일 국립극장에서 2차공연을 마쳤을 때도 남쪽의 애제자인 인간문화재 양소운씨(67·중형무형문화재 17호 봉산탈춤 예능보유자)를 50년 만에 극적으로 상봉.
김씨는 이날 오후 9시30분쯤 숙소인 워커힐호텔행 버스를 타기 위해 분장실을 나서는 순간 복도에서 기다리고 있던 양씨와 마주쳤는데 한동안 제자의 두 손을 꼭 쥔 채 복받치는 감격으로 말문을 잇지 못했다.
김씨는 양씨와 함께 몇 발자국을 걸은 뒤 비로소 『그런데 네가 왜 이렇게 늙었어…』라며 말문을 열었고,양씨도 『선생님은 왜 이렇게 늙으셨습니까』라고 반문. 순간 두 사람의 눈동자에는 헤어져 살아온 지나온 세월을 원망하는 이슬이 맺히기 시작.
버스에 오르는 김씨에게 양씨가 미리 준비한 내의를 건네주자 김씨는 마침내 흘러내린 눈물을 닦아내기도.
양씨는 열두 살 무렵 황해도 해주에서 김시에게 서도잡가를 처음 배웠는데 9일밤 TV를 통해 스승임을 확인하고 설렘으로 밤잠을 설치면서 부랴부랴 선물을 준비,이날 공연장을 찾은 것.
○…임수경양의 어머니 김정은씨가 이날 공연을 보러 왔다가 강제로 끌려나가는 사건이 발생,「과잉경비」라는 주위의 비난과 함께 북한기자들의 강한 항의를 받았다.
김씨는 이날 공연시작 직전 앞좌석에 자리잡았다가 그녀를 알아본 북한기자들에게 이끌려 극장로비로 나가 북한출연자들과 얘기하던 중 갑자기 나타난 경비관계자들에 의해 극장 밖으로 끌려나가 강제로 택시에 태워졌다.
○…10일 오후 7시 90송년통일전통음악회 제2차 합동공연이 벌어진 국립극장대극장 무대는 무대막을 칠 수 있는데다 마이크상태도 첫 공연장인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보다 좋았음에도 불구,평양민족음악단 일행은 매우 석연찮은 표정들.
수양버들이 휘늘어지고 붉은 꽃이 만발한 강가에 물새가 날아다니는 풍경을 담은 병풍모양의 뒷막 앞에서 평양민족음악단은 9일의 제1차 합동공연과 거의 비슷한 곡목으로 1부 순서를 진행했는데 자신들이 원하는 『우리의 소원』 대신 『아리랑』이 전체공연의 마지막 곡목으로 결정된 것을 못내 아쉬워했다.
「통일」을 좀더 적극 부각시키지 못한 것을 보완하려는 뜻에서인지 최초의 「남북합작노래」로 기록된 『통일의 길』(황병기·성동춘 공동작곡)을 부른 송영희씨는 「통일 통일 언제나 오려나 통일­」이라며 9일 프로그램에는 없었던 『통일아 통일아』라는 곡목을 덧붙였다.
78세의 서도소리 명창 김진명씨가 역시 서도소리 명창인 김관보씨와 『정방산성가』로 흥을 돋우자 객석에서는 느닷없이 『좋다 좋아』라는 추임새가 터져 나왔는데 그 주인공은 광복 전 황해도 해주에서 김진명씨의 민요를 배운 바 있는 봉산찰춤 인간문화재 양소운씨로 알려졌다.
또 평양민족음악단이 1부 마지막 순서인 『우리의 소원』을 3절까지 부른 뒤 『조국통일』이란 구호를 외치자 상당수의 청중들이 박수갈채로 호응.
○…평양민족음악단 일행은 10일 오전 롯데월드 민속관을 둘러본 뒤 낮 12시에는 강선영 90송년통일전통음악회 추진위원회 고문이 초청한 오찬에 참가했다. 평양민족음악단을 수행취재중인 북한의 중앙방송 김남수 기자는 『5천년 역사의 우리 민족이 한뿌리임을 새삼 실감하고 보니 불과 45년의 분단세월은 금세 청산하고 통일해야 겠다는 생각을 새로이 갖게 된다』고 민속관 참관소견을 피력.
이 자리에서 평양 민족음악단 성동춘 단장은 『우리 음악·무용·연극·미술 등 각 분야 예술인들이 통일을 위해 어떻게 기여할 것인지를 좀더 생각해보자』며 지난 10월 평양에서 열린 범민족통일음악회를 성사시킨 장본인인 재독 작곡가 윤이상 선생의 「친형제적 인사를 전해 달라」던 당부가 있었다고 밝혔다.
○…9일 KBS1·MBS­TV가 녹화중계한 공연실황은 다섯 가구에 1가구 꼴로 시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갤럽조사연구소가 이날 서울시내 가정에 설치한 TV미터기 조사에 따르면 KBS­1TV가 14.8%,MBS­TV는 5.9%의 시청률을 각각 기록,심야의 예술프로그램 평균시청률의 10배가 넘는 20.7%의 높은 시청률을 보였다.<김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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