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어린이도 명품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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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미국 어린이들이 요즘 명품 열풍에 휩싸여 있다고 로스앤젤레스 타임스가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유아기와 청소년기의 중간인 이른바 '트윈스(tweens)' 사이에서 구찌.프라다.돌체&가바나 같은 명품 브랜드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이다. 트윈스란 중간(between)에 끼어 있는 세대라는 뜻으로 보통 8~12세를 가리킨다.

이 어린이들은 한 벌에 190달러(약 18만원)씩 하는 청바지를 입고 130달러가 넘는 지갑을 갖고 다닌다. 650달러짜리 핸드백을 들고 다니는 어린이도 있다. 아이들이 이렇게 '명품 병'에 걸린 것은 부모들 때문이다. 풍족하게 자란 베이비붐 세대 부모들이 자녀를 통해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과시하려 들기 때문이다. 명품 매장을 운영하는 프레이저 로스는 "요즘은 12세짜리도 루이뷔통이 뭔지 다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모든 문제가 일부 철없는 부모들 때문은 아니다. 부모가 사주지 않으면 아르바이트를 해서라도 명품 매장으로 달려가는 아이들이 많아서다. TV나 잡지에서 본 유명인들을 모방하기 위해서다. 로렌 밴더린든(12)의 경우엔 자신의 명품 핸드백에 어울리는 지갑을 사기 위해 오랫동안 애완동물 돌보기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는 "내 친구 대부분이 (명품을) 정말 간절히 원한다"고 말했다.

이런 아이들을 지켜보는 부모는 그저 답답할 뿐이다. 값비싼 청바지를 입고, 고급 양가죽 부츠를 즐겨 신는 엘리자베스 코언(10)의 엄마 제인은 "딸에게 '대체 이런 것들이 왜 필요하냐'고 묻곤 한다"고 말했다.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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