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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뮤비’ 돌풍…조회수 20만 돌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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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나원정 기자 중앙일보 기자
나원정 문화부 기자

나원정 문화부 기자

요즘 OTT에서 인기 끄는 군대 드라마는 두 종류다. 군대 내 부조리에 액션 히어로처럼 맞선 ‘매운맛’ 사회 고발극이나, 내무반 일상을 풍자한 시트콤이다.

여기에 또 다른 작품이 합세했다. 힙합 래퍼 ‘빈지노’의 신보 수록곡 ‘캠프(Camp)’ 뮤직비디오다. 8일 만에 유튜브 조회수 20만을 찍었다. 2019년 육군 전역한 빈지노가 겪은 ‘군대의 시간’을 담담한 가사에 담았다. 뮤직비디오도 실감 난다. 유격훈련장의 함성, 총구에 나른하게 기댄 휴식시간, 흙먼지 속을 구르며 눈치·요령을 터득해가는  2년의 시간을 날 것의 사운드에 녹여냈다. 박경근 감독의 다큐멘터리 ‘군대’(2018·사진)와 콜라보한 것으로, 박 감독이 빈지노 소속사에 의뢰받아 89분짜리 다큐를 3분 40초 곡에 맞춰 재편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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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는 베를린영화제·뉴욕현대미술관(MoMA) 초청 미술작가이기도 한 박 감독이 어느 의장대 병사의 훈련소 입소부터 제대까지 전 과정을 촬영한 것이다. 부산국제영화제 공개 후 ‘왓챠’(OTT)로 직행했다가 이번에 다시 빛을 봤다.

박 감독은 육사 출신 외교관 아버지를 따라 6살부터 외국 생활을 하다 29살에 입대했다. 그는 당시 겪은 문화 충격을 ‘칼군무’ 퍼포먼스 같은 집단생활을 한 병사의 클로즈업에 담아냈다. “흑백논리로 설명 안 되는 회색지대”(박경근)로서의 군대조직, 이를 버티는 지리멸렬한 시간에 집중했다. 2016년엔 영상설치작품 ‘군대: 60만의 초상’을 만들기도 했다.

다큐 ‘군대’는 극장 개봉은 못 했지만 ‘적당한 거리감’ ‘그 당시 나를 엿본 듯 먹먹했다’는 호평이 나온다. ‘매운맛’ 속에 잊고 있던 진솔한 영상이 공감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