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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박원순 때 뒤집힌 빗물터널…결국 세금 5648억 더 든다 [세금낭비STOP]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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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서울 전역에 호우주의보가 발효된 지난달 상습 침수 구역인 서울 강남역 인근의 한 건물 입구에 침수 대비를 위한 모래 주머니가 놓여 있다. 뉴스1

서울 전역에 호우주의보가 발효된 지난달 상습 침수 구역인 서울 강남역 인근의 한 건물 입구에 침수 대비를 위한 모래 주머니가 놓여 있다. 뉴스1

서울 대심도 빗물 배수시설(대심도 터널) 건설사업이 10년 이상 늦춰지면서 최소 5648억원을 더 써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풍수해대책에 따라 서둘러 대심도 터널을 건설했다면, 수천억원에 달하는 세금을 낭비하지 않고 인명·재산피해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市, 빗물 터널 재추진 사업비 1조4150억 

11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해 8월 115년 만의 큰비로 도심 곳곳이 침수 피해를 보자 대심도 터널을 다시 추진하고 있다. 대심도 터널은 ‘초대형 빗물 그릇’이다. 지하 40~50m 아래 큰 터널을 뚫어 폭우 땐 빗물을 가둬뒀다가 비가 잦아들면 하천으로 방류한다. 대심도 터널 1단계 사업지로는 강남역과 광화문·도림천 일대 3곳을 정했다. 강남역은 완만한 ‘U자’형 지형으로 집중호우시 배수에 취약하다. 1단계 사업은 이르면 2027년쯤 마무리될 예정이다.

서울은 땅이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로 덮여 갑작스럽게 쏟아지는 빗물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한다. 불투수(不透水)율이 53%로 높은 편이다. 일부 지역은 90%가 넘는다. 이 때문에 대심도 터널이 ‘도시 홍수’를 막는 데 효과적이라고 한다. 하지만 사업비만 1조4150억원에 달한다. 대부분 서울시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

지난해 8월 서울시와 서울기술연구원이 '서울시 대심도 빗물배수터널 어떻게 가야 하나'를 주제로 수해 예방 긴급포럼을 열었다. 뉴스1

지난해 8월 서울시와 서울기술연구원이 '서울시 대심도 빗물배수터널 어떻게 가야 하나'를 주제로 수해 예방 긴급포럼을 열었다. 뉴스1

2011년 7곳 계획, 당시 예산 8502억 

대심도 터널이 풍수해대책을 통해 처음 제시된 2011년 당시만 해도 사업비는 8502억원 수준이었다. 정책이 완전히 뒤집히면서 적어도 5648억원을 더 써야 할 상황이다. 서울시는 2011년 유례없는 집중호우를 겪었다. 2011년 7월 26~28일 사흘간 누적 강우량은 587.5㎜로 1907년 서울기상관측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당시 현 1단계 사업지를 포함해 신월·사당역 등 총 7곳이 대심도 터널 사업대상지로 정해졌다.

하지만 2011년 10월 27일 박원순 시장 취임 이후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박 전 시장이 만든 ‘희망서울정책자문위원회(희망서울자문위)’가 대심도 터널을 반대했다.

서울 양천구 목동빗물펌프장 내 대심도 빗물터널 모습. 사진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서울 양천구 목동빗물펌프장 내 대심도 빗물터널 모습. 사진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박원순 취임 후 백지화, 1곳만 건설 

희망서울자문위에 참여한 한 대학 토목공학과 교수는 2011년 11월 9일과 이듬해 1월 8일 각각 열렸던 대심도 터널 관련 회의에서 “7개 대심도 터널은 (2011년 7월 집중호우 이후) 갑자기 나온 것이라 효용성에 의문이 든다” “(대심도 추진 지역) 홍수량이 과다 계산돼 있다” 등 부정적인 의견을 여러 차례 냈다. 해당 교수는 과거 박 전 시장과 ‘4대강 사업’ 반대 활동을 같이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환경 분야 전문가로 참여한 또 다른 자문위원은 빗물이 땅에 스며들 수 있도록 하는 게 지속가능한 도시정책이라고 했다. 빗물 등이 땅으로 잘 스며들지 못하는 데도 이런 주장을 한 것이다. 시 안팎에선 자문위가 대심도 터널을 4대강과 같은 대규모 토목사업으로 인식하고 있단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당시 시 핵심간부는 “대심도 터널을 대규모 토목사업으로 몰아붙일 게 아니라 수해대책 방안으로 살펴야 한다”고 건의했으나 소용없었다.

지난해 8월 서울 서초구 진흥아파트 사거리 일대에서 배수 및 수해복구 작업이 한창이다. 뉴스1

지난해 8월 서울 서초구 진흥아파트 사거리 일대에서 배수 및 수해복구 작업이 한창이다. 뉴스1

취소된 6곳선 수해피해, 복구 450억 들어 

이후 2012년 ‘3차 수방정책 시민 대토론회’에서 여러 사람이 대심도 터널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박 전 시장이 주재한 전문가 회의에서 반대로 결론이 났다. 결국 7개 대심도 터널 중 신월만 추진되고, 나머진 하수관 정비나 빗물 펌프장 신설·증설 등으로 사업이 대폭 축소됐다.

지난해 115년 만에 가장 큰 비가 쏟아져 엄청난 피해가 났다. 서울시 관계자는 “필요한 사업이 손바닥처럼 뒤집히면서 결국 주민 세금 5648억원을 더 쓰게 생겼다”고 말했다. 대심도 터널 2단계 사업이 정해지면 필요한 사업비는 더 늘게 된다.

대심도 터널이 미뤄진 사이 서울엔 장마 때마다 크고 작은 침수피해가 발생했다. 강남역과 광화문 등 대심도 터널 건설이 취소된 6개 지역 내 발생한 수해에 따른 누적 복구액만 최근 5년간 450억원이다. 보험사에서 별도 집계하는 자동차 침수피해액을 더하면 복구액은 더 늘어난다. 같은 기간 9명이 집중호우 피해로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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