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김 구도로 짜는 지자제/막판서 살살 풀리는 협상 안팎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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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여 유세방법·야 선거구 일단 한발씩 양보/비례대표 도입 밀약설도 돌아
어렵게 성사시킨 정기국회를 며칠씩 공전시키면서까지 팽팽히 맞섰던 여야간 지자제선거법 협상이 마지막 쟁점으로 남은 비례대표제를 싸고 막판 진통중이다.
민자당 김윤환 총무와 평민당 김영배 총무는 6일 새벽 총무회담을 갖고 정당과 국회의원의 선거지원범위를 현행 국회의원선거법 수준까지 확대하는 것을 전제로,광역의회 소선거구제까지는 타결했는데 비례대표제 도입문제에선 상대의 의중을 꿰뚫느라 애드벌룬을 띄우는 등 막판 피치를 올리고 있다.
여야간 쟁점이었던 ▲광역의회선거구 ▲비례대표제 ▲선거운동방법 등 세가지 문제에서 민자당은 선거운동방법을,평민당은 선거구를 양보하는 주고받기식의 절충이 이뤄졌는데 비례대표제만 해결을 보면 일괄타결이 가능케 됐다.
민자·평민당은 이 문제에서 촌보도 양보하지 않으면서도 「금명타결」에 관해선 확신하고 있어 수중거래가 관심거리다.
평민당은 이번 협상에서 최대쟁점이었던 선거구제를 양보했으나 지난달 하순 여야 총무가 『내년 상반기중 광역·기초 지방자치단체의원 선거실시』로만 합의했던 것을 이번에 내년 상반기중 동시실시로 못박도록 힘으러써 여당의 양보를 받아냈다.
이 문제는 지난달 여야 총무가 합의문 작성시 이견을 보였던 것으로 평민당은 「동시실시」를 명문화하자고 주장했으나 민자당이 반대,이를 삭제함으로써 민자당은 광역의회와 기초의회선거를 분리실시할 수 있는 여당 프리미엄을 확보했으나 이번에 이를 포기한 것이다. 평민당은 이번 쟁점사항 중 표면적으로는 광역의회는 중선거구제로 하며 비례대표제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속셈은 이 중 하나만 관철하려 했다.
호남권을 중심으로 한 지방당의 한계를 절감하고 있는 평민당으로서는 중선거구제를 채택할 경우 비호남권 지역에서 여당과 동반 당선을 할 수 있으며 비례대표제를 도입할 경우 비례대표 공천으로 정치자금을 마련하는 동시에 역시 비호남권에도 평민당 요원을 확보함으로써 한계를 넓힐 수 있다는 것이다.
김대중 총재는 이를 발판으로 전국적인 영향력을 넓힐 수 있으며 평민당이 이번 협상에서 쟁취한 국회의원선거 수준의 선거지원활동을 통해 전국을 누비며 김대중 바람을 일으킬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김대중 총재로서는 정당의 선거지원방법에 대한 민자당의 양보를 받아낸 것만으로도 서울과 부천·성남 등 서울권에서 승리,노태우 대통령의 중간평가적 심판을 유도할 수 있으며,김영삼 민자당 대표최고위원의 아성이었던 부산에서도 김 대표가 압도하기 어렵고,역시 부산이 기반인 이기택 전 민주당 총재 등 민주당을 몰아붙여 김 총재가 구상하고 있는 야권통합의 계기를 만들 수 있다고 본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대해 민자당은 명분에서 앞서고 있는 데다 비례대표제 대신 현행 「정치자금법」을 개정해 야당에도 돈이 흘러들어갈 수 있는 길을 열겠다고 제안,국회를 일단 정상화시켰다.
민자당은 평민당이 국회의원선거를 소선거구제로 하면서 지방의회(광역)선거를 중선거구로 한다는 것은 명분에도 맞지 않는 것으로 만일 평민당이 굳이 광역의회의 중선거구제를 주장하려면 국회의원선거구도 중선거구나 대선거구로 개정하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고 맞섰다.
김윤환 민자당 총무는 평민당의 광역의회선거구 주장은 『꿩먹고 알먹자는식』이며 비례대표제는 『셰계에 유례가 없는 발상』이라고 협상 처음부터 수용불가의 뜻을 명백히했다.
또한 김대중 총재의 의도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김영삼 민자당 대표최고위원이 대권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광역의회에서 김대중 총재의 발판을 마련해주려고 했을 리는 없다는 것이다.
다만 김 대표나 민자당내 민주계 역시 지방의회선거를 통해 평민당이라는 「적」과 싸움으로써 당내 계파가 한 깃발 아래 뭉치는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김 대표가 대권주자로서의 기반을 확실히할 수 있다는 판단은 있었던 것 같다.
김 대표는 지방의회선거기간중 공천자를 직접 방문,김 대표 명의의 「당비」를 격려금으로 주는 등 각 지역 당원단합대회를 누비며 위상을 높일 수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김 대표 쪽에서는 어느 정도 양보를 하더라도 지방의회선거를 어떻게든 빨리 실시하는 방향으로 몰아가는 것이 유리한다고 봤다는 것이며 이 때문에 한때 김대중 총재가 요구하는 비례대표제를 받아들일 것이라는 추측을 낳았다
이 때문에 YS(김 대표)­DJ(김 총재) 밀약설이 나돌아 비례대표제의 부분적 수용설이 평민당에서 흘러나오고 정부·여당은 펄펄 뛰며 이를 부인하는 소동까지 일어났다.
이것은 내년부터 선거 바람으로 김영삼 대표를 대권 후보로 굳혀가려는 민주계의 의도에 대한 정부·민정계 의견제라는 측면도 있다.
때문에 지자제협상은 내막적으로 대권경쟁과 얽혀 있어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고 있으나 이제는 그 어느 쪽도 국회를 무한정 공전시킬 수 없다는 압력 때문에 적절한 선의 타협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게 됐다.<박병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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